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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히드라 머리 같은 가시 뽑기

 

그리스 로마 신화에 머리가 9개 달린 괴물 히드라를 헤라클레스가 물리치는 이야기가 있다. 이 괴물은 머리 하나를 자르면 다시 2개가 솟아나고, 죽음을 모르는 가장 강한 머리 하나는 잘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헤라클레스는 조카의 도움을 받아 머리를 자른 곳을 불로 지져서 다시 나오지 못하도록 근원을 제거하였다. 마지막 불사의 머리는 거대한 바위로 깔아 뭉개버렸다. 대통령께서 얼마 전 손톱 밑 가시 뽑기는 히드라의 머리를 자르는 일처럼 하나를 뽑으면 또 나오기 때문에 아주 단호하게 해야 한다고 공무원들에게 주문하였다. 기업 활동에 불편을 주는 불합리하고 황당한 규제들을 찾아 철저히 제거하려는 대통령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일등 기업을 가장 많이 보유한 독일은 우리가 말하는 손톱 밑 가시 뽑기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히드라 사례도 독일정부의 2011년 규제활동 연차보고서 서문에 나오는 이야기다. 독일정부는 규제 하나하나를 지키기 위해 드는 정부와 민간의 비용을 계산해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 간 25%에 해당하는 약 125억 유로(한화 17조5천억원)를 줄이도록 계획을 세우고 국가규범통제위원회에서 철저하게 점검하면서 성공하였다. 법치주의가 잘 정립되고 합리적인 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독일에서 이러할 정도면 다른 나라에서 이 가시 뽑기 필요성은 더 클 것이다. 우리나라도 민간 연구기관의 2008년 자료를 보면 연간 규제비용이 78조원, 기업 한 곳당 2천400만원이 든다고 하였다. 정부가 중소기업에 시중은행보다 3% 낮은 금리로 한 해 10억원을 빌려 주어야 이 정도의 효과가 생긴다. 그러니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면 정부 지원을 해주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있어서 규제개선을 또 하나의 정부 지출이라고도 한다.

독일은 가시 뽑기로 17조원 절감

중소기업 현장에 가보면 공공기관의 납득하기 어려운 규제나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는 업무처리를 하소연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검사인증이나 구매 분야에 이러한 애로가 많다. 공공기관에 납품하는 하수도관의 경우 한 제품에 인증마크를 6개나 받았지만, 대부분 검사항목이 서로 비슷해서 한 개 항목 차이 때문에 다른 인증마크를 따고 검사비용을 중복지불하고 있다. 인증을 받으면 그 이후에는 주기적인 교육, 공장검사, 출장비 등 사후관리 비용이 더 많이 든다. 어느 소기업은 매출액의 4%를 검사인증비용으로 쓰고 있어 허리가 휠 지경이라고 하였다. 규제기관마다 안전성을 확보한다는 이름으로 검사와 인증을 만들고 산하기관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심지어 기술방법이 같고 길이만 다른 전등램프, 출력만 다른 전동공구도 각각 따로 인증을 받게 하고 있다.

검사인증 비용에 허리 휜다

KS 등 일부 제도는 지난해 개선이 되었지만, 이처럼 185개의 법적 인증에 드는 비용이 연간 6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정작 신기술제품을 만들어 검사나 인증을 요구하면 규격이나 기준이 없어 못한다는 이유로 일 년을 넘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때문에 제품을 개발하고도 검사를 못 받아 수출을 못하는 기업이 생기고, 어렵게 창업하여 첫 생산품을 내고도 인증 때문에 발목이 잡힌다. 검사인증 분야만 아니라 산업안전, 폐기물 처리, 환경영향평가, 소방용품, 각종 단속업무 속에도 손톱 밑 가시가 숨어 있다. 정부의 재정여건이 어려워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면, 독일 정부처럼 가시를 뽑아 기업의 비용을 줄여주는 것도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독일정부의 규제철폐 연차보고서 서문을 보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가닥이 잡힐 것이다. 규제철폐는 잡초 제거와 같아서 불합리한 것은 하나라도 남겨서는 안 된다. 히드라의 머리를 불로 지지듯 뿌리를 뽑아야 한다. 헤라클레스가 조카의 도움을 받아 히드라를 처치하듯,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등 모두 참여하여 온 힘을 기울일 때만 성공할 수 있다. 마라톤처럼 끝까지 완주해야지, 중간에 그만두면 성공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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