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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한국 여성이라는 귀중한 자원

 

세계를 돌아보면, 우리처럼 자원이 없는 나라도 드물다. 물론 모든 나라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외국을 돌아다녀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우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가 기름진 땅을 포함해 얼마나 많은 자원을 갖고 있는지. 불행하게도 우리 국토는 비옥하지 못하며, 심지어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관광자원조차 제대로 없다.

가까운 이웃나라 중국의 경우만 하더라도, 국토의 넓이도 넓이려니와, 그 비옥함과 함께 다양한 천연자원은 이루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다. 넓은 땅 곳곳의 볼거리와, 만리장성과 자금성을 비롯한 관광자원은 또 어떠한가. 일본도 마찬가지다. 2차 세계대전의 패전을 제외하곤 큰 전란을 겪지 않은 국가답게 역사적 유물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섬 국가 특유의 다양한 자연에다 드넓은 대양까지 부럽기 그지없다. 그 점은 우리가 흔히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유럽 국가들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역사적 유물만 갖고도 전 세계의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데 모자람이 없다. 많은 국가가 눈물이 날만큼 부러운 관광자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관광 자원으로 얻는 수입이 아니라면 프랑스나 이탈리아, 스페인도 어쩌면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뒤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쨌든 우리 땅은 좁고 메마르며, 수많은 역사적 전란 속에 유물도 변변히 남아 있지 않고, 게다가 분단으로 국토의 반은 막혀 있는 데다, 나머지 바다 역시 온통 주변국과 영토 분쟁 중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푸념만 하고 있을 것인가. 우리 안에 그래도 미처 찾지 못한 귀중한 자원은 없는가.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에게도 뛰어난 자원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인적자원이다. 20세기 전반의 식민지와 분단 그리고 세계사에서 가장 참혹한 동족상잔의 전쟁을 겪고도 국민소득 2만 달러와 무역규모 10위 안팎의 강소국이 된 것은 전적으로 탁월한 인적자원 덕분이다. 실제로 한국인의 끈기와 열정 그리고 성취 욕구는 어느 민족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세계 최고의 교육열을 바탕으로 우수한 인적자원을 보유하였기에 다른 자원이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강소국의 자리에 오른 오늘날 우리가 21세기의 패러다임에 맞게 이 인적자원을 잘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한번 점검을 해야만 한다. 실제로 우리 경제는 지금 성장 동력의 고갈 현상을 겪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후발 경쟁국가의 기술 추격은 무서우며, 경제 체력에 있어 선진국과의 격차는 그래도 아직 남아 있다. 여기에 더해 낮은 출산율과 노령화사회로의 진입 및 급격한 복지요구는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다. 그러니 이럴 때일수록 우리의 역량을 최대화 시킬 지혜가 필요한데, 그 핵심 가운데 하나가 자원의 효율적 운용일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건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대통령 선출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것은 우리사회가 그동안 제대로 개발하지 못한 여성 인적자원의 새로운 발굴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국가통치자로서 여성을 받아들인 상황에서 원론적으로 한국여성에게 금단의 영역은 없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사회 곳곳의 유리천장은 여전하며, 차별과 억압 역시 남아 있다.

물론 사회적 변화라는 것이 결심만으로 하루아침에 이뤄지지는 않는다. 대학교육의 기회가 획기적으로 확대된 1980년대만 하더라도 여대생의 비율은 25%에 그쳤다. 그러나 지금은 여대생의 비율이 반을 넘겼다. 지난 30년 한국여성들은 고등교육을 받은 뛰어난 인적자원으로 성숙한 것이다. 문제는 그들이 능력을 발휘할 사회제도를 우리가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조금씩 나아지긴 했지만 결혼과 임신, 출산과 양육의 부담을 모두 전가하며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막아온 것이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한국여성들의 약진은 눈부시다. 차별과 억압을 이겨냈기에 더욱 강한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고, 그 점은 곳곳에서 입증되고 있다. 각종 고시 및 자격검증 시험에서의 성취는 물론이고, 문화와 예술, 체육, 국제기구, 최근에는 대학제도 속에서의 학문적 성취에 이르기까지 한국여성들은 남성들을 넘어서고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라도 이 우수한 자원을 제대로 쓸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여성 대통령의 새 정부가 짊어진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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