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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마곡사 백범 명상길백범 발자국 따라… ‘명상의 길’ 3km
마곡사 솔바람길 1코스 ‘백범 명상길’
경기신문  |  webmaster@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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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5월 08일  18:02:11   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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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둣빛 이파리를 달고 반짝이는 신록의 숲길에 들었습니다. 숲은 저마다 다른 채도로 반짝이는 새 잎으로 온통 초록의 바다를 이루고 있습니다. 신발을 벗어 손에 들었습니다.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흙은 포근합니다. 솔향을 듬뿍 머금은 바람이 얼굴을 스쳐지나갑니다. 떨어진 솔잎이 발바닥을 간질입니다. 걸음은 한결 더 기운차고 숲은 싱그럽습니다. 눈을 감고 땅의 기운을 느껴봅니다. 온 몸으로 신록의 물줄기가 쏟아집니다. 샤워를 한듯 정신이 맑아집니다. 어느새 몸은 물론이고 마음까지도 초록으로 물들었습니다.

 春마곡, 秋갑사(봄에는 마곡사가, 가을에는 갑사가 최고로 아름답다)라 했던가. 무르익은 봄날, 충남 공주 마곡사는 갖가지 꽃과 여리디 여린 잎들이 꾸며놓은 신록의 바다다.

마곡사를 찾았다. 제일 좋은 시절에 절을 찾은 셈이니 과연 춘마곡(春麻谷)이란 감탄사가 절로 날만하다.

마곡사는 주차장 입구에서 절까지 1㎞ 정도 걸어야 한다. 처음 가는 사람들은 볼멘소리를 하지만 바위 하나, 나무 한 그루에 눈길을 주며 곰곰이 뜯어볼 수 있어 좋다. 경내를 흐르는 맑은 계곡은 새 잎 돋아나는 나뭇가지를 그대로 투영해 낸다.

마곡사는 640년 백제 무왕 때 신라의 고승 자장율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대광보전의 빛바랜 단청이 고찰의 분위기를 돋운다.

하지만 이번 여행의 목적은 마곡사가 아니다. 절집에서 그동안 꼭꼭 숨겨놓은 보물 같은 길, 바로 ‘백범 명상길’이다.

백범 김구 선생이 일본인에게 시해당한 명성황후의 원수를 갚기 위해 1895년 일본군 장교를 살해한 뒤 마곡사로 도피해 은거생활을 할 때 거닐었던 소나무숲길이다.

백범은 평생 가장 큰 신세를 진 곳으로 마곡사를 꼽았다. 난세를 피해 몸을 의탁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얼마 동안 승복을 입고 생활했다. 큰절은 물론 인근 백련암에도 선생의 체취가 남아 있다.

‘백범 명상길’은 사찰 앞마당 백범당에서 시작된다. 마곡사는 선생과의 인연을 기념해 사찰 앞마당 한쪽에 백범당을 조성했다. 선생이 즐겨 썼던 서산대사의 선시(禪詩)도 한켠에 자리 잡고 있다.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 어지럽게 함부로 걷지 말라 / 오늘 내가 가는 이 발자취가 /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니.”

한줄기 바람에 풍경소리가 청명하게 울린다. 명상길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백범 명상길’은 태화산 적송들 사이로 난 마곡사 ‘솔바람길’의 첫 번째 코스다. 백범당∼백범 선생 삭발터∼군왕대∼마곡사로 이어지는 3km로 쉬엄쉬엄 1시간가량 걸린다.

백범당을 출발해 냇가로 접어들면 목조 데크가 나타난다. 백범이 출가할 때 삭발했다는 삭발터를 지나 나무다리를 건너면 평평한 산책로가 나온다. 여기서 1코스와 3코스로 갈라진다. 영은교를 지나 불교문화원 쪽으로 가면 3코스다. ‘명상길’은 다리를 건너기 전 태화산으로 접어들면 잘 정돈된 소나무 숲과 단풍나무숲이 나타난다.

숲에 들자마자 저마다 채도가 다른 연둣빛 이파리들이 반짝이는 신록의 숲은 가히 환상이다.

연초록의 신록이 아름다운 게 어디 이곳뿐이겠느냐만, ‘백범 명상길’은 부드러운 능선에 어린 단풍잎과 활엽수, 침엽수가 뿜어내는 신록이 유독 더 아름답다.

