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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치유와 희망의 인문학

 

인문학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서점에서는 인문학 책이 많이 팔리고 있고, 시민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좌를 개설해도 많은 이들이 찾아와 수강하며 즐거워한다. 한국인들은 그동안 절대 빈곤 사회에서 탈출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 왔다.

이전 사회와 비교하여 물질적 성취를 이루었으나 그것만으로는 인간이 행복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한국인들도 이제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하나는 물질적인 충족이고, 다른 하나는 타인과 훌륭한 관계 맺기다. 가족 간의 관계, 친구와 이웃과의 관계, 학교와 직장 동료와 관계, 제자와의 관계 등에서 만족하는 이들은 설사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못한다 하더라도 행복지수가 높다고 한다. 그렇다고 타인과의 관계가 만족하면 경제적으로 궁핍해도 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이 양자가 모두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조건인 것은 재론할 필요가 없다. 자신을 존중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폭이 넓으면 넓을수록 타인과의 관계가 만족스러울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이 인문학을 찾는 이유는 인문학이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문사철(文史哲)이라 하여 인문학을 문학과 역사학, 철학으로 한정하였으나, 지금은 예술까지 포함하고 있으며 학자에 따라서는 법학과 같은 사회과학도 인문학 범위에 포함시키고 있다. 예술과 법학도 인간의 본성을 다루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인문학은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오늘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 하루의 삶도 지나가면 다시 돌이킬 수 없는 내 삶의 중요한 부분임을 깨달게 해준다. 인문학은 내 주변의 다른 사람도 천천히 관찰하게 해주는 학문이다. 그래서 인문학은 나의 삶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하여 나와 관계를 가진 타인, 그리고 인류 전체를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필자 주변의 인문학자들은 필자가 사는 도시인 수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최근 몇 년간의 변화를 무척 흥미롭게 관찰하고 있다. 자치단체인 수원시가 인문학 중심도시를 조성하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하나씩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 시내 곳곳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 강좌가 열리고 있고, 지역의 인문학 자원을 도시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자원으로 활용하는 일들이 펼쳐지고 있다. 다음 주말인 5월 24일부터 수원 화성행궁에서 수원화성국제연극제가 개최된다. 시민들은 연극을 통해 인간을 성찰하는 기회와 연극을 보는 즐거움을 함께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인문학 도시는 어떤 도시인가. 시민들이 인문학을 즐기면서 인문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을 가지고 타인과 관계를 풀어나가는 사람, 나아가 인류에 대한 사랑과 지구적 공존을 자신의 삶 속에서 풀어나가는 사람이 많이 살고 있는 도시가 인문학 도시라 생각한다. 인문학 도시의 주역은 시민이다. 시민은 책, 강좌, 박물관 전시, 디지털 콘텐츠와 같은 경로를 통해 인문학을 만나고 독서동아리, 답사동아리 등 인문학 동아리에서 사람들과 만나 어울리면서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인문학 도시는 시민과 자치단체, 인문학자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특히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학은 인문학을 연구하는 중심기지이다. 인문학을 연구하고 인문학자를 양성하는 곳이다. 이제 대학의 인문학도 캠퍼스에서 벗어나 거리에서 시민을 만나야 한다.

대학 교양과목으로서의 인문학이 세상살이에 힘들어하는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시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문학이 대학의 인문학에서 거리의 인문학으로, 학생들의 교양학문으로서의 인문학에서 시민의 인문학으로 변화해야 한다. 필자는 최근 대학으로 직장을 옮겼다. 인문과학연구소가 있는데 시민인문학을 표방하고 있고, 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잡지 이름도 시민인문학이다. 세상의 변화를 읽고 세상의 요구에 적극 부응하는 것 같아 무척 반가웠다. 인문학이 세상살이에 힘든 이들에게는 치유의 인문학이, 꿈을 가진 이들에게 희망의 인문학이 되는 시대가 점차 도래하고 있다. 우리 모두 함께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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