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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사회혁신채권’과 지역 사회경제의 발전

 

영국에서는 투자자의 수익과 사회문제 해결을 동시에 실현하는 ‘사회혁신채권(Social Impact Bond)’이 활성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영국뿐만 아니라 여타 유럽국가 및 미국, 일본에서도 그 도입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회혁신채권’의 기본 원칙은 국가 또는 지역사회 차원의 다양한 사회문제를 사회적기업 또는 시민단체에게 해결하도록 하고, 이들의 관련 사업성과에 관한 정량적 평가를 토대로 투자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정부 또는 지자체가 지급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자체가 투자자에게 채권을 발행하여 모은 재원으로 NGO에게 청년취업 지원사업을 위탁한다고 하자. 이 사업을 통한 신규 고용은 청년들의 수입과 소득세 및 사회보험료 등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게 한다. 또 이와 같이 정량적으로 계산한 사회적 편익이 처음 투입한 재원 규모를 상회하게 되면, 지자체가 채권매입자인 투자자에 대해 투자 수익을 지급한다. 반대의 경우에는 지자체가 투자 수익을 지급하지 않아 투자자가 손해를 입게 된다.

즉 ‘사회혁신채권’은 실효성 있는 사업에만 비용을 지불하는 사회서비스 공급 방식을 가능케 한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사업에 대해 정량적 평가지표를 설정함으로써 해당 사업 참여자는 이 수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게 되며, 또 사회적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면, 즉 해당 사업의 평가지표의 수치가 개선되면 투자자는 금전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복지, 교육, 환경 등의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 자체가 경제적 이익을 창출한다는 ‘새로운 의식’을 사회 전체가 공유하게 됨으로써 지금까지와는 다른 보다 혁신적인 형태의 경제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도록 한다.

단점 역시 존재한다. 원래 정부 또는 지자체가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부분을 사업에 참여하는 사회적기업 또는 NGO, 그리고 투자자가 떠맡아야 하는 점이다. 그러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에 대한 성과 평가가 쉽지 않고, 또 이와 같은 점을 이용하여 노력을 게을리 하는 사회서비스 제공 당사자의 도덕적 해이 문제를 고려하면, 이와 같은 성과보수형의 인센티브 계약은 관계자 전체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사회문제 해결을 수익 및 고용을 창출하는 사회적경제조직에 맡겨 사회혁신과 경제의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사회적경제’를 지향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히 사회적기업 등에 대한 재정 지원의 리스크 또는 부작용을 ‘시장적 조정’에 의해 최소화하자는 것이 ‘사회혁신채권’의 근저에 흐르는 문제의식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 정책은 경비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정책 기조로 인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대한 관심도 없이 인건비 지원을 받아 수익만 추구하는 ‘쭉정이’ 사회적기업이 많다. 사회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태어난 사회적기업의 성과에 대한 평가가 쉽지 않아 정부 및 지자체의 사회적기업에 대한 재정지원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사회혁신채권’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 메커니즘은 제대로 된 사회혁신과 이로 인한 경제안정화를 지향하는 착한 투자자의 ‘엄격한 투자’를 대거 유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최근 일각에서 사회적기업 또는 협동조합을 위한 전담 금융기관을 제언하는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그 재원을 기부금으로 설정하는 것은 그 현실성과 보다 역동적인 사회혁신의 관점에서 볼 때 회의적이다. 즉 기부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도 어렵지만, 사회적기업이 추구해야 하는 사회적가치에 대해 보다 명확한 정량적 지표를 제시하지 않는 재정지원은 사회혁신은커녕 정부 및 지자체의 재정위기만 초래하게 된다.

사회문제 해결에 공헌하면서도 원금 상환 가능성이 높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투자 수익도 얻을 수 있는 ‘사회혁신채권’과 같은 금융상품에 대한 수요는 ‘사회적경제’를 지향하는 착한 투자자뿐만 아니라 사회적책임경영을 하지 않으면 더 큰 영리를 얻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우리사회 기관투자자와 나아가 재벌 대기업에서까지 나타나고 있음을 의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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