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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자다]손혜리의 ‘백의흑의(白衣黑衣)’

 

2011년 경기도의회 문화관광위원회는 경기도문화의전당이 산하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금난새 전 단장을 재임용에서 탈락시킨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도문화의전당 조재현 이사장과 손혜리 사장은 ‘코드인사’라는 비난에도 불구, 구자범 단장의 신임을 강행했다.

금 전 단장이 도 예산으로 이탈리아 공연을 실시했으나 ‘동네 음악회 수준의 행사’를 했고, 기존 단원들을 인사하는 과정에서 공정한 심사를 하지 않아 불협화음을 일으켰으며, 일부 상업적 연주회에 예술단을 동원했다는 투서가 접수됐다는 이유였다.

특히 손혜리 사장은 당시 구자범 단장의 선임에 대해 “코드인사가 아니며 음악적 전문성을 평가해 선정했다”고 공정하게 임명했음을 자신 있게 강조했다. 그에게 믿음이 있는 듯했다.

하지만 이런 믿음을 구 단장은 저버렸다. 구 단장은 지난달 단원과 가진 식사자리에서 한 여성단원에게 성적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 이로 인해 구 단장은 공개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한 이후 사표를 제출한 상태다. 그런데 구 단장을 발탁한 당사자인 손 사장은 이번 사태를 일단 주시하자는 듯한 입장이다. 손 사장은 “그동안의 업적 등을 고려해 과오를 판단해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구 단장이 그간 경기필을 이끌어 오면서 발전시켜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공’과 ‘과’는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 ‘공’으로 ‘과’를 덮어서는 안 될 일이다. 사표의 수리여부는 중요치 않다. 사과는 꼭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는 구 단장 개인의 과오에서 비롯됐지만, 손 사장의 위치와 구 단장에 대한 그간의 발언·행보에는 분명 손 사장의 책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 사장은 기자회견은커녕, 해명자료도 내놓고 있지 않다. 사표까지 제출된 상황에서도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인 것 같다. 요컨대, 복지부동(伏地不動)이다. 그것이 문화예술계의 불만인 것으로 보인다.

손 사장이 사과 없이 구 단장을 지속적으로 임명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자문에 덩샤오핑의 ‘흑묘백묘’(黑猫白猫·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라는 말)론이 떠오르는 것을 왜일까. 손 사장의 생각은 백의흑의(白衣黑衣)인가. 흰 옷을 지적하든 검은 옷을 지적하든 지휘만 잘하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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