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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수도권 규제 완화의 딜레마

 

“이천을 떠나는 기업을 잡기 위해서는 규제개선이 시급합니다.” 조병돈 이천시장이 지난 2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불합리한 수도권규제 정책과 법령 등의 조속한 개정 또는 조정’을 간곡하게 요청하는 건의문의 요지다. 이천시는 현재 자연보전권역과 수질오염총량제 등 중첩된 규제를 푸는 것이 그야말로 발등의 불이다.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중견기업들이 공장 증설을 못해 속속 지방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10년 사이 이천시를 떠나거나 떠날 예정인 근로자 100인 이상 주요기업이 6곳이나 된다. 지역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정권 출범 시기마다 ‘뜨거운 감자’였던 수도권 규제완화가 박근혜 정부 들어 또다시 화두로 대두되고 있다. 수도권 규제의 족쇄는 참여정부 시절 가장 강하게 옥죄었다. 이전 정부에서 조금씩 긍정적 조짐을 보여 온 규제완화 정책들이 참여정부의 수도권 비대화 억제 및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가로 막힌 것이다. 대표적으로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 무산을 들 수 있다.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 당시 정부의 핵심과제였던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지방의 극심한 반대에도 수도권에 대한 규제는 완화로 급변한다. 이는 정권말기까지 온갖 비난에도 자를 수 없는 꼬리표처럼 따라붙으면서 내내 부담으로 작용했다. MB정부의 최대 실수 중 하나라고까지 한다. 국가균형발전을 도외시한 채 산업의 기반을 또다시 수도권에 쏠리게 하고 지방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MB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의 결과는 수도권 기업의 지방이전 급감으로 뚜렷이 나타난다. 참여정부 시절 연평균 44%씩 증가하던 것이 이명박 정부 들어 연평균 -22.7%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2009년 수도권보존지역 내 기존 공장 증설을 허용하면서 지방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지난해에는 자연보전권역 내 대학 이전 및 공장 신·증설을 허용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을 개정해 현재 입법예고 중이다. 이에 비수도권 시장·도지사와 지역 대표 국회의원들이 협의체를 구성, 새 정부에 수도권 규제 완화 조치를 철회해 달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그러나 새 정부 들어 수도권 규제 강화 움직임이 엿보이면서 이번에는 수도권, 특히 경기도가 역공세에 나설 태세다. 수도권 규제가 많이 완화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크게 미흡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현재 경기지역에 적용된 수도권정비법상 규제는 과밀억제권역, 팔당상수원보호구역,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10가지를 넘는다.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대규모 국책사업에서 배제되는 등 역차별 피해를 입은 만큼 보상(?)을 받아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다른 정책과는 대조적으로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확실한 언급이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 자칫 규제 강화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경기도민들의 우려가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공약에서도 큰 틀은 ‘국토의 균형발전’이다. 그 속에 ‘지방거점도시 중추도시권 육성’, ‘지방도시재생사업 추진’, 지역공약(수도권과 지역 격차 축소) 등 수도권 규제 완화 부분은 언급이 없다.

흔히들 수도권 규제 완화를 놓고 수도권과 지방 간의 제로섬게임에 비유한다. 득과 실이 불가결하니 죽기살기식 경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찬반 논리가 분명한 만큼 새 정부가 섣불리 관련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딜레마에 빠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더 이상 입장을 늦춰선 안 되며 어떤 식으로든 명확하게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틀에 갇혀 정작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수도권은 곧 그 나라의 ‘국가 경쟁력’이다. 균형발전 논리는 타당하지만 기업의 수도권 진입을 막고 규제해 강제로 균형을 맞추는 방식은 구태의연한 발상이며 이전 정부에서 모두 소기의 성과를 얻지 못했다. 정치 논리에 좌지우지 되지 말고 지방을 특성화하고 지방 기업을 키울 수 있는 정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정책의 균형이 우선돼야 한다. 공장용지를 싸게 공급하고, 세제 혜택 등 각종 지원을 통해 수도권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지방으로 가도록 하고, 반대로 지방 기업들의 수도권 유입을 자유롭게 하는 공생적·균형적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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