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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고삼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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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3월 10일  16:43:56   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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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물안개 피어오르는 수면에서 자맥질하는 물오리 떼가 새벽을 열면 넉넉한 품성의 저수지는 산과 하늘, 그리고 해와 나룻배를 가슴에 품는다. 회색도시를 탈출한 강태공은 노를 저어 희미한 아침안개 속 저수지로 미끄러진다. 나룻배와 수상 좌대가 거울 같은 수면에 그림을 그리고 순간 수초 숲에서 날아오른 왜가리 한 마리가 무채색 수묵화에 생명을 불어 넣는다.
 

   
 


'은은한 달빛' 벗 삼아 행복을 낚는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섬’의 촬영지로 유명한 경기도 안성 고삼저수지를 찾으면 이런 환상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저수지의 수상좌대에서 은은한 달빛과 총총한 별들을 벗 삼아 즐기는 밤낚시의 매력도 만끽할 수 있다. 대어를 낚지 못해도 겨우내 움츠린 일상에서 탈출해 직장 동료나 친구들과 봄기운을 만끽하기에 그만일 것이다.

봄내음이 코끝을 자극하기 시작한 3월, 안성 고삼저수지를 찾았다. 1963년에 완공된 84만평의 고삼저수지는 육지 속의 바다라고 불릴 만큼 넓다. 특히 주변에 오염원이 없어 수질이 깨끗할 뿐 아니라 수초가 풍부해 붕어, 잉어, 베스 등 씨알 굵은 물고기들의 입질이 잦은 편이다.

하지만 저수지의 분위기는 광활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아늑하다. 저수지로서는 보기 드물게 물 한가운데 섬들이 떠있기 때문이다. 용이 나왔다 해서 그것을 기리는 비석을 세웠다는 비석섬, ‘8’자 모양의 팔자섬, 동그랗게 생긴 동그락섬 등 3개의 무인도가 수면을 장식하며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향림, 양촌, 삼은, 꼴미 등 이름도 아름다운 낚시터가 즐비한 고삼저수지에는 좌대만도 120여개가 설치돼 있어 낚시꾼들에겐 천국이나 다름없다. 이 중에서도 영화 속에 등장한 좌대와 선착장이 설치됐던 향림마을이 잘 알려져 있다. 지금은 물론 그 자취가 사라지고 없지만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눈에 익숙한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우거진 수초 그리고 수십 개의 수상 좌대로 인해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고삼저수지의 속살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방갈로형의 수상 좌대를 얻었다. 선착장에서 나룻배를 저어 가까운 좌대에 자리를 폈다. 아직 겨울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지만 은은한 달빛과 별을 벗 삼아 노를 저어 가는 운치가 그만이다.

저수지 위에 2평 남짓한 방갈로로 제법 아담했다. 좌대는 아무도 방해하는 이가 없는 강태공들만의 세상이 된다. 건너편 좌대에 늘어선 낚싯대의 케미컬라이트(찌에 끼우는 야광체)가 어두운 호수를 아름답게 수놓는다.

갑자기 수면이 일렁이며 찌가 흔들린다. 강태공들의 분주한 발자국 소리로 좌대가 요란하다. “에이 빠르다.” 물고기는 간데없고 빈 바늘만 매달려 있다며 볼멘소리가 들려온다.
 

   
 
   
 


한 폭의 수묵화에 푹 빠진 강태공들

어느새 별들도 하나 둘 사라지고 새벽이 열린다. 여기저기서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아름다운 고삼지의 풍경이 어우러져 한 폭의 수묵화를 그려낸다. 이제야 이해가 된다. 밤새 흔들리는 찌를 바라보고 “오늘도 허탕이야”라며 허허 웃는 강태공들의 심정을 말이다. 물고기를 꼭 잡아야만 낚시의 멋은 아닐 것이다. 잡는 즐거움보다 적막한 세상 속 풍경과 아름다운 새벽의 모습을 즐기는 것이로구나를….

