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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사회]여성노숙인 수가 의미하는 차별과 배제

 

유난히 변덕스러웠던 4월의 날씨였다. 아침저녁 기온차이가 10도를 넘나들고 80년 만에 눈도 내렸다. 그래도 꽃들은 만발하고 잎새는 푸른빛을 더하며 봄을 뽐내고 있다. 4월 초 수원지역에서 사회복지를 함께 고민하는 지인들과 수원역 노숙인 일시보호소(쉼터)를 방문했다. 지난해 개소한 여성노숙인 쉼터도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여성노숙인 쉼터의 정원은 6명이며 현재 5명이 이용을 하고 있다.

여성의 노숙은 극심한 가난, 가정폭력이나 가족해체, 건강상의 문제, 사회서비스로부터의 소외 등 여러 문제가 중첩되어 있다. 무엇보다 빈곤의 여성화가 심화되고 가정폭력을 비롯한 가족갈등이 빈번해지면서 여성들은 가정 내 권력이 미약하고 취약한 경쟁력을 갖게 된다. 더욱이 여성들은 노숙세계에서도 성적, 신체적 폭력의 두려움에 떨어야 한다. 노숙탈피 과정에서도 아동을 동반한 여성노숙인은 경제적 자립을 위한 환경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2011년 도시연구소 조사결과를 보면 전국의 거리노숙인 2천689명 중 여성은 201명으로 7.5%에 해당한다. 공식 통계의 희박함이나 부실함을 고려하더라도 여성노숙인의 수는 남성에 비해서도, 또한 절대적 수치로도 적은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여성노숙인의 수가 적다’는 것은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여성의 노숙은 쉽게 발견되기 어려운 특징을 가지고 있다. 여성들의 경우 거리생활이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주거 위기 상황에서도 거리숙박을 피하려 하고,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노숙을 하게 된다. 때문에 노숙인을 찾아가는 거리상담아웃리치 활동에서도 발견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많은 여성들이 노숙위기에서 공공장소의 화장실에 숨어 있거나 으슥한 빌딩이나 공원의 외진 곳, 병원, 교회 같은 곳을 찾는다. 즉, 여성의 노숙은 흔히 ‘비가시적인’ 특징을 갖는다.

이러한 여성노숙의 소수성, 비가시성은 또 다른 배제의 원인이 된다. 그 수가 적으니 비중 있는 정책대상으로 주목받기 어렵다. 그로인해 기본적인 보호대책이 매우 미비하다.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심각한 주거불안 상황에서도 여성들은 서비스 욕구를 표현할 기회에서 배제되고, 노숙을 탈출할 정보를 얻는 데도 불리하다. 문제는 여성노숙인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현실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거리에서 기본적으로 생존과 성적 결정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이 정당할 수 있냐는 것이다. 여성의 노숙문제는 결코 숫자의 문제로 접근되어서는 안 된다. 여성노숙의 특수성을 고려한 대책이 필요하다.

여성노숙인의 특수성을 고려한 대책은 첫째, 여성노숙인에 대한 편견의 시각을 전환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둘째, 여성노숙의 원인 및 양상을 이해하고, 그 실태를 파악해 정부정책 대상의 추산자료가 수집되어야 한다. 셋째, 여성노숙인에 대한 각종 사회보장대책을 강화하고, 여성가구주 혹은 모자가정에 대한 빈곤정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넷째,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과 차별을 근절하고, 여성노숙인문제 해결의 최종목표를 지역사회의 복귀로 설정해야 한다.

그동안 존재를 외면당하고 있었던 지방의 여성노숙인들은 쉼터를 찾지 못해 무작정 서울로 올라가 절박함을 호소하곤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원시의 여성노숙인 쉼터 운영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더불어 위기상황에 놓인 청소년들을 위해 청소녀 열린터(꿈꾸는 빨래방)를 개소한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여성친화적 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의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여겨진다. 물론 청소녀 열린터에도 아직은 이용자 수가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위해 홍보방안 마련을 위한 지역사회의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노숙인 쉼터에서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의료체계가 제대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오랜 노숙생활로 몸과 마음에 심각한 질병을 가지고 있는 노숙인들을 위한 의료체계가 없어 이곳저곳을 전전긍긍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쉼터의 기능을 보강하고 노숙인의 인권에 기초하는 의료체계가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한다. 여성노숙인 쉼터에 지역주민 모두의 관심과 지자체의 섬세한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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