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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부의 한 마을에서 지방판사의 딸이 강간당한다. 이 사건은 마을 공동체에 묵시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금기를 깬 일종의 신성모독으로 받아들여진다. 사건을 하루빨리 마무리짓기 위해 마을 사람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가는 한편, 더럽혀진 성역(聖域)을 피의 희생제의로 정화하려고 한다. 마침내 그들은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세워 군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불에 태워 죽이는 끔찍한 일을 저지른다.”
윌리엄 포크너의 1931년 작 ‘성역(Sanctuary)’의 내용이다. 인간 내면에 잠재돼 있는 비이성적인 폭력의 존재를 적나라하게 파헤쳐보인 이 작품에서 죄없이 화형대에 오른 청년은 그야말로 희생양에 다름 아니다.
‘희생양(scapegoat)’이란, 고대 유대에서 속죄일(贖罪日)에 사람의 죄를 씌워 황야로 내쫓던 양을 일컫던 말이다. 그에 유래하여 욕구불만으로 발생하는 파괴적인 충동의 발산을 직접 그 원인이 되는 것에게 향하지 않고, 다른 대상으로 전가(轉嫁)하여 불만의 해소를 도모할 때 그 대상을 이르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근래 국정혼란과 관련해서 청와대의 대표적 386세대인 이광재 국정상황실장이 사표를 던졌다. 혹자는 그를 가리켜 희생양이라고 얘기한다. 반면 정치권 일각에서는 현재의 국정 혼란이 노 대통령의 코드인사로부터 비롯된 일인 만큼 그의 대표격인 이광재 실장이 사표를 낸 것은 당연하다는 반응도 있다.
한편 美메이저리그의 보스턴 레드삭스가 ‘밤비노의 저주’를 풀지 못해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것을 두고 보스턴지역 언론은 난데없이 김병현 선수를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 김병현 선수가 관중을 모독하는 행위를 하고 포스트 시즌에서도 제 역할을 못했다는 게 그 이유지만 왠지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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