순하고 여린 잎들이 그려내는 연초록은 마치 도화지에 번진 수채화 물감의 색감처럼 서정적이다.

숲 아래로는 현호색과 매발톱, 초롱꽃 같은 꽃들이 그야말로 지천으로 피어났다. 길가에는 꽃이 진 민들레 꽃대의 홀씨들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부드러운 산길을 20여분 오르자 소나무 군락지가 나타났다. 신록의 화사함은 없지만 숲속에서 느끼는 기운은 연인의 입김처럼 온화하기만 하다. 이리저리 굽은 노송이 첩첩 겹치며 멀어지는 고요한 숲길은 감동마저 준다.

이마에 땀이 맺힐 무렵 군왕대에 이른다. 군왕대는 산 정상은 아니지만 마곡사 전체를 조감할 수 있는 곳이다. 마곡사에서 가장 지기(地氣)가 센 곳으로 알려져 있다.

세조가 군왕대에 올라 ‘내가 비록 한 나라의 왕이라고 하지만 만세불망지지(萬世不亡之地)인 이곳과 비교할 수 없구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땅의 기운이 세다보니 변란이 있거나 사람이 죽으면 이곳에다 시신을 암매장하는 일이 많았다. 결국 조선 말기에 유골을 모두 파낸 뒤 돌로 채워 암매장을 막았다.” 길 동행에 나선 조옥순 문화관광해설사가 전해준다.

군왕대를 지나면 마곡사까지 0.6km는 내리막길이다. 솔잎이 깔린 흙길과 황톳길이 적절하게 섞였다. 불편함을 조금 감수한다면 이쯤에서 신고 있던 신발을 벗어 맨발로 걸어볼만하다.

발바닥으로 전해오는 땅의 기운과 흙의 촉감은 도심에선 느껴보지 못한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준다.

숲길에서 만난 마곡사 템플스테이 참가자는 “포근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그야말로 명상길”이라고 말했다.

삼신각을 지나 3㎞ 남짓한 ‘백범 명상길’의 끝자락을 내려서면 마곡사 명부전이다. 신록으로 샤워를 한듯 온몸이 개운하다. 몸은 물론 마음까지도 초록으로 물든 것만 같다.

◇여행메모

△가는 길=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가다 천안·논산 간 고속도로로 갈아탄다. 이어 당진상주고속도로 공주IC를 나오면 시내다. 마곡사는 마곡사IC를 이용하는 게 편하다.

△마곡사 솔바람길=2코스 ‘명상 산책길’은 마곡사∼천연송림욕장∼은적암∼백련암∼활인봉∼생골마을∼마곡사로 이어지는 5km의 트레킹코스로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3코스 ‘송림숲길’은 마곡사∼천연송림욕장∼은적암∼백련암∼아들바위∼나발봉∼전통불교문화원∼다비식장∼장군샘∼군왕대∼마곡사이다. 11km의 본격 등산코스로 3시간30분가량이 걸린다.

△볼거리=공주는 공산성과 국립공주박물관, 고마나루 등 백제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이 많다. 또 자연사 박물관, 계룡산 도예촌 등 체험장이나 마곡사, 갑사, 동학사 등 사찰도 많다. 최근에 조성된 고마나루 명승길(총길이 14㎞)은 4시간30분 정도 걷는 트레킹 길이다. (041)840-2835.

△먹거리=마곡사 입구 식당가에는 맛집들이 여럿 있다. 그중 태화식당(041-841-8020)의 산채비빔밥, 바람처럼 구름처럼(041-841-9959)의 부침개 등이 잘한다고 소문났다. 한옥민박 인근에 있는 새이학식당(041-856-0019)은 65년 전통의 공주국밥으로 유명하다.

△잠잘 곳=한옥마을은 단체숙박동 6동에 37개의 객실을 갖춘 한옥(온돌)숙박시설이다. 한옥마을은 백제 의상(왕·왕비·장군) 입어보기, 진묘수(무령왕릉을 지키는 상상 속의 짐승) 만들기, 백제 전통차 체험 등 다양한 가족 체험이 가능한 다목적 시설도 갖췄다. (041-840-2763, 840-2792)

글·사진 │ 조용준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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