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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육영수 생가와 정지용 문학관

 

잿빛으로 채워졌던 산하가 파릇파릇한 색채로 변색되어가고 있다. 봄날의 햇살이 고운 모래처럼 내리던 날, 문인들이 집필실에서 벗어나 야외로 나섰다. 필자는 문인들과 함께 정지용문학관과 육영수 생가를 다녀왔다.

생가를 소개하기 전에 우선 육 여사의 생애를 살펴보자. 육 여사의 생애는 파란만장한 시대의 거울이다. 충북 옥천의 교동집에서 작은 아씨로 불리던 육 여사는 1925년 아버지 육종관 씨와 어머니 이경령 여사 사이에서 1남 3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어머니에게 엄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라난 그는 항상 예의가 바르고 침착한 성격이었다. 1938년 옥천 죽향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배화여고에 입학하였는데, 학창시절 재봉과 수예솜씨가 뛰어났으며, 요리에도 남다른 솜씨를 발휘하였다. 1942년 배화여고를 졸업한 후 교동집으로 돌아와 집안일과 아버지 사업을 도왔으며, 1945년 옥천여중 교사가 돼 학생들에게 수예와 미술 등을 가르쳤다.

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부산으로 피란 와 송채천 소위의 소개로 박정희 소령과 처음 만나 그해 12월 대구에서 결혼하여 슬하에 1남 2녀를 두었다. 그 후, 박정희 대통령의 영부인이 되어 서울 남산에 어린이회관을 건립하고, <어깨동무>를 발간했으며, 능동에 어린이대공원을 만들어 미래의 꿈나무를 육성하는 데 많은 열정을 쏟았다. 양지회 봉사활동 등을 통해 고통 받고 소외된 서민들을 위로하고 실의에 찬 국민에게 용기를 주는 등 헌신적인 영부인 활동으로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육 여사는 국민들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영부인으로 살다 1974년 8·15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문세광의 총탄에 맞아 운명하였다. 육영수 생가를 찾은 우리는 어느 70대 할머니께서 방명록에 기록하면서 “박근혜 대통령 어머님께 무어라 할꼬”라 하시며 향수에 젖은 모습이 지금도 떠나지 않는다.

육영수 생가를 나와 정지용 문학관으로 향했다. 이번 문학기행은 문협 임원들의 친절한 준비로 알찬 시간이 되었다. 교단에 서 있는 이경렬 시인이 정지용 문학에 대해 연보와 삶과 문학 중심으로 작품해설을 들려주었고, 원로문인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내주었다.

정지용 생가는 1996년에 원형대로 복원되었고, 2005년 5월 문학관이 건립되었다. 선생은 1902년 충북 옥천 하계리에서 출생했다. 옥천보통공립학교와 휘문보고를 거쳐 일본 도시샤대학 영문과를 졸업했다. 1922년 <풍량몽>을 쓰면서 시문학 구인회의 문학 동인과 <문장> 등 문예지 편집위원으로 활동하였고, 이화여전 교수, 경향신문 주간, 조선문학가동맹 등을 역임했다. 선생이 남긴 시집으로는 ‘백록담’, ‘지용시선’이 있고, 산문집으로는 ‘문학독본’이 있다.

그의 시들에는 근대와 전통 사이에서 고민하던 삶의 고뇌가 깃들어 있다. 동심과 구원, 전통에 대한 연민 등이 빛나는 언어로 표현되었다. 흔히 정지용의 시를 세 가지로 말한다. 시어구사의 탁월한 감각을 지녔다는 점, 시의 형식면에서 전통적인 기승전결 구성법에 기초한 2행의 단시형과 동시로서는 독특한 줄글식 산문시형을 보였다는 점이다. 시인의 감정이 시에 노출되는 것을 엄격히 배제한 대상묘사의 이미지즘의 시세계를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해마다 5월에 열리는 지용문학제가 25회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정지용문학상은 박두진 시인의 수상을 시작으로 도종환, 문정희, 김지하, 정호승, 박정만 등 당대를 대표하는 많은 시인들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함께 동행한 박정만 시인의 동생인 박남례 수필가께서 오빠의 기억을 더듬어 울먹이던 목소리가 내 귓전을 때린다. 1991년 정지용문학상을 수상한 박정만 시인의 수상작 <작은 戀歌(연가)>를 소개한다.

“사랑이여, 보아라./꽃초롱 하나가 불을 밝힌다./꽃초롱 하나로 천리 밖까지/너와 나의 사랑을 모두 밝히고/해질녘엔 저무는 강가에 와 닿는다./저녁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流水와 같이 흘러가는 별이 보인다.//중략//눈 밝히고 가다가다 밤이 와/우리가 마지막 어둠이 되면/바람도 풀도 땅에 눕고/사랑아, 그러면 저 초롱을 누가 끄리./저녁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우리가 하나의 어둠이 되어/또는 물 위에 뜬 별이 되어/꽃초롱 앞세우고 가야 한다면/꽃초롱 하나로 천리 밖까지/눈 밝히고 눈 밝히고 가야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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