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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람]경찰교육원에서

 

경찰교육원에 도착하자 눈발이 갑자기 날렸다. 겨울이 지나갔는데도 바람은 스산했다. 아마도 이 눈이 마지막 눈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세상의 많은 것들이 하얗게 점철되었다. 정문 초입에 들어서자 ‘교육개혁 원년! 교육만이 살 길이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안병하홀, 정종수홀, 최규식홀, 후생관 등에서도 이러한 문구가 선명하게 보였다.

‘교육만이 살 길이다.’ 이 말은 경찰지휘부가 교육에 대한 열망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조직문화를 변화시키고 국민을 섬기는 감성치안과 인문학을 중요히 여기며 경찰교육기관에서 강의하는 필자로서는 반가운 마음이다.

교육은 사회 구성원들 간의 조화와 화합을 이루며, 인류 공영의 근간이다. 특히 헌법에 명시된 인간다운 삶, 풍요로운 삶, 인권적 삶을 행복으로 견인해 주는 견인차 역할을 하며, 각종 범죄 예방 및 타자에 대한 사랑과 이해를 가능케 하는 상호 호혜적 평등을 실현하는 구심점이다. 21세기에 필요한 고부가가치 지식인재 육성 발굴을 위해서도 교육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인문학과 작가로서 활동하고 있어서 때론 오해를 받곤 한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유명한 영화감독 알프레드 히치콕의 말을 떠올린다. ‘배운다는 것은 예사로운 기쁨이 아니다. 그러나 배움의 기쁨도 가르치는 기쁨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글을 쓰고 문화와 연대하는 필자는 많은 시선도 받지만 경찰관들에게 인문학을 교육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애착과 사명감으로 오랜 시간을 걸어왔다.

필자는 온종일 가해자와 피해자, 고소인과 피고소인, 혹은 고발인과 피고발인 등 보통 사람들이 평생 한두 번 겪을까 말까 한 사건들을 겪고 있는 사람들만을 주로 만나고 상대하는 직업을 가진 탓에 이를 이기려고 문학에 더 심취하며 살았다. 기가 약한 사람이라면 정신분열이라도 일으킬 만큼 극단적으로 배치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상처 없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만, 우리 주위에는 가난하다거나 육체적인 힘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따돌림을 당하고, 마침내는 세상에서 버려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나는 날마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고, 그런 사람들과 생활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어서, 누구보다도 이들의 아픔과 상처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인간의 아픔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야 할 것이다. 경찰지휘부에서 교육을 통해 경찰 조직을 새롭게 변화시키려 하고 문화와 인문학의 힘에 주목하고 있어, 필자는 매우 반가운 심정이다. ‘수사의 전문성과 공정성, 경찰관의 청렴성과 조직의 경쟁력, 쇄신의 효과성을 높이는 핵심열쇠는 교육임을 명심해 달라’는 경찰청장의 함축적인 메시지가 필자의 시선을 끌었다.

국민이 있기에 경찰이 있고, 경찰은 국민을 섬기고 보호하는 마음과 소양을 길러야 할 것이다.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경찰문화를 양성하기 위해 필자는 영화와 인문학을 통해 인성교육을 하고 있다. 경찰교육원에서 근무하는 한 선배는 후방부대인 영암에서 모셨던 상사이기도 하다. 선배의 초대 아닌 초대를 받아 인근의 한 술집에서 구수한 술잔을 나눴다. 술집 주인은 충청도 사람이지만 지역색을 넘어 선배와 가족처럼 지내는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다.

주인 김씨는 이렇게 말했다. “경찰이 아니에요. 우리 이웃사람이죠.” 선배의 생일이라는 것을 모르고 참석한 자리에는 형수도 계셨고 이웃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필자는 서둘러 케이크를 준비했다. 경찰이란 조직의 냄새를 남기지 않고 이렇듯 주민 속의 경찰로 서 있는 선배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었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보다는 ‘나 하나만이라도’라는 생각이 중요하다. 경찰관 한 사람의 행동과 품성은 곧 경찰 전체를 홍보하는 것이자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다. 앞으로도 인문학을 통해 경찰 조직문화를 발전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 문학과 인문학은 매우 중요하다. 교육개혁의 큰 업적을 남기고 퇴임하는 김기용 경찰청장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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