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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선경 수원공장 터가 명소 되는 꿈을 꾸다

 

수원역 뒤 평동에 가면 지은 지 60여년 되는 공장 건물들이 11만여평의 넓은 부지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자산 기준으로 재계 3위인 SK그룹의 발상지인 선경직물 수원공장 터이다. 1953년 선경의 창업주인 최종건 회장이 기존 직물 공장을 인수하여 창업한 곳이다. 선경직물 수원공장은 한국 경제발전을 이끌어온 중요한 역사 상징물이자, 국가가 보존하고 가꾸어야 할 산업유산이다. SK그룹은 1953년 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평동 벌판에서 직기 20대로 시작하여 오늘날 매출 158조원, 수출 600억 달러, 8만명의 직원이 일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선경직물 수원공장 터에는 1944년 건축된 사무동을 비롯하여 1950년대와 1960년대 건립된 본관과 공장 건물이 남아 있다. 1944년 지은 건물을 제외하고 건물상태도 양호하다. 당시 사용하던 집기 일부도 보존되어 있다. 해방 이후 한국 산업사의 현장이 훌륭히 보존되어 있다.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이곳을 둘러본 문화재위원들도 근대문화유산으로 가치가 충분히 있는 곳이므로,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하여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그런데 SK그룹은 선경직물 수원공장 자리에 대형 쇼핑몰을 조성하고 싶어 한다. 선경을 창업한 고 최종건 회장이 이 장소에 대해 강한 애착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기에, SK그룹도 이곳을 단순히 대형 쇼핑몰로만 개발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된 것이 없어 현재로서는 어떠한 쇼핑몰을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이곳은 공군 수원비행장 옆에 있어 오랜 기간 개발이 제한된 지역이다. 수원시에서도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이기에 수원시와 지역주민들도 이곳을 개발하여 지역을 활성화시키고 싶어 한다.

땅의 소유주인 SK와 수원시민, 지역 주민 모두 개발 의지가 강하기에 자칫하면 선경직물 수원공장 터가 상업시설만 들어서는 상업단지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렇게 되면 한국근대 산업사의 중요한 유산이 사라지게 된다. 그러므로 선경직물 수원공장 터를 근대 산업유산으로 보존하면서 부지 소유주인 SK그룹, 오랫동안 지역이 개발되지 않아 불이익을 본 지역주민 모두에게도 이익을 주는 상생 방안의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곳을 상업시설과 문화시설이 함께하는 복합 단지로 만들 필요가 있다. 공장 건물은 산업유산으로 보존하면서 필요한 용도로 리모델링하여 일부는 산업박물관과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고, 일부는 대형 쇼핑몰로 사용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공장 건물을 보존하면서 이 건물과 연계된 새로운 건물을 신축하면, 이곳은 근대 건축과 현대 건축이 조화를 이루면서, 문화와 산업이 함께하는 명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산업 유산을 문화와 산업이 함께 하는 복합 공간으로 조성하여 성공한 사례는 많이 있다. 가까이 있는 일본 요코하마 항구의 붉은 벽돌 창고도 그 중 하나다. 붉은 벽돌 창고는 1910년대 건립된 항구의 창고다. 1989년 용도 폐기되어 도시의 흉물로 방치되었다가, 요코하마시가 1994년부터 2002년까지 건물의 역사성과 벽돌 소재를 살리는 방식으로 보수 복원공사를 실시하였다. 1호관은 문화시설로 만들었다.

홀과 극장이 들어섰다. 각종 이벤트가 열렸고, 문화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2호관은 쇼핑센터, 재즈 라이브 하우스가 들어선 상업시설로 개조되었다. 요코하마의 흉물이 요코하마의 상징이 되었고, 매년 1천만명이 방문하여 요코하마 관광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지역주민과 SK, 그리고 수원시, 경기도, 공군,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선경직물 수원공장 터를 소중한 산업유산, 문화와 산업이 함께 어우러지는 명소로 만들어 보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된다면 재벌의 창업장소가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되고 명소가 되니 SK의 브랜드 가치는 높아질 것이다. 수원시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수원 서부지역을 활성화시키는 거점을 마련하는 셈이 되니 모두에게 즐거운 일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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