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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사회]주민자치의 현실과 과제

 

지난 4월 10일 안전행정부는 풀뿌리자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위해 읍·면·동 단위의 주민자치회를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주요골자는 읍·면·동 단위의 행정은 자치회와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하고, 자치회의 자생력 강화를 위해 공공시설물 위탁을 통해 수익사업을 할 수 있으며, 주민자치 고유 업무도 생긴다고 한다. 마을로 일컬어지는 가장 기초행정 단위 주민들의 자치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설명이다. 또한 상응하는 대표성과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자치회 위원 선정은 상위 시·군·구 단위의 선정위원회에서 공개 모집해서 20∼30명의 선출된 위원을 자치단체장이 위촉한다. 전국 공모를 통해 30여개의 읍·면·동을 선정해서 1년간 시범적으로 실시한 뒤 지역특성에 맞는 주민자치회 성공모형을 유형화하여 전국으로 확산할 계획이라고 한다.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던 주민자치위원회 운영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됐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아 보인다.

이번 사업은 대통령 소속 지방행정체제 개편위원회가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해서 모델 안을 마련해서 지방행정체제개편 기본계획에 반영한 것을, 안전행정부가 구체적인 사업계획으로 수립한 것이라고 한다. 일면 지역 시민사회에서 일고 있는 지방분권에 대한 요구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현행 주민자치위원회는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의거 시·군·구에서 설치 운영하고 있는 주민자치센터에 대한 자문역할 정도였다. 제도적으로 뚜렷한 권한과 책임이 주어지지 않았던 점에 비하면 진일보한 것이다. 또한 지역에 따라 주민자치위원회, 주민자치회 등으로 불리던 주민자치조직을 통일성 있게 정비하려는 취지도 읽힌다. 공원, 공공화장실, 주민자치센터 등 공공시설물의 위탁사업 수수료, 자체 수익사업 등을 통해 주민자치회의 운영재원을 마련하도록 물꼬를 연 것도 변화 중에 하나다.

그러나 시범실시에 앞서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우선 대통령 소속으로 지방분권업무를 전담한 조직은 ‘지방분권촉진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설치된 지방분권촉진위원회다. 그러나 법 개정이 없다면 올해 5월 말까지만 존속한다. 이런 와중에 시·군·구 통합, 도의 지위 및 기능 재정립 등이 주요업무인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가 지방분권 업무를 대신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지난 정부는 기존 지방분권촉진위의 지위를 축소하고 새로 만든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에 힘을 실어줬다. 그 결과, 지방분권은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주민자치가 현실화되려면 우선 세원의 불균형(국세:지방세=8:2)부터 해결해야한다. 국세를 지방세로 이양하지 않은 채 취약한 자치단체에 주민자치회 재원구조까지 책임지라는 것은 무리다. 자치회를 제대로 운영되려면 자치단체가 이들에게 이양할 재원의 폭은 만만찮을 것이다. 재정분권의 시각에서만 보더라도 허술한 면이 많은데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만 가지고, 자치단체들의 상위기관인 안전행정부가 어떠한 지방분권과 주민자치를 하려는 것인지 종잡을 수 없다.

지난 3월 29일 박성효 의원 등 13명의 국회의원은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에는 지방분권촉진업무의 존속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업무를 전담할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설치와 위원회 산하에 지방자치발전기획단을 두도록 했으며, 관련한 두 특별법은 폐지키로 했다. 정치권은 우선 지방분권추진기구의 본래 지위를 찾아줘야 한다. 그리고 이 기구는 지역경제, 지역복지, 지역교육 등 지역민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권한을 과감하게 이양하여 국가적, 시대적 과제를 중단 없이 추진해야 한다. 주민자치만이 아니라 군·구민으로서, 시민과 도민으로서 자치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주민자치회가 읍·면·동 단위의 지역발전계획 등을 대표성을 갖고 사전 협의할 수 있듯이 시·군·구와 시·도 단위에서도 지역발전계획은 물론 재정문제까지 대표성과 전문성을 갖고 협의할 수 있도록 중앙사무가 이양돼야 한다. 즉, 지방분권을 위한 전체적 설계가 로드맵과 함께 제시돼야만 정부의 ‘주민자치회 시범 실시’가 그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중앙 정부와 정치권이 지역시민사회의 분권욕구를 반영하기로 했기에 거는 기대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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