낮과 밤의 온도차로 생기는 고삼저수지 물안개의 절경을 보기 위해서는 봄과 가을이 제격이다. 영화처럼 물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수면을 미끄러지는 나룻배의 정취는 바로 동양화의 한 장면이다. 이른 새벽 배를 저어 희미한 안개를 뚫고 고삼지 유람에 나섰다. 물안개를 거느리고 돌아온 수심 깊은 산 그림자와 이른 새벽부터 세월을 낚고 있는 강태공들의 모습이 평화롭다.

저 멀리서 커다란 회색 날개를 펄럭이며 유유자적하는 왜가리도 수면을 날아오르고 노 젓는 물소리에 화들짝 놀라 솟아오르는 물오리 떼의 분주함도 아름답다. 저수지의 중심으로 나가자 철새들의 보금자리인 팔자섬, 동그락섬 등이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자전거 하이킹 코스도 일품

고삼저수지는 달골·구시기·새터·꽃뫼 등 아름다운 마을을 짚어가며 드라이브나 자전거 하이킹을 즐길 수도 있다. 고요한 물가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다보면 ‘철퍼덕’ 물고기 뛰는 소리와 새들의 비상이 한데 어우러져 환상적인 길이 된다. 천천히 풍경을 감상하면서 저수지를 한 바퀴 도는 데 자동차로 1시간 정도, 자전거로는 4시간가량 걸린다.

◇여행메모

△가는 길=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안성IC를 나와 38번 국도를 이용해 안성 방면으로 가다 당왕 사거리에서 좌회전해 70번 지방도로를 타면 된다. 또 신갈IC에서 영동고속도로를 진입해 양지IC를 나와 3번 국도를 타고 안성방면으로 가다 칠성주유소에서 우회전하면 된다.

 

   
 

△볼거리=철새들의 보금자리인 금광호수와 청룡호수 등이 있다. 특히 금광호수는 호반 드라이브 코스가 좋으며, 경치 좋은 곳마다 이색적인 찻집이 박혀 있어 주말 봄나들이 코스로 그만이다. 또 3월 하순부터 매주 토·일요일에 안성 남사당전수관 야외공연장에서 열리는 안성시립남사당바우덕이 풍물단의 남사당놀이는 빼놓을 수 없다.(031-678-2512) 또 안성 팜랜드는 ‘국내 최대 체험형 놀이 목장’으로 손색없다. 129만㎡에 이르는 광활한 규모는 그렇다 쳐도 입구에서부터 이국적인 풍경이 압도한다. 독일식 건축물들이 늘어선 도이치 빌리지는 마치 외국에 온 양 주위를 둘러보게 한다.

조선후기 의적 임꺽정의 전설이 서려 있는 천년고찰 칠장사는 안성 시민들이 추천하는 명소다. 선덕여왕 5년(636) 자장율사가 창건한 칠장사는 고려시대 혜소국사가 중창한 사찰로 경내에 다량의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미리내성지도 빼놓을 수 없다. 구한말 천주교가 박해당할 때 신자들이 숨어 살던 곳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신부의 묘가 안치되어 있는 한국천주교의 대표 성지다. 장날에 맞춰 간다면 안성오일장 나들이도 추천할만하다.

 

   
 

△먹거리=수상좌대를 대여해주는 향림마을의 ‘금터낚시터(031-674-3642)’의 메기매운탕과 붕어찜은 별미다. 중부고속도로 일죽IC 옆에 있는 서일농원은 슬로푸드의 대명사다. 어머니의 손맛을 느끼게 해주는 된장, 고추장, 청국장 등 전통장류와 더덕, 깻잎, 무말랭이 등 장아찌류 등이 2000여개의 항아리에 담겨 있어 보기만 해도 정다워진다. 또 안성시 창전동 중앙파출소 부근에 위치한 ‘안성댁가마솥장국밥(031-673-2606)’은 구수하고 담백한 맛의 장터국밥으로 유명하다.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손맛이 옛 안성장터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안성 미양면의 안성마춤 쌀밥집 금산정(031-677-3737)은 남안성IC에서 가깝다. 쌀의 고장 안성에서 나는 찰지고 좋은 쌀로 밥을 지어낸다.

글·사진 │ 조용준 여행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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