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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사회]‘빈곤과 폭력없는 세상으로’

 

해마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맘때쯤이면 중요한 행사를 떠올린다. 올해로 스물아홉 해를 맞이하는 3·8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한국여성대회이다. 3·8 세계여성의 날은 1908년 미국 루트거스 광장에서 여성노동자들이 생존권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선 것을 기념하며 시작되었다. 당시 섬유 공장의 노동자였던 여성들은 생존을 의미하는 빵과 참정권을 의미하는 빨간 장미를 들고 그들의 권리를 주장했고, 1910년 코펜하겐에서 ‘국제 여성의 날’을 기념하자는 결의가 채택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한국은 1920년 3월 8일, 최초로 여성의 날 기념행사를 진행했으나 일제강점기와 탄압으로 인해 중단되었다가 1985년부터 여성의 날을 다시 기념하기 시작했다. 현재 중국과 러시아, 캄보디아 등 몇몇 나라의 경우 여성의 날은 국가가 지정한 공식 휴일이며 유급 휴가를 보장받는다.

2013년 한국여성대회의 이슈는 ‘빈곤과 폭력 없는 세상으로’이다. 그동안 여성들은 호주제 폐지, 여성인권 관련법 제정, 성폭력친고죄 폐지 등 알토란같은 성과를 이루었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에 대한 차별과 인권침해가 존재하며 폭력을 경험하고 사회양극화 등으로 여성의 삶의 조건은 더욱 나빠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성폭력, 성매매, 미혼모를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과 가정폭력의 위험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며, 기업에서의 여성 차별 또한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있지만, 노동·복지정책은 여성에게 매우 배타적이다.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38.9%로 OECD 1위이며,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는 전체 여성노동자의 61.8%로 남성의 1.5배이다. 이들 중 고용보험 미가입률이 60% 수준이다.

한국은 전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갖고 있으면서도 성 격차지수는 108위(135개국 중)로 OECD 최하위 국가이다(2012, 세계경제포럼). 이는 한국사회에서 ‘성평등’ 의제에 대한 관심과 실천이 매우 저조함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날로 심각해지는 한국사회의 성 격차는 여성들로 하여금 출산을 자발적으로 포기하게 하였고, 일·가정·육아 그 어느 것에서도 행복할 수 없게 만들었다.

여성의 대학진학률과 사시합격자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많은 여성들은 경력단절과 저임금·비정규직으로 사회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고, 노후는 불안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실질적인 남녀 간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단계적 계획과 실행, 그리고 성과 공개를 통한 정책 환류 시스템을 마련하여 대다수 여성의 삶을 변화시키는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지난해 수원지역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으로 국민들은 혼란과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서둘러 대책마련을 위한 정책들이 쏟아졌다. 주로 CCTV를 설치하고 방범순찰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발표했지만 주민들과의 만남을 지속했던 시민단체에서는 뜻밖의 대안을 요구 받았다. 마을이 흉흉하다는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꽃길을 가꾸어 달라는 것이다. 감시체제를 강화하는 것이 범죄의 예방과 대책이 아니고, 마을공동체를 통한 인식의 개선이 대안이라는 따끔한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여성폭력의 문제는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심각한 차별이기에 우리사회 전 영역에서 인권감수성을 제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공교육 체계에서 학령기 학생을 대상으로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나, 가정통신문이나 전단지 배포 등으로 대체되고 있을 뿐이다. 여성폭력예방교육은 성인지적 감수성, 인권감수성이 기본으로 증진되어야 하며, 이는 개인의 인식이 변화되어야 하는 것으로 전 연령에 걸쳐 지속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새 정부는 헌정사상 첫 여성대통령 시대를 열었다. 임기 동안 한국사회에 살고 있는 여성의 삶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여 여성이 자신의 삶, 혹은 이후 세대의 삶이 변화할 것이라 기대하며 지지한 것에 대해 화답해야 할 것이다. ‘빈곤과 폭력이 없는 세상’을 향해 3월 8일 여성들은 또다시 힘찬 한 걸음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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