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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시민금융’의 시대

 

외환위기 이후 단행된 부실 금융기관에 대한 구조조정과 미국적 스탠더드에 맞춘 금융개방 및 규제완화 등으로 인해 금융기관이 대형화되고 금융시장 통합이 가속화되면서 새마을금고나 신협과 같은 지역밀착형 금융기관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또 지역금융시장에서 이들의 역할도 줄고 있다. 우리사회 전역에서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 현상에 의해 각 지역사회의 중소기업이 갖는 신용위험 역시 크게 늘어났고, 또 영세자영업자가 증가하는 등 ‘지역금융’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금융시장의 주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할 지역밀착형 금융기관의 규모 및 경영여건은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제조업과 도소매·음식·숙박업의 종사자 비중이 모두 80%를 상회해 경기침체가 심화되거나 수출경쟁력을 상실한 중소기업이 증가할 경우 심각한 신용경색이 나타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보의 비대칭성이 어느 정도 완화되고 여신심사 능력 향상이 신용취약 계층의 신용위험 자체를 제거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는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지역밀착형 금융기관이 존재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지역사회에 있어서의 지역밀착형 금융이 어떠한 형태로 기능해야 하는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일반 시중 대형은행들에게 지역밀착형 금융활동에 더욱 주력해줄 것을 호소라도 하면, 그들은 지역사회에 대한 동정(?)에 이끌려 미국적 스탠더드를 강요하는 금융감독기관을 배신하고 수익원리주의적 경영지침을 저버린 채 공공성에 대한 애착으로 지역에 헌신이라도 할 것 같은가.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먼저 ‘지역밀착형’ 금융활동을 영위하는 주체는 미국적 금융 기준을 글로벌 스탠더드로 숭배하면서 금융기관들에 경영·재무상 이유로 지역경제의 양극화 해소를 위한 활동을 금하게 하고 BIS비율 규제 등으로 오로지 수익만을 챙기라고 권하는 우리 금융감독기구의 통제로부터 진정 자유로울 수 있는 대안그룹이어야 한다. 이 그룹의 주체는 바로 ‘시민’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자신의 자금을 사회에 도움이 되는 형태로 활용하고자 하는 시민들이 자금을 모아 스스로 자금공급자가 돼 지역의 중소영세기업 및 시민단체에 대해 적극적인 대출활동을 벌이는, 이른바 ‘시민금융(NPO은행)’이 활성화되고 있다.

이는 계량화된 정보를 금융기관에 제공할 수 없어 신용할당의 피해를 받아 금융이용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는 지역의 중소기업 및 영세자영업자 등과 같은 금융 약자를 주요 대출 대상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이 같은 자금수요자들의 융자리스크가 높을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이들 시민금융기관이 연계함으로써 그 리스크를 공유해 나가고 있다. 무담보 대출기한은 5년 이내, 융자상한액은 300만 엔에서 500만 엔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장기회임기간을 갖는 투자자금이 필요한 기업이나 노인요양 관련 복지 NPO법인 등의 설비자금에는 부동산 및 노인요양보험보수 등을 담보로 설정해 거액의 융자도 시행하고 있는데, 실제로 오사카시와 삿포로시는 시민은행의 융자에 대해 일정 비율까지 손실을 보전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일본의 ‘시민금융’은 일본의 금융감독기관에 의한 허가 등의 공적 통제로부터 지극히 자유롭다는 점인데, 비록 이들은 대금업으로 사업등록을 해 은행과 같은 수신업무는 불가능하지만 시민들에게 소액 출자를 유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어디까지나 시민에 의한 참여와 시민에 의한 감독에 의해 영위되고 있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진정 수익원리주의 패러다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지역금융에서 소외된 경제적 약자들이 시민 참여에 의해 다시 일어서 지역경제 활성화의 주역으로 부활하고 있는 일본. 우리는 이 나라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가? 지역경제가 지역의 ‘패권연합’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을 시민의 참여에 의해 브레이크를 걸고 성숙한 시민사회와 경제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라도, 초국적 금융자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적 금융정책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라도, 이제 우리 지역사회는 시민의 ‘금융적 역량’을 키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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