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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치]분권형 개헌이 정치개혁의 핵심

 

최근 여야6인협의체에서 개헌 논의기구 구성이 필요하다고 합의한 이후 개헌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19대국회 여야의원 30여명으로 출발한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 회원은 지난 주말 현재 필자를 포함해 106명으로 늘어났다. 이런 추세라면 개헌 발의에 필요한 국회재적의원 과반을 채우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그 저변에는 시대정신과 더 이상 부합하지 않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분권형 권력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깔려 있다. 대학진학률이 25% 안팎에 머물고 공공부문에 엘리트가 집중되던 권위주의 시절에는 제왕적 대통령이 정보기관 등 통치권력을 앞세워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면서 경제성장과 국정운영을 주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민주화의 진전과 사회의 다원화에 따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언론자유가 확장되고 민간부문의 역량이 대폭 강화되면서 더 이상 대통령의 카리스마가 형성될 수 없는 환경으로 바뀌었다.

한마디로 26년째 이어지고 있는 ‘87년 헌법체제’는 성년이 된 대학생이 중학생 교복을 입고 입는 꼴이기 때문에 사회의 변화를 따라갈 수 없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플라톤이 말하는 ‘철인 통치’의 이상이 완벽하게 실현되지 않는 한, ‘나홀로 국정운영’으로 인하여 언제든지 국가를 위험에 빠질 수 있는 결함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승자독식의 문화로 인하여 필연적으로 정경유착과 부정부패를 수반한다. 정권의 끝자락마다 측근과 친인척 비리 때문에 ‘불행한 대통령’이 정형화된 패턴처럼 반복되는 것도 제왕적 대통령제가 갖고 있는 구조적인 원인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제왕적 대통령은 말 그대로 ‘대권(大權)’을 행사한다. 대통령이 임면권을 행사하는 자리만 살펴봐도 장·차관 및 고위공무원단 1천500여명, 공공기관 기관장과 감사 600여명, 헌법기관 고위직, 대통령 직속 위원회 위원, 검찰·경찰 등 특정직 공무원 4천여명 등 7천여 개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법적근거도 없이 금융권 핵심 경영진과 포스코처럼 이미 민영화된 회사의 인사에도 정부가 입김을 행사한다.

인사권뿐만 아니라 조약체결권도 사실상 제왕적 대통령이 관장하는 행정부가 행사한다. 국회는 찬반의 권리만 지닐 뿐이다. 반면 입법권을 의회가 독점하고 있는 미국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지니는 조약에 대해 의회가 체결 시기, 내용, 범위 등까지 관장한다.

예산편성권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은 의회가 예산편성권을 행사하는 반면, 우리는 국회에 예산안의 심의·확정권만을 부여하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는 제왕적 대통령은 사회적 공감과 합의라는 ‘민주주의 절차’보다는 속도와 효율이라는 ‘결과 우선’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대통령이 여당을 거수기로, 국회를 통법부로 인식하게 됨에 따라 날치기와 몸싸움의 정치가 판치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뿌리내릴 수 없게 된다.

이처럼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실종된 자리에서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싹텄고, 이는 기존 정당정치에 대한 총체적 불신으로 이어져 ‘안철수 현상’을 가져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필자는 분권형 권력구조로의 개헌이 정치개혁의 알파요, 오메가라고 생각한다. 일례로 필자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정치쇄신특위에서 다루는 정치개혁 의제들 중에서 국회의원의 특권을 제한하는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관련 논의는 개헌을 통해서만 근본적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권력구조 개편 방향과 관련, 대통령이 국방, 외교, 안보, 통일 등 외치를 통할하고 국회에서 선출된 다수당 대표가 국무총리를 맡아 경제, 사회, 교육, 문화 등 내치를 담당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새로 바뀌는 헌법에는 권력구조 개편뿐만 아니라 백년대계인 교육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흔들리지 않도록 학제 개편, 공교육투자 확대, 대학개혁 등을 다룰 가칭 ‘범국민미래교육위원회’에 관한 내용이 담겨야 한다. 지방자치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행정구역 개편에 관한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지금까지 개헌에 대한 논의는 주로 정권의 중후반에 제기되면서 유야무야 되곤 했다. 헌법 개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와는 무관하기 때문에 지금이 정략적 이해관계를 떠나 진지하게 개헌을 논의할 적기라고 생각한다. 연내에 개헌논의를 끝내고 합의를 도출해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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