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보장 중심의 사회보장제도는 산업화가 초래한 사회위기를 극복하는 사회제도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인구구조 변화와 자본주의경제의 구조적 위기는 전통적 사회보장제도를 넘어서는 새로운 집합적 대응을 필요로 하였고, 해결방안의 일환으로 사회서비스정책의 제도화가 시도되었다. 한편 승장독식의 신자유주의 경제체계 대안의 하나로 사회적 경제가 주목받고 있다. 사회서비스정책은 서비스 대상을 사회적 취약계층에서 중산층까지 확대하였으며, 서비스 제공방식도 공급자 중심으로부터 수요자 선택방식(바우처 방식)까지 확장하였다. 사회서비스 제공기관도 민간 비영리기관 중심에서 사회경제 조직, 영리조직까지 다양한 조직형태를 포괄하고 있다. 사회서비스가 제도화된 유럽의 경우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조직이 주요 사회서비스 제공조직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0년 자활사업이 도입된 이래 자활공동체(자활기업) 육성, 2008년 사회적기업, 2012년 협동조합까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국가의 사회정책적 모색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여기에 더하여 정부는 마을기업, 커뮤니티 비즈니스 등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경제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국가의 제도적 지원으로 2012년 12월 기준으로 1천200여개의 자활공동체, 700여개의 인증 사회적 기업, 1천500여개의 예비사회적기업 등 양적으로 상당한 외형적 성과를 가져왔으며, 많은 단체들이 협동조합으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의 지원에 힘입은 사회적 경제활동의 급속한 양적 성장의 이면에는 적지 않은 우려점들도 있다. 사회적 경제활동은 공공성과 혁신성을 결합한 하이브리드적 특성에 기반하고 있다. 따라서 두 특성을 균형 있게 반영하면서 기업활동을 전개하는 사회적기업가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사회적 경제활동의 주역은 사회적기업가정신을 갖춘 혁신적 시민이다. 정부의 역할은 이들이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 사회적경제 필드의 수준을 넘어서는 과도한 지원은 오히려 사회적경제의 발전에 독이 된다. 실제로 지난 5년간의 인건비 지원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기업정책은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정부지원의 종료와 동시에 기업활동이 위축되거나 중단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활동이 민간의 자발성에 근거하고 있으나 적절한 공공의 지원 역시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개별기업 지원은 필요한 유형의 경우에만 한정하고,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활동하는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육성하는 방향으로 정부의 정책적 관점이 전환되어야 한다. 여기서 생태계(ecosystem)란 자연생태계에서의 공생적 관계를 사회과학적 관점에서 적용한 것이다. 사회적경제 생태계는 가치복합체를 생산하기 위해 플랫폼을 공유하면서 공생과 공진화 관계를 형성하는 조직들 간의 체계를 말한다. 가치복합체란 다양한 상품, 서비스, 기술 등이 서로 결합하고 연결되어 함께 소비됨으로써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 및 서비스의 집합이다. 플랫폼은 가치복합체의 구성요소들이 함께 공유하면서 그것을 매개로 서로 연결되어있는 기반요소를 의미한다.

사회적경제 생태계는 사회적 경제조직이 성장할 수 있는 유기적 환경체계로, 사회적 경제조직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해당사자 간 네트워크 체계이다. 사회적경제 생태계는 사회적 경제조직의 성공을 돕는 자본 인프라와 사회경제문화적 환경으로 구성된다. 자본인프라는 인적자본, 금융자본, 지식자본, 사회정치자본으로 구성되며, 환경요인은 국가정책, 언론홍보와 문화적 인지도, 경제사회적 조건 그리고 유관분야활동을 포괄하고 있다. 다른 요인들도 중요하지만, 사회적경제 생태계의 핵심은 인적자본과 금융자본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생태계는 지역사회와 조응해서 작동한다는 점이다. 사회적경제 활동이 활발한 지역사회는 생태계를 개선할 가능성이 높으며, 역으로 생태계를 구성하는 요인들은 사회적경제 활동에 직간접적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즉, 사회적경제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는 생태계는 역동적이고 통합적인 지역사회를 전제로 한다. 정부의 정책적 관심이 개별 사회적 경제조직 지원으로부터 지역의 생태계 육성으로 전환되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