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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민주당 5·4 전당대회의 의미

 

이번 민주통합당 전당대회는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비주류라고 불렸던 김한길 후보가 새로운 당 대표로 당선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하지만 더욱 이변은 이번 최고위원 선거에서 호남지역에 정치적 기반을 뒀던 후보는 모두 탈락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이번 전당대회는 단순한 비주류의 전면 등장이 아닌, 호남지역의 민주당에 대한 민심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점에서 그 특징을 꼽을 수 있다는 말이다. 따지고 보면 지난번 대권후보 경선 때도 호남지역의 당심은 주류인 친노 측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모바일 투표라는 희한한 선거 방식 덕분에 민심과 당심이 모두 왜곡돼 호남 민심의 정확한 현황을 알 수 없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모바일 투표라는 제도를 배제함으로써 비로소 정확한 호남 민심이 드러났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이다. 즉, 이번 전당대회에서 호남 당원들은 친노 주류에게 분명한 거부감을 드러냈다는 말인데, 이것은 민주당의 미래에 중요한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민주당의 지역적 기반은 분명히 호남에 있다. 그런데 바로 이 지역에서 주류가 친노인 민주당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일부는 민주당이 전국 정당으로 태어나야지 특정 지역에 지지 거점을 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는 선뜻 동의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고질적 문제는 지역감정이지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역감정을 노골적으로 부추기는 정당이 이제는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는 구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지역에 자신들의 탄탄한 지지기반을 두고 있는 것은 비단 민주당만이 아니다. 영남에 지지기반을 두고 있는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도 지역 정당이 있다. 기독교 사회연합(CSU)은 독일 바이에른 주에만 있는 후보를 내는 지역정당이다. 하지만 독일의 기독교 민주연합(CDU)이 정권을 잡을 때면 언제나 CSU와 연정을 한다. 그래서 CSU는 지역 정당이지만 전국 차원의 정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독일에서는 CSU를 비난하거나 전국 정당이 되어야 한다는 식으로 매도하지는 않는다.

결론적으로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의 존재는 우리나라에 특정돼서 나타나는 현상은 분명히 아닐 뿐 아니라 그런 현상을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이번 재보선에서 부여-청양은 상당히 높은 투표율을 보였을 뿐 아니라 80%에 가까운 몰표를 이완구 후보에게 줬다. 이 역시 중앙에서 더 이상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해줄 정당이 없는 상태에서 기인하는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치라는 것이 당위성 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 현실에 기반을 둔 존재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정당의 지역기반은 중요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의 민주당은 최소한 그 지역 기반을 잃고 있다는 데 상황의 심각성이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번 전당대회를 전후해서 호남에서 거부감을 가졌던 친노들이 하나 둘씩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문성근 전 대표 권한대행도 민주당을 탈당했으며, 친노의 핵심이던 명계남씨도 탈당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친노들이 민주당 내에서 뭔가 할 수 있는 여지는 과거보다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진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와 같이 특정 지역의 지지를 다시 받을 것인가 그리고 이탈했던 전통 야당지지 세력들이 다시 민주당을 지지할 것인가는 김한길 대표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 눈높이에서 현재의 정치상황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나친 이념 과잉이 아닌 현실적 대안을 가지고 국민에게 접근하는 자세를 가지고 여당과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또 객관적 입장에서 정권 비판의 기능을 최대화하면 잃어버린 지지율을 회복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야만 당 밖에 있는 안철수 의원의 정치세력화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특히 이를 통해서만 호남에서의 안철수 신당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다시 민주당에 대한 지지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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