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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녁에서 시작된 단풍이 남녁으로 내려 오고있다. 남행속도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도 그럴것이 소리없이 변하는 것이 단풍이기 때문이다. 가을 단풍은 꽃보다 아릅답다고 했다. “가을이 무르익어 즐거운 들판/ 기쁨의 소리가 원근에서 들리네./ 집집마다 흰 막걸리를 기울이고,/ 곳곳에서 누른 벼를 베고 있구나.” 허균의 시 ‘교외에 나와서’ 가운데 한 구절이다.
추수기는 가장 풍성한 때이면서 몹시 바쁜 때이기도 하다. “가을에는 부지갱이도 덤벙인다.” “가을판에는 대부인 마님이 나막신 들고 나선다.”라고 할 만큼 가을걷이는 남녀노유의 정신을 쏙 빼버린다.
그러나 추수가 끝난 가을은 초목의 잎이 시드는데 그치지 않고 조락(凋落)의 계절로 바뀐다. 인간에 비유하면 노년(老年)에 해당하고, 하루에서는 해가 저물기 시작하는 오후와 같다. 영국의 시인 로렌스는 죽기 1년 전에 쓴 그의 시 ‘죽음의 배’에서 “지금은 가을과 과일이 떨어지는 계절/ 망각으로 먼 여행을 떠나는 계절.”이라며 가을을 죽음에 비유했다. 그러나 시인 던은 “나는 가을의 용모보다 더 우아한 봄의 아름다움과 여름의 아름다움을 본 일이 없다.”며 가을의 성숙미를 찬양하고 있다. 같은 나라의 문학인데도 가을을 보는 눈이 다르다.
가을은 그림에서도 만날 수 있다. 조선시대의 노안도(蘆雁圖), 유압도(遊鴨圖),야압도(野鴨圖) 등은 그 대표적인 것이다. 기러기와 오리는 가을에 왔다 봄에 북쪽으로 날아 가는 철새다. 갈대, 기러기, 오리가 가을의 상징이 된 것은 이 때문이다.
조선 민화에 갈대와 기러기가 많이 등장한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갈대‘로(蘆)’자가 늙은 ‘로(老)’자와 음이 같고, 기러기 ‘안(雁)’자가 편안 ‘안(安)’자와 음이 같아 평안한 노안(老安)을 그림에 담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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