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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칼럼]충돌 막을 ‘신의 한 수’ 없을까?

 

북한이 지난 주말 평양 주재 외국 대사관에 유사시 철수계획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개성공업지구 문제를 제기했던 방식과 유사한 화법이다. 마치 전쟁이 곧 발발할지 모른다는 뉘앙스를 짙게 풍기면서 대외 메시지의 효과를 높이려는 의도가 감지된다. 실제 전시상황이라면 공업지구는 즉각 폐쇄해야 하고, 외국 공관은 당장 철수시켜야 한다. 이런 식으로 위협과 압박의 수위를 점차 높여간다는 것은 반전(反轉)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버리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치킨 게임’은 참가자보다 구경꾼이 더 조마조마한 놀음이다. 당사자는 설령 사고가 나더라도 질 수는 없다는 오기로 뭉쳐있을 따름이다. 기차가 다가올수록 구경꾼의 불안은 점점 커지다 못해 견디기 힘든 공포로 변한다. 더구나 구경꾼이 당사자의 피붙이라면…. 참, 끔찍한 게임이다.

‘한반도 치킨 게임’이 공포의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일부 외신에 따르면 밖에서 보는 한반도는 벌써 전쟁 중이란다. 내부에서는 아직 낙관론이 우세하다. 설마 전쟁이야 나겠어? 하지만 최소한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만은 갈수록 커지는 실정이다. 파국을 막고 반전을 끌어낼 ‘신(神)의 한 수’는 정녕 없는 걸까?

중재자가 절실하다. 중국의 역할이 줄어든 게 안타깝다. 현재로서는 중국이 할 일은 없어 보인다. 지난 2일 장예쑤이 외교부 부부장이 남한과 북한 대사를 불러 긴장완화를 요청했다. 이에 답해 남한 대사가 중국이 좀 더 나서달라고 요청했다지만 그걸로 끝이다. 북한이 유엔 대북제재에 동참한 중국의 말에 꿈쩍할 것 같지 않다. 중국이 ‘신의 한 수’를 놓을 가능성은 아예 사라진 듯하다.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나서보는 건 어떨까? 전쟁 직전 위기로 치달았던 94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평양에 간 전례도 있다. 카터는 김일성과 두 차례 회담을 통해 극적 반전의 계기를 이끌어냈다. 카터 방북의 성과로 제네바회담이 시작되었다. 끝내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카터는 남북정상회담 합의도 도출했다. 당시로서는 절묘한 ‘신의 한 수’였다.

역사는 두 번 되풀이된다지만, 클린턴의 방북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20년 전과 상황이 여러 모로 다르다. 설령 클린턴에 버금가는 인사가 미국의 대북특사로 가서 극적 반전의 기회를 또 만들어낸다고 치자.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통미봉남(通美封南) 현상이 또 벌어질 텐데, 이번엔 그 정도가 훨씬 심할 것이다. 평화의 계기가 주어지는 대가로 남한은 뒤치다꺼리를 도맡아야 할지 모른다.

우리가 먼저 특사를 보내는 것도 방법이다. 일각에서는 ‘핵을 들고 생떼를 부리는 북한의 억지를 받아줘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반발할지 모른다. 하지만 전쟁과 평화는 상호주의적 방식으로 다룰 사안이 전혀 아니다. 평화는 더 높은 국가전략의 관점에서 실현해 나가야 하는 절실한 과제다. 특히 북한을 ‘핵을 들고 생떼나 부리는 이상한 집단’으로 보면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주장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야당 쪽에서 지난 주말부터 과거 북과 대화 협상한 경험이 있는 인사를 특사로 보내자는 주장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정부 여당에서 전격적으로 고려해 볼만한 제안이라고 판단된다. 전쟁과 평화가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할 사안이라면, 이 제안은 당리당략에 얽매여 일축해 버릴 일이 아니라고 본다. 어느 정도 신뢰가 있고, 대화가 통하는 특사가 가파른 대치 국면을 푸는 데 유리하다는 걸 굳이 부인하는 게 도리어 이상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아예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대화를 제의하면 어떨까? 오히려 더 나은 ‘신의 한 수’ 아닐까? 지금까지 위기가 고조된 과정에 비추어보면 생뚱맞다고 볼 여지가 없지 않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국방의 총책임자로서 단호한 대응을 주문하는 게 당연하듯이, 국가의 대표로서 국민의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제안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더구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물꼬를 대통령이 직접 튼다는 의미도 있다. 북이 어찌 나올지 예측키 어려우나 진정성이 담긴 제안이라면 북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의 긴장이 자연 소멸할 것 같진 않다. 어찌어찌 소강상태로 접어들더라도 곧 재연될 것이다. 언제까지 이런 불안과 공포 속에서 살아갈 것인가? ‘신의 한 수’를 빨리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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