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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사회]불산, 소나무의 진실

 

작년 구미에서 발생한 ‘불산’ 누출사고의 끔찍한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청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등 전국에서 유해화학물로 인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연달아 발생하는 누출사고는 유해화학물의 무서움과 심각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고, 해당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안전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생활하고 있는 수많은 시민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심각해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해 발생한 구미의 불산 누출사고는 거의 재앙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5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갔고, 18명이 입원치료를 받았으며, 1만3천여명의 지역주민과 노동자들이 검진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농작물과 가축 등의 피해가 심각해 보상금으로 확정된 금액만 360억원에 달했다. 또한, 심각한 토양오염으로 인한 2차적인 피해가 우려되고 있어 올해 농사짓기와 농작물의 판로가 불투명하여 지역주민들의 경제적인 피해는 물론 정신적인 피해의 경우 심각하여 치유가 불가능할 정도다. 안일한 대처와 축소하기에 급급한 관계당국의 행태는 국민적인 비난을 받아 마땅했다.

또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의 경우에는 더 큰 사회적인 문제로 확산되었다. 전국적으로 특별점검이 실시되고 관리감독이 강화되었음에도 또 하나의 가족을 호소하며 초일류 기업을 지향했던 대기업에서 발생한 사고로 전 국민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해당 사업장에서 관리감독 기관에 보고된 자료는 경찰과 관계당국의 조사결과와 전혀 일치하지 않았고 의혹을 제기하면 감추기에 급급해 진실을 외면하여 더욱 사회적인 지탄을 받았다. 사고에 대처하는 관계당국의 대응수준은 더욱 시민들과 사업장의 노동자들에게 불안감을 부채질하는 결과를 초래하였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보다는 책임소재를 가리는 데 급급해 다수의 사고가 우리에게 보내는 위험신호를 진실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불산가스의 특성을 무시한 채 사고 직후 대기 중의 불산가스 농도를 측정하여 누출이 없었다고 발표하는 무지를 드러냈고, 과학적인 근거와 객관적인 증거를 도출할 수 있는 조사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출사고를 서둘러 마무리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비록 당시 사고에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지속적으로 누출이 진행되었는지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주변에 자라는 소나무는 잎사귀에 진실규명을 할 수 있는 증거를 담고 있었다.

잇달아 발생하는 사고는 우리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신호를 계속해서 보내고 있다.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산업화가 진행되었고 40여년이 지난 지금 내구연한에 대한 규정도 없어 설비 노후화를 방치하고 있고, 1990년대 후반부터 진행된 외주화 물결로 유해화학물의 관리는 다단계 하청 초단기 노동자의 몫으로 치부되고 있다. 성장중심의 국가체제하에서 기업들의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쳐 안전은 나 몰라라 하는 실정이며 협력관계로 성장한 영세한 하청업체의 처벌에만 치중해 사회적인 비난이 거세다.

복잡한 유해화학물질 관리체계는 하루빨리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이번에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문제가 된 불산의 경우 고압가스 상태이면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의해 지식경제부 관할이 되고, 액체 상태이면 화학물질관리법에 의해 환경부의 소관이 되고, 노동자의 작업과 관련되면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 고용노동부의 소관이 된다. 또한, 사고가 발생하여 농작물이 오염되면 식약청, 대기수질토양이 오염되면 환경부가, 작업자가 오염되면 고용노동부가 관여하는 매우 복잡한 체계를 가지고 있다. 생산에서 폐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개입하고 조절하는 통합된 기구가 있어야 한다. 법의 사각지대를 하루빨리 보완해야 하며 사고 발생 시 전 과정에 대한 대처능력이 훈련되어야 한다.

예부터 우리는 소나무 가지를 꽂아 사람의 태어남을 알리고, 소나무로 만든 집과 생활도구와 땔감을 이용하다가, 소나무로 만든 관에 들어가 죽는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아왔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의 관계로 이 세계를 유지하는 것처럼 국민의 피와 땀으로 성장한 산업사회의 한 축인 기업도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고 사회를 유지하는 범위에서 보편적인 사회구성원의 통제를 소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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