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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칼럼]사케의 반격, 막걸리의 굴욕

 

막걸리의 해외, 특히 일본 수출은 포천 이동막걸리가 일등공신이다. 우리나라의 막걸리 붐이 일기 시작한 2005년과 거의 동시에 일본에서도 막걸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었다. 그때 한류 붐이 일었고, 특히 부담 없는 저 알코올 도수에, 피부 미용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인기를 더했다. 이런 상황에서 2008년 이동주조가 최초로 TV CM을 하면서 인기는 더욱 치솟았고, 연이어 2010년에는 진로가 막걸리 사업에 진출, 최고 실적을 올렸다. 그 후 서울탁주가 캔 막걸리로 수출을 더하는 등 수많은 우리나라 막걸리가 일본에 진출했다. 그 덕분에 2011년도에는 ‘맛꼬리’란 일본 막걸리 호칭이 일본 경제신문이 선정한 핫 키워드 7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 해의 수출기록은 2005년 대비 20배를 넘었다. 우리나라 막걸리의 일본 내 르네상스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당시 일본인들의 막걸리 사랑은 우리나라 못지않았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런 막걸리의 마니아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 이 장관이 지난주 포천시 이동주조 막걸리 공장을 찾았다. 전통주에 관해 조예가 깊고, 그중에서도 막걸리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그가 이곳을 찾은 것은 마니아로서가 아니라 주무 장관으로서 막걸리 업계 대표, 민간 전문가 13명과 현장 간담회를 갖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서 이 장관은 막걸리 제조사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최근 판매 부진이 심각한 막걸리의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이처럼 장관이 나설 정도로, 최근 막걸리 판매가 부진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통계를 보면 심각함이 실감난다. 2009년 이후 폭발적 성장세를 기록했던 막걸리가 4년 만에 처음 꺾인 것도 걱정이지만 수출 역시 작년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이후 올 1월부터 4월까지는 전년에 비해 반 토막이 났다. 관세청이 집계한 막걸리 수출량을 보면 2012년 2천700만ℓ로 2011년 3천800만ℓ에 비해 30% 줄어들었고, 올 들어서는 더 심해져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2% 감소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일본 막걸리 사케의 국내 수입이 매년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나타나는 현상이어서 국민은 물론 생산 관계자 모두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일본의 막걸리라는 사케는 작년 410만ℓ가 수입돼 2011년 같은 기간 240만ℓ에 비해 70% 증가했다. 훨훨 날던 막걸리가 추락하고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사케가 약진하자 일부 애주가들은 ‘사케의 반격, 막걸리의 굴욕’이라는 표현까지 쓴다.

사케의 일본 내수 시장은 2012년 16년 만에 플러스로 전환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케의 약진에 대해 우리의 막걸리가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2011년 막걸리가 일본에 많은 양이 수출되고 인기가 있자 일본의 사케 양조장이 막걸리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약진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1년에 딱 한 번, 가을에 걸쳐 그 해 봄까지만 빚는 사케가 사시사철 생주로 만드는 우리 막걸리를 벤치마킹 한 뒤 부활의 노래를 부르게 됐다는 것인데, 그들 스스로 막걸리의 우수성을 발견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 상품화하는 데 성공한 사례라 아니할 수 없다.

사케 약진의 빌미를 제공한 막걸리는 그럼 최근 왜 감소하고 있는가? 한마디로 ‘시장 변화에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입 맥주와 사케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가 있었지만, 막걸리 업체들이 신제품 개발 등을 통해 시장 수요에 대응하는 데 신속하지 못했다. 심지어 막걸리 업체들은 일부를 빼놓고는 포장도 바꾸지 않았다. 싸구려 같은 디자인도 막걸리 붐이 일기 전이나 똑같다. 이러니 애주가들의 사랑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겠는가.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돼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하기 힘든 현실도 막걸리를 어렵게 하는 원인 중 하나다.

그리고 수출 실적이 떨어진 것도, 막연히 한류에 의존하고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일본 소비자들의 취향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한 안일함도 크게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늦었지만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일본을 비롯 세계시장을 상대로 한 브랜드 전략도 새로 짜야 한다. 지금처럼 Maccori, Makkoli, Makgeolli 등 기준 없는 영문 표기법 하나 통일시키지 못하고서는 일본 사케에 맞서기도, 굴욕에서 벗어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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