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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한·미 정상회담, 제대로 결산하자

 

‘윤창중’ 세 글자로 나라가 온통 시끄러웠다. 그럴 만큼의 수치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그 뒤에 따라붙는 ‘윤창중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첫 방미 성과가 가려졌다’는 정부와 언론들의 발표를 듣고 있자니 궁금해진다. 그 ‘가려진 성과’가 무엇인지?

한·미 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과 양국 대통령의 기자회견 모두발언을 근거로 살펴보자. 첫째, ‘한미FTA의 충실한 이행’을 약속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더 많은 제조부문, 서비스, 농산품을 수출할 것’이고, ‘완전히 시행하자는 데 합의했다’고 표현했다.

국회 비준 날치기 등 절차 문제를 제쳐놓더라도, 농축산업 등 생존 기반 파괴에 대한 우려와 국민적으로 광범위하게 합의된 ISD(투자자 국가 제소제) 등 독소 조항 재협상 요구는 지워져 버렸다.

둘째, 한반도 문제에 대해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명시했다. ‘자유시장경제 원칙’은 자본주의 체제이고, 그에 입각한 ‘평화통일’은 곧 흡수통일이다. 흡수통일 합의는 7·4 남북공동선언의 민족대단결 원칙, 6·15 공동선언의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약속, 10·4 선언의 내정불간섭 등 기존의 남북 합의에 대한 완전한 파기이고, 박근혜 정부가 내세웠던 신뢰에 대한 파기이다.

더불어 박 대통령은 “북한이 변화한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지원하겠다”고 밝혀, 선 변화 후 지원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 수년 동안 남북관계, 북미관계를 악화시켜 지금의 전쟁국면을 만듦으로써 실패한 정책임이 증명된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 이명박의 비핵개방 3000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똑같음을 드러낸 것이다.

셋째, ‘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의 대응 노력과 함께, 정보·감시·정찰 체계 연동을 포함한 포괄적이고 상호운용 가능한 연합방위력을 지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마저 조심스러워했던 MD 체제 편입을 공식화한 것이다. 뒤늦게 국방부가 MD 참여가 아니라며 변명하고 나섰지만, 다른 국가의 사례가 전혀 없는 지상발사요격미사일 기지 제공 등을 기준으로 제시함으로써 스스로 모순을 드러내고 말았다.

미국의 선제공격 수단이 되어 온 ‘총알로 총알 맞추기-MD 체제’가 북을 넘어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 상식인 상황에서, 대중국 외교와 동북아 평화협력 체제는 어떻게 될 것인지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는 꼴이다.

넷째, 공동선언에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GM 회장이 제기한 통상임금 문제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꼭 풀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80억 달러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고 선전하고 있다.

이미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례가 여럿 존재하고 소송이 진행 중이며, 기본급이 전체 임금의 40%에 불과한 기형적인 임금 구조로 고통 받는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받아야 할 수십조의 임금이 걸린 사안을 대통령이 나서서 포기시키겠다고 선언한 꼴이다. 이익당사자인 GM이 청탁하고 대통령이 청탁을 받아들여 재판에 영향을 미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국민의 대통령’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러려면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에서의 입지, 국민의 생존까지, 이렇게나 많이 내주고, 미국 의회에서 박수 받은 것을 자랑할 일이 아니다. 진실을 알리고,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우리 민족의 절반인 북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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