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경찰 충혼탑 제막식과 추모공원
[사람과 사람]경찰 충혼탑 제막식과 추모공원
  • 경기신문
  • 승인 2013.03.20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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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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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두 시인, 시나리오 작가

권정생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유명한 동화작가이다. 눈이 소복이 쌓인 어느 겨울날이었다.

교회 종지기였던 권정생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침 일찍 일어나 종을 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맑은 종소리가 하늘 가득 울려 퍼졌다. 아침 미사를 보기 위해 교회에 온 사람들 역시 맑고 향기로운 종소리를 들었다.

지나가던 사람들과 아침 인사를 나누면서도 권정생은 부지런히 종을 쳤다.

바로 그때, 그에게 인사를 하려던 한 사람이 장갑도 안 끼고 종을 치는 그의 모습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추위로 빨갛게 손이 텄지만, 권정생은 아무렇지 않게 웃어 보이기만 했다. 걱정된 그 사람이 물었다.

“이렇게 추운 날에는 장갑을 끼셔야죠. 동상에라도 걸리면 어쩌시게요?” 그러자 권정생이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 장갑을 끼고 종을 치면 손이 얼지 않아서 좋죠. 하지만 그만큼 제 손이 게을러져서 맑고 투명한 종소리를 낼 수가 없게 됩니다. 조금 춥더라도 맨손으로 종을 쳐야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한테까지 이 소리가 전달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는 가난과 질병으로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평생을 교회 종지기로 일하며 다른 이들을 위해 희생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의 아름다운 희생을 영원히 기억하게 되었다.

봉안 총 1천166위(전사자 811위. 순직자 355위) 경찰관들이 시민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전사하거나 순직했다.

그들도 추운 겨울날 동상에 걸릴 수도 있고 그 아픔을 느낄 줄도 아는 인간이었지만 사시사철 혹한혹서를 가리지 않고 우리 곁을 지켰다. 그들의 희생으로 우리는 평화의 종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가족 곁으로 무사히 돌아가야 했지만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지 않았던 경찰관들, 지난 12일 경기경찰청 아름다운동산의 495㎡(150평) ‘경기지방경찰청추모공원’에서 강경량 경기경찰청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도내 기관장과 일선 경찰서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충혼탑 제막식을 가졌다.

이 공원은 경기도민을 위해 전사하거나 순직한 경찰관들의 이름을 되새기며, 후세에게 애국심과 희생정신을 본받게 하기 위해 세워진 것이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지역이다.

경찰만을 위한 추모시설은 의정부밖에 없다. 반면에 다른 지방에는 많은 경찰추모시설이 들어서 있다.

경찰박물관과 서울경찰청의 미디어홀에서는 경찰을 추모하는 다양한 자료가 갖춰 있으며, 부산 동백광장 경찰추모시설, 경남경찰청과 대구경찰청, 강원경찰청, 전북경찰청 등 전국 곳곳에는 다양한 경찰추모시설이 있다.

경기경찰청은 인근 야산에 등산로도 없고 험해서 시민들이 거의 이용하지 못하고 있어, 이 공간을 이용해 경기지방경찰청 추모공원을 조성한 것이다.

추모공원은 야산을 드나들 수 있는 아기자기한 산책로가 생기고 녹음을 맛보며 잠시 앉아 사색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경찰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시민들을 위한 공원이 되었다.

전사 순직 경찰관들은 자신의 안위보다는 시민을 위해 희생한 경찰관들이다. 이 공원은 자라나는 후손들에게 교육의 장을 제시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도 기를 수 있고, 많은 경찰관들에게는 긍지와 사명감을 갖고 국민의 경찰로 성장케 할 것이다.

염태영 수원시장도 바쁜 일정을 뒤로하고 추모공원을 찾아 헌화했고, 추모공원에 각별한 정성과 따스한 마음을 보내줘 경찰에게 박수를 받았다.

제막식은 전사. 순직경찰관 특진추서와 흉기에 찔려 사망한 故 이기홍 경장의(성남수정서) 부친 이종원 님의 유족대표인사가 있었고, 대표인사는 자리를 숙연케 했다.

작가 신원재 교수의 충혼탑 조형물에 대한 작품설명과 무용가 정고을 선생의 진혼무가 있었고, 섬진강 시인으로 소월시문학상과 윤동주문학상 등으로 잘 알려진 김용택 시인의 추모헌시『그대는 지금 어디 있는가』 낭송이 있었다. “길 위의 순찰차처럼/사시사철 추위와 더위 속/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던/그대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해와 달도 별도/마을의 따스한 불빛들도/그대 등 뒤에서/꺼지지 않으리니/그대여 고이 잠들라/고운해가 그리운/그대 얼굴 위에 영원하리라.” 비록 규모는 작지만 짜임새 있는 공간이다. 많은 도민들이 한 번쯤 둘러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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