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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자치’와 ‘분권’의 복원, ‘국민권리장전’의 또 다른 시작

 

봄이다. 그것도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다. 그 화사한 봄날 드디어 ‘수원의 자랑’ 팔달문이 다시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온다. 무려 3년여 만이다.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의 4개 성문(城門) 중 남문인 팔달문은 조선 정조 18년인 1794년 준공 이래 일제의 침략과 6·25전쟁을 겪으면서도 변함없이 자리를 지켜 온 수원의 산증인이다.

팔달문은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사람들이 이 문을 통과해서 사통팔달로 통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인근에 ‘왕이 만든 시장’인 팔달문시장이 있고, 수원의 역사와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지난해 콘크리트로 덮인 지 21년, 복원 공사가 시작된 지 16년 만에 다시 우리 곁에 돌아온 수원천에 이은 팔달문의 중건과 개방이 주는 감동은 괜한 봄날의 열병처럼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사람을 들뜨게 만든다.

그래서일까. 소풍을 앞둔 아이처럼 들떠 며칠을 보내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수원천을 걸어 올라가 팔달문을 마주하자 설렘과 들뜸의 궁금증은 봄날 눈 녹듯이 자연스레 풀렸다.

‘귀환’. 시민의 힘으로 시민 중심의 도시를 만들고 한줄 한줄 소중하게 써내려가는 역사의 문을 다시 여는 또 한 번의 순간이라는 사실임을 깨닫는 순간 겸손해진다. 그리고 마침내 바로 오늘 다시 그 문이 열린다. 염태영 수원시장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참여해 팔달문의 귀환을 축하하고, 앞으로의 220년을 시작한다.

이렇듯 좋은 날임에도 아직 가슴은 답답하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함께 국정의 전면에 펼쳐질 것이란 기대로 부풀었던 ‘자치’와 ‘분권’에 대한 얘기다. 오는 6월 지방발전위원회가 출범할 것이란 얘기를 빼곤 지방자치·분권을 둘러싼 현실은 여전히 안개 속에서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장밋빛 미래에 대한 컸던 기대는 다시 아우성으로 바뀌고, 퍼져 나오는 민원과 불편에 공직자들은 물론 시민들의 우려의 목소리도 잦아지고 있다.

게다가 ‘100만’이 주는 상징적 의미를 넘어서 ‘광역시급 전국 최대 기초지자체’란 꼬리표를 단 지 십수년이 지난 수원시는 물론 성남, 고양, 용인, 부천 등 경기도민들이 겪는 고통과 좌절감도 도돌이표처럼 반복되고 있다.

오죽하면 수원시가 중앙정부의 뒷짐에 견디다 못해 자기들 스스로 세계 각지를 찾아다니는 등 각고의 노력을 다한 끝에 준광역급 ‘수원형 모델’을 내놓고 제발 제도화 좀 시켜달라고 사정하고 나섰을까.

또 지난해 총선 당시 기형적인 선거구 획정에 손 놓고 당하면서 조금이나마 나은 행정서비스를 위해 일반구 신설 계획도 중앙의 눈치 보느라 제대로 꺼내지도 못하는 수원과 용인이 인구 80만의 통합 청주시가 4개의 구로 출범한다는 소식을 접할 때 심정이 어떨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수도권 역차별’이 여전하고, 말 그대로 악전고투 역시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그 피해는 또 고스란히 국민이 감내해야 할 몫으로 남았다. 이런저런 논리와 이유를 들이대며 합리화해 돌려막기엔 치사함을 넘어 구차스럽다.

그래도 ‘자치’와 ‘분권’의 희망의 끈을 놓기엔 가야 할 길이 아직 남았다. 자력으로 발전한 도시들의 지방자치에 대한 계획들이 구체화되고 있고, 자치와 분권을 뒷받침할 지방재정에 대한 제도적 장치들도 흘러나온다. 다만, 결정의 시간이 언제인가의 문제라고 하기엔 시간이 촉박하다. 아쉬운 대로 대통령 시행령 개정을 통한 일부 제도의 선 시행이라도 요구하는 것은 그만큼 절대과제라는 증거다.

‘자치’와 ‘분권’, 또 ‘참여’와 ‘소통’은 수원이나 성남, 용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와 민주주의의 발전을 담보한다는 것도 다 안다. 수원천 복원에 이은 팔달문 중건의 의미는 단지 오래된 문화재 하나를 복원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 ‘애민(愛民)’이 면면이 이어온 역사와 문화의 복원은 참 의미 있는 일이자 또 새로운 시작이다.

그리고 정치인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는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진리의 실현을 위해 ‘자치’와 ‘분권’을 분명히 할 때다. 그게 바로 ‘국민권리장전’의 시작이다. 힘을 모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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