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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손톱 밑 가시 ‘토지거래허가제’

 

새 정부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을 내놓은 지 10여일이 지났지만 아직 그 효과는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다. 우려했던 대로 2%대의 저성장과 베이비부머 세대의 퇴진은 구매력과 수요를 견인하는 데 강한 한계로 작용하고 있으며, 좀 더 광범위한 처방이 필요해 보인다. 그런데 시장 활성화에 대한 처방은 반드시 전면적인 법 제정 혹은 폐지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현장의 소리를 귀담아 듣고 수렴하는 자세를 취한다면 일부 관련 규정의 손질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

지금 현장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의 규제로 인한 한숨소리가 제법 크게 들린다. 한 가지 사례를 보자. A씨는 편의시설을 매입하였지만, 은행대출 규정을 잘못 판단하여 운영자금 부족으로 사업장을 6개월째 닫아 놓고 헐값에 양도하려 한다. 하지만 토지거래허가지역의 토지 이용의무 기간인 토지의 취득 시부터 4년 동안 허가받은 목적대로 이용해야하는 규정으로 절망 상태에 있다.

불가피한 사유로 허가목적 이용이 불가능한 경우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인정할 때 적용 제외가 인정되지만 조건이 ‘과다 채무로 파산위기에 몰린 경우’에 같은 사유를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소명한 경우에 해당돼야 한다. 문제는 명확한 기준이 없어 심의 결과가 지자체마다 다르게 나오고 있다. 승인 신청이 거절될 경우 파산 신청이 받아들여지거나 해당 토지에 대한 경매신청 등기가 된 후에야 의무면제 승인이 된다. 또한 신청 절차와 심의 절차도 간단하지 않다. 서류준비를 하고 토지관리 부서에 접수하면 도시계획 부서에서는 각 부서에서 접수된 도시계획관련 심의사항이 적어도 2건 이상 되어야 월말에 심의사항을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다음 달이 되어야 겨우 심의가 진행된다. 이 같은 경우 신청인의 미래는 매우 불투명하다.

또 다른 사례를 보면, B씨는 노후 생활을 위해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고 편의시설을 운영하기 위해 토지를 매입하였다. 개발행위 허가와 건축 허가를 얻었으나 부동산시장이 침체되어 수익성이 떨어져 착공을 망설였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2년 이내에 착공하지 않을 경우 개발행위가 취소되고 형사고발 조치 당하기 때문에 원래 목적대로 신축하기보다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건축하였다. 평생 모은 돈이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허망하게 소진됐다. 투기목적이 아니었냐고 따질 수 있겠지만 서민입장에선 여간 고통스러운 게 아니다. 이런 사정으로 세워진 많은 건축물들이 흉물스럽게 변해가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자원낭비가 아닐 수 없다.

세 번째 사례를 보면, C씨는 토지를 지분으로 가지고 있지만 분할하지 않으면 매도가 불가능하여 잔여 지분권자와 분할협의를 하였으나, 이해관계가 상충하여 결국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2년이 가까워져도 협의가 어렵게 되자 소유자는 경제사정이 곤궁하게 되어 편법을 동원하였다. 자신의 지분에 대하여 경매를 신청하여 예상 매수인이 낙찰을 받게 하였다. 지분의 가치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사유재산권의 침해가 과도하다.

토지거래허가제는 투기적인 거래가 성행하거나 지가가 급격히 상승하는 지역과 우려가 있는 지역에 지정하는 강력한 공법적 규제다. 1985년 투기가 성행하자 최초로 시행되었다. 1989년 당시에는 3저 호황으로 인한 통화량 증가, 88올림픽 특수 등이 겹쳐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자 토지공개념이 도입되어 소유권에 대한 규제가 절실히 필요했던 상황에서 확대 시행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사정이 반대이다. 최근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각종 개발사업이 줄줄이 좌초되고, 거래량이나 가격도 바닥 수준이다. 정부는 더 이상 규제할 명분이 없다. 투기지역이 상존하는 일부지역을 제외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빨리 풀어야 한다. 또한 일부 규정은 부동산 시장에 맞추어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MB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전봇대’를 뽑는 이벤트를 통해서 정부의 규제로 인한 비효율성을 개선하겠다고 다짐했으나, 현장의 소리에 한발 늦게 대처하는 바람에 부동산 정책에 실패하고 말았다. 새 정부는 ‘손톱 밑의 가시’를 빨리 뽑아주고 아우성치는 현장의 목소리를 제때에 수렴하여 속 타는 가슴에 시원한 청량음료를 공급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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