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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진 경기도청 학습동아리 아이디어 게릴라 회장

 

올해 초 경기도청 공무원노동조합 홈페이지에 가슴 아픈, 하지만 따뜻한 사연이 하나 올라왔다. 내용인즉, 오랜 기간 병마와 외로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와중에 생각지도 못한 동료 직원들로부터 온정의 손길이 전달되면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내용이다.

사연을 올린 차덕배(45) 주무관은 17세 때부터 만성 신부전을 앓아 왔다. 신부전증은 악화되지 않도록 평생 관리를 받아야 하는, 완치가 어려운 난치 질환으로 신장의 손상과 기능의 감소 정도에 따라 5단계로 나뉜다.

차 주무관은 근무하던 경기도 해양수산자원연구소도 휴직하며 병세가 악화되는 것을 막으려 했지만, 병세는 점점 악화돼 현재 4단계에 접어들었다. 조만간 투석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오랜 기간 병마와 싸우느라 가정 형편도 여의치 못해 휴직 후 고향인 전북 임실로 내려갔고, 치료를 위해 한 달에 1~2번 정도 부천 가톨릭성모병원을 찾고 있다. 기약 없는 투병으로 심적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 차 주무관에게 지난해 말 뜻밖의 소식이 날아들었다. 동료 직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성금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성금 전달과 함께 차 주무관이 주의해야할 음식과 치료 시 지원받을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차 주무관에게는 그 어떤 묘약보다 투병 의지와 희망을 다시 솟게 하는 치유의 손길이었던 셈이다.

이에 차 주무관은 도청 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 “동료 직원들이 보내준 응원은 극병의 묘약이요 선약이다. 따듯한 격려와 응원에 더욱 힘을 낼 수 있게 됐다”고 감사의 마음을 남겼다.

 


차 주무관에게 전달된 성금은 도청 학습동아리 ‘아이디어 게릴라’의 작품이다. 아이디어 게릴라는 지난해 말 도청 직원들과 도민의 새해 소원을 모아 소원지도를 만드는 ‘so~one(소원) 이루어지는 날’ 이벤트를 통해 모금한 900만원에 상반기 ‘하얀천사 되는 날’ 성과시상금 300만원을 더해 총 1천200만원의 성금을 마련했다.

이 성금은 아이디어 게릴라 회원과 도청 공무원노조가 각각 3개조로 나눠 1년 이상 질병으로 휴직하고 있는 차 주무관을 비롯한 6명에게 전달했다.

또 성금 전달에 앞서 ‘소원 이루어지는 날’ 이벤트 때는 투병중인 모든 직원들의 병이 낫기를 새해 소원으로 빌었다. 지난해 6월 보훈의 달에 가졌던 ‘하얀천사 되는 날’ 이벤트 때는 관내 보훈대상자 가운데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15명에게 보청기를 선물하기도 했다.

직원 스스로 기획하고 참여한 ‘하얀천사 되는 날’ 행사는 출근길에 나선 직원을 대상으로 1천원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십시일반으로 모았고, 너나없이 소중한 뜻을 담아내 훈훈함을 더해줬다.

아이디어 게릴라는 이전에도 상상워크숍이나 지구촌 어린이 돕기 행사인 ‘유니세프 인형만들기’를 주최해 도청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박덕진(경기도인재개발원 교육컨설팀 과장) 아이디어 게릴라 회장은 “앞으로도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어려움에 처한 동료와 이웃들에게 따듯한 온정의 손길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이디어 게릴라는 지난해 2월 도청 직원 30여명이 모여 발족한 학습동아리다. 취지는 도에서 실시중인 ‘제안제도’의 활성화. 도민과 동료들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보완하고 숙성시켜 제도로 채택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이들의 주요 목적이다.

또 다양한 홍보를 통해 보다 많은 도민과 동료들이 아이디어를 제안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분야별 명사 초청 강연과 세미나 등을 통한 아이디어 창출 교육과 하얀천사, 소원이벤트 등 나눔활동도 빼놓지 않고 있다.

박 회장은 “도민과 동료들이 나름 심혈을 기울여 아이디어를 제안하지만 제도로 반영되지 못하고 탈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되는 것이 안타까워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학습동아리를 형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참신하고 실효성 있는 아이디어도 좋지만 누구나 쉽고 편하게 아이디어를 제출하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의 모태를 좀 더 들여다보면 인터넷카페 ‘아이디어 바이러스’(http://cafe.naver.com/gideain)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들은 카페에 올라오는 아이디어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실현가능을 높여 정책화로 이끌어내 자신만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동력원으로 삼고 있다.

동아리 발족과 함께 개설한 아이디어 바이러스 카페에는 현재 월평균 40~50여건의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개설 채 1년도 되지 않아 회원수도 4천명을 돌파했다. 분야도 성범죄 예방, 교통카드 개선, 취업난 해소, 스쿨존 금연표시, 주말 이동약국, 나물반찬 창업 등 정책부터 소소한 일상까지 다양하다.

 

성과도 뒤따랐다.

한 카페 회원이 제안한 ‘야간 아파트 동호수 쉽게 구별하기’란 아이디어는 지난해 말 제안심사위원회에서 장려상을 수상, 300만원의 성과시상금까지 받았다. 야간에 아파트 동호수 표시가 구분하기 어려워 위급한 상황에서도 앰뷸런스와 소방차가 헤매는 경우가 많아 이를 개선하자는 것이었다.

이 제안의 수상은 아이디어 게릴라의 작품이다. 당초 제안은 야간에 아파트 동호수를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단순하게 제출됐다. 아이디어 게릴라는 이를 야간 식별이 편하도록 야광페인트로 식별을 표시하고, 표시 색상과 식별위치를 눈높이에 맞추도록 하는 등 보완에 보완을 거쳤다. 그 결과, 해당 실과 및 제안심사위를 통과,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또 연간 1회, 1~2일 공공기관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적십자사의 헌혈행사를 상설화 시킨 것도 아이디어 게릴라의 성과 중 하나다. 공공기관의 적십자사 헌혈행사 상설화 필요성 아이디어가 제출되자 아이디어 게릴라는 활용방안을 검토, 상설화 위치, 공공기관 의무실 간호사 활용 등 인력배치, 전산을 이용한 헌혈증서 배포 등의 아이디어를 더해 이를 숙성시켰다. 역시 지난해 말 제안심의위를 통과해 장려상과 300만원의 성과시상금을 수상했다.

아이디어 게릴라의 활동은 카페 회원들의 성과뿐 아니라 도 ‘제안제도’가 보다 활성화 되는 원동력이 됐다. 지난해 말 기준, 도 제안제도에 제출된 아이디어는 총 4천300여건으로, 2011년 2천88건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된 것.

아이디어 게릴라의 올해 목표는 건축, 의료 등 분야별 전문 동료들을 회원으로 영입하는 것이다. 분야별 전문성을 강화시켜 도민과 동료들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보다 숙성시키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 누구나 쉽고 편하게, 두려움 없이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는 분위기 형성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박덕진 회장은 “현재 회원 대부분이 행정직으로 의료, 건축 등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분야별 5명 이상의 전문가를 회원으로 영입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누구나 쉽게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도록 제안제도 활성화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 최영호 기자 yhpress@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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