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시대정치]정당무기력증, 조속히 벗어나야

 

작년 대선 이후 우리나라 정당은 중병을 앓고 있는 병상위의 환자 같다. 그 존재감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정당에 부여된 국민을 대신한 대의정치의 사명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정당은 국민에 뿌리를 두고 가장 낮은 단위까지 촉수를 대고 있으며, 국민을 국회나 정부에 상호 연결하고 정치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연결 벨트와 같다. 이 연결 벨트가 고장 나면 국민과 국회, 그리고 국민과 정부 간의 소통은 사실상 단절되는 것이다.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하고 통신수단이 첨단을 달려도 정당의 이러한 고유한 기능은 사라지기 힘들다. 전자는 보조적인 수단이 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후자를 대체할 수는 없다.

현재 우리나라 정당들은 여-야, 보수-진보를 가릴 것 없이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진보정당은 작년 비례대표의원 후보선정을 위한 선거부정으로부터 비롯된 논란으로 국민적 지지를 상실하고 분열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진보정당은 국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의석수가 너무 적어 현재와 같은 정치상황을 그들의 책임으로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문제는 거대한 여당과 야당이다. 두 당은 국회의석의 대다수를 점하면서도 그에 상응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부 출범을 위한 정부조직개편 논의에서 대야협상력과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대선 이후 사실상 정당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오직 푸른 기와집의 눈치만 보는 부속집단으로 전락했다. 집권여당으로서 새누리당은 청와대나 내각과 정책의 보조를 맞추면서 국정을 운영해 나가는 하나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집권여당으로서 새누리당은 정책기조와 국정철학을 대통령과 공유하기 때문에 협조하고 긴밀한 협의를 하는 것이지 그것을 벗어난 행정부의 독단과 오만에 대해서까지 무조건 옹호하고 따를 이유는 없다.

집권 여당이기 전에 국민을 대표하는 집합체로서 새누리당은 자율성과 독립성을 지향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예를 들면 내각이나 주요 기관장 인사청문회에서 새누리당은 해당자를 당의 이념이나 국정철학, 정책과 부합하는가를 중심으로 검증해야 하며 도덕성이나 기타 문제에서는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정책에서 주도성이 약하고 현안대응능력이 뒤떨어지는 것은 물론 인사문제에서도 청와대 에러가 반복되도록 방치해두는 것은 집권여당이 구심점이 없고 무기력증에 빠져다는 것을 보여준다.

민주당 역시 대선 패배 이후 대선평가 논의가 오랫동안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올 1월 초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 주도하에 지난 4월 9일 대선평가보고서를 내놨지만 이 보고서가 당내 주류와 비주류간의 갈등을 증폭시켜 왔다. 이 보고서를 둘러싸고 친노 세력과 비노 세력은 보고서가 맞느니 틀리느니 하면서 서로를 비난하고 있으며, 보고서 내용을 5월 초 예정된 전당대회에 활용하려는 기존 비주류와 보고서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친노 주류 간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올바른 대선평가가 있어야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당의 노선과 정책, 선거 전략을 재정비할 수 있는데 민주당은 아직 당내 계파 간 서로 합의할 수 있는 대선보고서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민주당은 지난 1월 신정부 출범을 담보할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이런 저런 이유를 달아 여당과의 협상을 파행시키고 정부조직법 통과를 지연시켜 국회에 제출된 지 52일 만인 3월 22일에야 통과시켰다. 사소한 차이점을 제외하면 제출원안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야당의 행태는 국민들 눈에는 발목잡기로 보일 수도 있다. 대선 후 계파갈등과 국민과 유리된 민주당의 행로는 거대야당에 부여된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정치에서 국민의 의견을 집약하여 국회나 행정부의 정치, 행정 엘리트에게 전달하고 역으로 그들의 정책을 국민들에 알리는 연결고리로써 정당의 역할은 민주정치의 순조로운 작동을 위해 필수적이다. 그러나 여야 가릴 것 없이 현재와 같은 무기력하고 방향 없이 헤매는 모습은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대북안보 이슈나 엔저로 인한 경제의 침체, 높은 실업률로 인해 국민은 힘든 삶을 이어가고 있다. 만시지탄의 감은 없지 않으나 이제 우리 정당들은 눈을 국민들에게로 돌릴 때가 되었다. 국민에게 눈을 돌릴 때 정당의 자율성도 회복하고 계파갈등도 엷어지며 활력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