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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상중(喪中)인 사회복지

 

상중(喪中)이다. 생일(3월30일)을 맞은 사회복지계가 가슴에 꽃 대신 검은 리본을 달고 있다. 올 들어서만 사회복지공무원 3명이 자살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안타깝다. 그런데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사회복지 전령사가 세 차례나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데, 세상이 너무도 조용하다. 눈만 뜨면 복지를 얘기하고, 복지 선진국을 지향한다는 나라에서 말이다. 그 수혜자가 복지 대상에서 제외돼 똑같은 선택을 했어도 이처럼 평온했을까. 아니다. 온 나라가 두 패로 갈리어 이분법적 논쟁을 하거나, 가진 자를 극단으로 몰아세우거나, 희생양 찾기에 혈안이 돼 있을 것이다. 씁쓸하게도 이들의 죽음은 오로지 사회복지계의 몫으로 남겨졌다.

왜 그랬을까. 도대체 자살을 선택한 이유가 무얼까. 이들은 한결같이 업무 과다를 호소했다. 그렇다. 복지국가 건설을 공약으로 내건 박근혜 대통령도 인정한 바다. 당선인 시절 복지 현장에서 일명 복지 깔때기 현상을 확인했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업무와 해당 시·군의 업무 협조 사업들이 사회복지공무원에게 집중되다보니 업무 과중 현상이 도를 넘어선 것이다. 복지 혜택이 특정인에게 중복되는 것을 막고,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복지연계시스템이 구축되면서는 13개 부처 296개 업무가 이들 사회복지공무원에게 몰렸다. 여기에 수혜자의 개인정보보호 등을 이유로 사회복지공무원에게 업무가 제한되는 쏠림 현상마저 발생했다.

제도상에는 문제가 없을까. 복지제도가 처음 도입된 게 1987년이다. 그러니까 25년을 갓 넘긴 셈이다. 그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다. 보건복지사무소 사업(1990년대), 시·군·구 주민생활지원 행정 개편(2006~2007년), 사회복지통합관리망 구축(2010년), 올해부터는 희망복지지원단이 시행되고 있다. 복지 업무의 다원화에 맞게 복지서비스 전달 체계 또한 진화해야 맞다. 장기 계획 없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갈지자 행보를 하다 보니 사회복지공무원들의 고충이 배가됐던 것이다. 정책 결정권자 입맛에 맞는 대학입시 정책으로 인한 혼란을 온몸으로 감내해야 하는 수험생들과 닮은꼴이다.

심리적 고통도 한몫했을 게다. 이들도 똑같은 복지 수혜 대상자다. 동시에 복지 전령사로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명감도 갖고 공직에 입문했다. 그리고 법과 제도권 내에서 복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런 만큼 그들도 똑같이 존중받아야 할 인격체인 것이다. 그런데 복지 수혜자로부터 공공의 적이 된 지 오래다. 일례를 들자.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이 안 되거나 박탈될 경우 복지 전령사가 아니라 협박의 대상자로 신분이 바뀐다. 심지어 분노 섞인 폭언과 신체적 폭력도 감내해야 한다. 사명감으로 시작한 사회복지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이들에겐 회의적인 직업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정리하자. 모든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다시 말해 복지가 사회 전반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정작 그 사각지대에 놓인 건 복지 전령사인 사회복지공무원이 아닌지 곱씹어 봐야할 때다. 민원인의 온갖 신체적 정신적 학대를 감내해야 하는 우리의 사회복지공무원이 더 이상 감정근로자여서는 안 된다. 사명감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 이들이 심리적으로 안정되지 못하면 복지 전령사가 아니라 기능인으로 전락할 뿐이다. 복지 인력을 보충하고, 제도상 허점을 보완하고, 심리적 고통을 덜어주지 않는 한 우리는 진정한 복지를 기대할 수 없다. ‘왜 자살해, 그만두면 되지?’라는 왜곡된 사회적 시각도 바꿀 수 없다.

꼭 일주일 전이다. 사회복지공무원 자살과 관련한 좌담회를 공동 개최하자던 경기복지시민연대가 성명서를 내놓았다. ‘누가 그들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는가’란 제목으로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 단위의 굵직한 지역복지단체가 연대한 이 성명서에는 사회복지공무원의 애환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일련의 사태가 더 이상 사회복지계의 충격으로 국한돼서는 안 된다. 공론화시켜야 한다. 정부 당국이 앞장서야 한다. 모름지기 진정한 복지국가는, 복지를 주는 사람이나 복지를 받는 사람이나 모두 만족할 때 이룩되기 때문이다. 그래야 생일에 꽃 대신 검은 리본을 다는 일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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