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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칼럼]‘조용필 코드’ 읽기

 

지난주 가왕 조용필이 화려하게 왕좌에 복귀했다. 10년 만에 발표한 19집 2만장이 순식간에 동났다. 수록곡은 각종 음원 차트를 석권했다. 지난 23일 열린 쇼 케이스엔 남녀노소 3천명이 모여 열광했다.

추억을 팔아먹는 ‘전설’은 많아도, 조용필처럼 신화를 다시 쓰는 스타는 드물다. 19집 <헬로>는 세대를 아우르는 감수성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10대 아이돌들이 “선생님 노래를 들으면 내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라고 열광한다. 중장년 팬들도 <바운스>와 <어느 날 귀로에서>를 반긴다. 세대 분할이 뚜렷한 가요시장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신화다.

비결은 그가 최신 팝의 흐름을 꿰뚫어 자신의 음색과 서정성에 접목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 세월이 무려 10년. 강산이 한 번 변하고 정권이 두 번 바뀌는 동안 그는 자신의 한계에 도전했다. 도전이야말로 ‘조용필 코드’의 핵심이다.

사실 예전에도 도전은 조용필의 트레이드마크다. 그의 히트작을 몇 곡만 떠올려 보자. <돌아와요 부산항에> <그 겨울의 찻집> <한오백년> <모나리자> <단발머리> <큐> <여행을 떠나요> <킬리만자로의 표범>…. 그는 늘 새로운 음악을 들고 나왔다. 그는 쉬지 않고 새로움에 도전했다.

그의 가사, 그의 리듬에는 그가 읽어낸 시대가 담겨 있다. 그의 노래들이 수많은 사람의 애창곡으로 지금도 노래방에서 끊임없이 불리는 이유다. 웬만한 중장년층이라면 그의 히트곡만으로도 지루하지 않게 한두 시간은 훌쩍 넘길 수 있다. <바운스>와 <헬로>는 그 도전의 코드를 좀 더 극적으로 표출했을 뿐이다.

그는 안주하지 않는다. 그는 연습을 거르지 않는 가수다. 공연 일정이 잡히면 하루 3~4시간 연습을 소화해낸다. 특히 이번 쇼 케이스를 앞두고는 더 열심히 연습했다고 털어놓았다. “때로는 절제하고 때로는 내뱉고 때로는 속으로 움츠러드는 작업을 많이 해봤고, 이번에도 그렇게 녹음했다.”(<한겨레> 4월24일자) 환갑 넘긴 목소리 같지 않다는 평은 이렇듯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실험하는 자세에서 나온다.

그는 한계를 돌파할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한다. 피를 세 양동이나 토해 내고 목청을 만들었다는 <돌아와요 부산항에>의 전설 이래 오늘날까지 그는 감수성의 벽을 어떻게든 돌파해왔다. 이번 19집에서는 더 이상 국내에서 한계를 돌파할 방법을 못 찾자 외국 작곡가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들에게 500곡 정도 건네받아 그 중 6곡을 실었다고 한다.

조용필의 도전에는 엔터테인먼트 영역을 넘어서는 감동의 울림이 있다. 시대를 읽어내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한계를 돌파할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하는 도전의 정신은 답답한 현실에 던지는 신선한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모든 세대가 그래서 더 가왕의 귀환에 열광하는지 모르겠다.

조용필은 이미 7집에서 “푸른 언덕에 배낭을 메고 황금빛 태양 축제를 여는 광야를 향해서 계곡을 향해서” 여행을 떠나자고 노래했다. 하지만 국회는 지난주 대체휴일제 법안을 보류시켰다. 쉬고 싶은 국민들의 마음을 못 읽어도 그렇게 못 읽을 수가 없다. 정부는 한 술 더 떠 노골적으로 기득권에 안주하는 기업의 논리를 대변하고 나섰다.

한국정치가 이 답답한 한계를 돌파할 수는 있을까? 지난주 재보선에서 ‘새 정치’를 표방하는 안철수 씨가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과연 한국정치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새 정치’의 콘텐츠가 명확히 제시되지 않은 탓이다.

안철수가 고결한 표범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의 ‘새 정치’가 뭔지 아직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다. 많은 한국인이 <헬로>의 가사에 나오듯이 “오늘이 가기 전에 너(새 정치의 정체)를 알고 싶어” 한다.

지난주 가왕의 귀환과 때를 같이 해 정년연장법이 통과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임금 문제가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는다면 정년연장은 그저 직장 명줄이나 연장하는 ‘산소호흡기’에 불과할 터. 퇴직 연령과 연급수급 연령을 일치시키는 것도 과제다. 그러므로 정년연장보다 중요한 건 정년을 맞은 사람들이 어떤 분야에서든 조용필처럼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제도와 분위기를 고쳐 나가는 일이다.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두근대 들킬까 겁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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