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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실칼럼]젊음의 묘약 ‘학습’

 

일찍이 성현 공자는 그의 논어편에서 ‘학이시습지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라 하여 ‘배움의 즐거움’이야말로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가치로운 일임을 후세들에게 가르쳤다. 그랬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역시 지난해 여의도에서 양재동으로 청사를 이전하면서 ‘배우고 때로 익히니 기쁘지 아니한가-평생교육의 큰 집’이라는 대형 걸개 휘장을 외벽에 아주 오랫동안 걸어 놓았었다. 오가는 많은 이들이 궁금해 했다. 여기가 대체 뭐하는 곳일까? 하는 표정으로 말이다. ‘학습민족’이라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 국민들은 오랫동안 삶 살이 그 자체가 학습이었다.

학습의 중요성은 오늘날과 같은 저출산 초고령화 사회에서 점점 더 그 의미가 부각된다. 세계적 장수국가로 불리는 이웃 일본은 최근 ‘21세기 비전 2030’에서 ‘평생이전직사학습체제(平生二轉職四學習體制)’를 발표하였다. 전 국민이 80세까지 평생 자신의 재능을 향상시켜야 하며, 평생 최소한 두 번 이상 전직을 하게 되고, 이를 위해 최소한 네 번 이상의 생애학습이 필요하다는 요지다. 생애초기의 학교교육, 두 번의 전직을 위한 교육 그리고 은퇴 후 이모작을 위한 교육 등이다.

우리 사회 또한 못지않은 장수국가의 반열에 들어섰다. 곳곳에 100세 시대를 알리는 글귀들과 함께 노인이 아닌 ‘골든 에이지’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새로운 세상이 오고 있다. 현재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553만을 넘어 총인구의 11.3%를 차지한다. 인구 10명 중 1명 이상이 노인인 세상을 맞고 있다. 2026년에는 고령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온다고 한다. 고령화에서 고령사회로 전환되는 데 프랑스는 115년, 미국은 73년, 일본은 24년이 걸렸고 한국은 18년에 불과하다고 한다. 가히 ‘이미 늙은 한국사회’라는 표현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우리의 늙음에는 좀 특별한 그 무엇이 있다. 고령 한국의 어르신들에게는 절망이 아닌 ‘희망의 복음’이 전해진다. 바로 평생에 걸친 ‘지치지 않는 젊음의 묘약인 학습’이다. 학습강국 특유의 지치지 않는 특유의 고유한 교육열이 바로 그것이다. 그 어떤 불로초에도 비견될 수 없는 그야말로 최고의 젊음의 명약이다. 최근 발표된 한 박사학위논문은 실로 젊음과 학습의 상관관계가 꽤나 높음을 증빙하고 있다. 학습은 노인들의 신체적 건강과 정서적 활동성, 인지적 두뇌 활동성 등에 있어 13.9%에서 20.4%의 높은 관계 설명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노인들이 학습에 참여하고 즐김으로써 몸과 마음과 머리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한 집 걸러 한 집이 배우는 곳이라 할 만큼 우리네 주변에는 도처에 수많은 배움터들이 있다. 80세 이상의 어르신들이 신나는 배움을 일구고 있는 한글학교는 물론 대학 캠퍼스도 어느새 노익장들의 실버학습 바람이 뜨겁다. 신나는 젊음이 그득 느껴지는 어르신들을 보며 학습이야말로 젊음의 묘약임을 필자는 확신한곤 한다. 필자의 노모 또한 그 산증인의 한 분이시다. 어머니는 긴 세월 아이들을 가르치는 초등학교 선생님이셨고 지금은 80세를 훌쩍 넘겨 90을 바라보는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젊은 사람처럼 등에 책가방을 메고 공부하러 다니신다. 사찰 노인대학원과 마을복지관 등지에서 컴퓨터와 영어와 실버 요가 등을 배우신다. 밤에는 마치 아이처럼 초롱초롱한 눈으로 예·복습과 숙제도 하신다. 그래서인가, 어머니는 아직 너무도 정정하시다. 주름 하나 없이 고우신 어머니의 모습에서 필자는 학습이야말로 최고의 ‘젊음의 묘약’임을 확신한다.

대학가도 어느새 만학의 학습자들로 ‘황혼의 캠퍼스’가 된 지 오래다. 뜨거운 학구열로 도서관을 가득 채우고 있는 학생 중에는 놀랍게도 50~60대 만학도들이 적지 않다. 필자에게는 수십명의 박사 제자들이 있다. 그들 역시 주경야독의 감동적인 만학도들이다. 그들은 밥 먹는 시간조차 아깝다며 노트북 켜놓고 독수리 타법으로 뚜벅이 워피를 쳐대며 촌음을 아껴 공부한다. 하얗게 밤을 새워가며 나이를 잊고 열공 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놀라운 학습저력을 발견한다. 늘 무언가를 배우는 사람은 결코 늙지 않는다. 늙을 시간조차 그들을 비껴가는 듯하다. ‘학습’이라는 신기한 ‘젊음의 묘약’이 있는 한 그들은 ‘영원한 청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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