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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사회]부덕이 아니라 불법이 문제다

 

투기, 위장전입, 병역비리, 탈세, 이중국적, 공금사적유용, 논문표절…. 고위직 인사청문회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고소영-강부자’ 내각으로 규정됐던 초기 MB내각시절 국민들은 강력한 주사 한 방을 맞았다. 그래서일까? MB 정부부터 이제 출범할 박근혜 정부까지 후보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의 각종 의혹은 공론화에 대한 부끄러움마저 상실한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MB 정부 고위 공직자 중 10명이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했다. 낙마 원인은 위의 단골 메뉴와 관련된 의혹과 논란 때문이다. 그런데 낙마 이후 모든 후보자들은 자신의 직업으로 복귀하거나 재입사했고, 새누리당 소속인 김태호의 경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선되기도 했다. 즉 인사청문회에서 각종 의혹이 제기되더라도 그에 대한 법적·정치적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렇다보니 고위 공직 후보자를 내정하는 데 있어 후보자 검증에 대한 신중성은 온데간데없고, 마치 안 걸리면 그만이란 식의 복불복 행태가 심각해졌다. 최근에는 고위직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의 사회·경제적 수준을 고려했을 때, 위의 단골 메뉴 등장은 마치 어쩔 수 없는 보편적 양태인 것처럼 이해해 달라고까지 한다. 심지어 자녀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이나 탈세 등에 대해서는 모두가 하는 일인데 왜 그들에게만 문제를 삼느냐는 식의 뻔뻔한 얼굴까지 드러내고 있다.

YTN의 2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2006년 이후로 기업소득 증가율은 18.6%인 반면 가계소득 증가율은 1.7%로 그 격차가 10배를 넘어서고 있다. 이것은 신자유주의 이후 국가와 자본이 주장해 왔던 낙수효과의 무효성을 증명한다. 낙수효과의 주장은 대기업과 부자가 잘 살게 되면 그 혜택이 아래로 떨어져 나머지 국민들도 잘 살 수 있게 되므로, 정부는 마땅히 대기업과 부자들을 우선해야 한다고 본다. 대표적인 정책으로는 부자감세, 대기업 규제완화, 노동시장 유연화, 고환율정책, 심지어 4대강 사업까지 속속 진행됐다. 그 결과,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기업은 사상최대의 매출을 달성했지만, 국민들은 비정규직, 저소득, 실업 등에 시달리게 되었다. 결과적 측면에서 낙수효과는 경제위기의 어려움을 아래층에 있는 국민에게 더 크게 낙수시킨 것이다.

고위직 관료들은 이러한 정책이 무리 없이 진행되도록 각 행정부처의 업무를 추진하는 임무를 맡아 왔다. 그러므로 고위직 관료는 서민보다 대기업과 부자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친재벌 혹은 친부자적인 속성을 갖는 인사들이 후보자로 지명되는 연결 구조를 갖는다. 이제는 공론화된 ‘삼성장학생’과 같은 공직자와 기업의 커넥션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은밀한 거래에 대해 사회적으로 별다른 거부감 없이 수용하라는 생떼를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지 않은가?

작년도 국제투명성기구(TI)의 부패인식지수(CPI)에서 한국의 청렴 수준은 176개국 중 45위, 34개 OECD 회원국 중에서도 27위로 하위권을 차지했다. 국가청렴도가 낮은 이유 중 정치권 및 공직자의 부패가 한몫을 했다. 논공행상을 떠나 국민을 보필할 수 있는 적임자를 세울 때 이러한 부패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또한 뉴질랜드나 핀란드와 같이 모든 범법자에 대한 ‘무관용(zero tolerance)’ 원칙이 정치인 및 고위공직자들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 독일에서는 작년 대통령이었던 불프의 2008년도 니더작센주 총리 시절, 주택 구입을 위해 특혜성 저리 사채사용 및 기업들로부터 공짜 휴가여행과 승용차 협찬 등 각종 편의를 제공받은 의혹이 언론으로부터 끊임없이 제기되어 결국 사퇴했고, 최근 총리 메르켈의 최측근이었던 교육부 장관 샤반의 박사학위 논문이 표절로 판정되면서 사임했다.

잘못에 대한 검증과 결과에 대한 응분의 대가는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해 존중되어야 할 최소한의 원칙이다. 이를 위한 언론과 시민의 감시는 거부되어서는 안 될 책임이다. 원칙을 따르는 사람들이 존중받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국가의 도움을 제공하는 사회, 공직자들은 그런 사회를 실현해가기 위한 구조를 세우는 사람들이다. 권력을 이용해서 재산을 축적하고, 왜곡된 전문성으로 국민을 기만하는 그런 후보자들이 이번 인사청문회에는 제발 보이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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