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말 한국계 프랑스 여성장관인 플뢰르 펠르랭 중소기업혁신 디지털 경제장관이 한국을 방문했다. IT를 활용한 중소기업 육성과 한국과 프랑스 간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어느 방송사의 짧은 인터뷰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이었냐’고 물었을 때, 그녀는 프랑스의 양성평등정책은 모든 국가정책의 기조이며 올랭드 대통령은 그것을 실천했을 뿐이라고 거침없이 밝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성평등이란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인간으로서 권리를 실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성평등의 가치는 남녀 모두의 인권을 존중하고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인류가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이다.

이를 바탕으로 여성과 남성은 신체적 특징과 기능이 다름을 인지하고,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서로 다른 조건과 상황에 놓여 있음을 고려하여 국가정책을 수립·집행함으로써 남녀가 동등한 조건으로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하는 노력이 성인지 정책이다.

성인지 정책 실현을 위한 제도적 방법으로는 성별영향분석평가제도, 성인지예산제도, 성별통계 및 성인지 교육 등이 있다. 성별영향분석평가는 정부 주요정책을 수립·시행하는 과정에서 성(性) 차별적 요인들을 분석 평가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2004년 시범 운영되었고, 2012년 시행령이 발효되면서 한층 강화되었다.

성인지 예산은 예산의 편성, 심의, 집행, 결산과정에서 남녀에게 미치는 효과를 고려함으로써 정부예산 및 정책의 성평등한 재원배분을 제시하는 제도이다. 지방정부의 예·결산서 작성, 국회의 예·결산 심의활동, 모니터링 등을 전개할 수 있다.

성별통계는 여성과 남성의 사회적 조건과 공헌, 현황과 특수성을 반영한 통계자료로서, 성불평등한 사회현상을 보여주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한다.

끝으로 성인지 교육은 특정 성(性)에 대하여 불평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인식·반영하는 능력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성희롱 예방교육”, “성매매방지교육”, “아동성폭력예방교육”, “공무원성인지교육”, “성교육 및 성폭력예방교육” 등이 있다.

성인지 정책을 통해 개선된 사례를 살펴보면 여성의 화장실 이용시간은 평균 2분20초로 남성의 이용시간인 1분 24초보다 1분6초 더 길게 사용하므로 사용시간차를 고려하여 남성의 화장실 개수합보다 더 많이 설치하였다. 아동양육은 여성과 남성이 함께 책임지는 것으로 남성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를 설치하여 가족친화적인 인식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였다. 서울메트로는 1~4호선 신형 전동차의 노약자석 앞 모든 손잡이를 낮추었고, 2009년 상반기부터 운영된 지하철 9호선 객차에는 손잡이가 남성용 170cm와 여성용 163cm로 번갈아 설치되어 여성과 남성뿐 아니라 아동, 청소년 등 많은 지하철 이용 시민이 편리함을 누리고 있다. 이밖에도 다양한 정책 사례를 통해 시민 삶의 질이 달라지고 있다.

성인지 정책을 기반으로 수원시를 비롯한 30여개 지방자치단체는 여성친화도시를 조성하기 위한 정책 활동이 한창이다. 여성친화도시는 성인지정책과 도시공간정책을 접목시킨 지역정책사업이다. 안전하고 편리하며, 쾌적한 도시, 걱정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곳, 장애 없는 도시, 모두 다 행복하고 차별 없이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의 가치를 구축하여 살기 좋은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수원여성회는 올해 여성친화도시에 대한 지역주민의 인식과 역할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찾아가는 지역리더(주민) 교육을 진행한다. 여성친화도시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주민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성인지 정책은 남성과 여성이 성역할구분 이전에 한 인간이라는 인식에 근거하여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법과 제도, 사회, 조직, 가족 그리고 우리의 의식 등 모든 면에서 성평등 실현을 위한 노력은 바람직한 미래사회를 위한 시민의식의 초석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성인지 정책은 단순한 성평등의 가치를 넘어 사회통합, 인권존중, 좋은 거버넌스 등을 강화하고 공정성, 효율성, 투명성에 기여하는 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