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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축제가 국민행복에 기여해야

 

봄답지 않은 날씨 탓에 예년보다 조금 늦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참고 기다긴 끝에 지금 온 국토가 꽃으로 뒤덮였다. 누가 뭐라 해도 봄의 주인공은 꽃이지만 흐드러지게 핀 꽃은 오래 가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더욱 애틋한 자태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일상을 벗어나 꿈결 같은 꽃 세상의 향기와 화사함에 취하고 싶은 사람들이 전국의 들과 산으로 나서고, 때를 맞추어 봄꽃 축제도 봄날의 흥을 돋우고 있다. 만개한 꽃들이 어우러진 봄날 축제처럼 우리 인생도 날마다 축제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문화체육관광부 집계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동안 752개의 축제가 전국 17개 시·도에서 열린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축제, 지자체에서 주관 또는 주최하는 축제, 지자체에서 경비를 지원하거나 후원하는 축제, 민간에서 추진위를 구성하여 개최하는 축제,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문화관광축제 등이다. 경기도는 74개 축제에 328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데 대부분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종류이다. 여기에 사설 단체 및 동 또는 마을 단위의 소규모 축제들까지 통계에 포함시키면 축제의 숫자와 예산은 규모가 훨씬 더 늘어나게 된다. 우리나라는 언제부터인가 외형만으로 보면 축제의 나라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게 되었다.

‘개인 또는 공동체에 특별한 의미가 있거나 결속력을 주는 사건이나 시기를 기념하여 의식을 행하는 행위’가 축제라고 사전은 정의한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자연 앞에 나약하며 유한한 능력을 가진 인간들이 이를 극복하려고 서로 힘을 합쳐서 거행했던 집단적 활동을 축제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축제에는 제의적 의미와 집단 놀이의 성격이 강하게 남아 있다. 즉, 일상을 벗어나 억눌렸던 열정과 희망을 자유롭게 표출하면서 닫히고, 막히고, 오염된 것들을 정화시켜 활력을 회복하고, 삶의 번성과 풍요, 그리고 공동체의 결속을 새로이 다지도록 하는 데 축제의 본질적인 의미가 있다.

그런데 축제의 나라 대한민국 국민의 삶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그 많은 축제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기고 있는지 궁금하다. 도시화, 산업화의 끝자리에 인간 공동체의 결속력은 점점 약해지고 있고 살림살이를 함께 하는 구성원들 간의 축제마저 사라져가고 있다. 지역마다 수많은 축제가 있기는 하지만, 과연 축제를 통해 함께 사는 인간사회의 바람직한 모습을 만들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처럼 우리나라의 사회통합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제일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살률은 인구 10만명 당 30명으로 OECD 모든 국가 가운데 가장 높았으며, OECD 평균인 12.5명의 2.4배, 자살률이 가장 낮은 국가인 그리스(3.4명)의 약 9배 수준이었다. 자살률이 이렇게 높으니 국민의 행복에도 문제가 없을 리가 없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에 발간한 학술지 ‘보건사회연구’에 실린 ‘OECD 국가 삶의 질 구조에 관한 연구’(이내찬 한성대 교수) 논문에 따르면 OECD 34개 국가 중에서 한국은 불명예스럽게도 32위다.

그렇게 많은 축제가 국민의 ‘행복지수’에 도움이 되기는 하는 건지, 그렇지 않은 건지 제대로 돌아보아야 한다.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문화향수실태조사에 따르면 축제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지나친 상업성 탈피’와 ‘지역 고유의 특성 반영’을 가장 시급하게 보완해야 할 점으로 지적했다. 모양이나 무늬는 그럴 듯한데 축제는 없고 그 나물에 그 밥인 장사 속만 판치고 있다는 행간의 뜻을 읽을 수 있다. 대부분의 축제들이 내걸고 있는 개최 목적은 지역민들의 문화향수 기회 확대를 통한 소위 ‘삶의 질 향상’이나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역경제 활성화’ 등이지만, 조금만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축제 기간 중의 공연이나 행사에는 얼굴도 비치지 않는 인사들이 개막식에만 ‘내빈’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얼굴 소개와 소위 ‘한 말씀’에만 매달려서 진행을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한 가지 예다. 실적과 과시용으로 축제를 만들어 놓고 시늉과 생색내기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면서, 잿밥에만 관심을 두는 많은 축제들의 현주소가 입맛을 씁쓸하게 만든다.

올 한 해, 앞으로 펼쳐질 축제들은 제발 ‘딴 생각’은 버리고 국민들을 위로하며 활기를 되찾아주길, 그래서 국민 행복에 기여할 수 있는 진정한 판이 벌어지길 봄날의 화사한 꿈으로 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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