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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칼럼]‘꼬불친 돈’을 찾아라!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작은 제안부터 하나 할까 한다. 이제부터 ‘비자금’을 ‘꼬불친 돈’으로 바꿔 부르자. 불법·부당한 구린 돈을 왜 ‘비자금’이라고 점잖게 부르나. ‘비자금’에서는 한국의 정경유착 풍토에 따른 불가피한 자금이라는 고약한 냄새가 풍긴다. ‘꼬불치다’는 속어이지만 불법·부당은 물론이고 좀스럽고 치사하다는 어감이 살아 있다. 공자께서도 바른 정치는 이름 바로잡기부터라고 하시지 않았던가. 혹시 아나, ‘꼬불친 돈’이라 바꾸면 꼬불치는 고질병이 사라질지?

지난주 세 건의 꼬불친 돈 소식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CJ그룹 총수 일가가 꼬불친 돈 수천억원 본격수사, 전두환 전 대통령이 꼬불친 1천672억원 찾아내기, <뉴스타파>가 터뜨린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꼬불친 돈을 감추었던 한국 부자들 공개. 세 건 다 폭발력이 크고, 미래진행형이다. 흥미가 진진할 뿐만 아니라 현 정부의 기조인 ‘지하경제 양성화’와 국민통합에도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본격 검토에 앞서 세 소식을 관통하는 의문점부터 먼저 짚고 넘어가자. 세 건 다 한국 수사당국은 몰랐나?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어야 정상 아닌가? 알고도 넘어갔다는 증거들은 또 뭔가? 그런데, 왜 이제야 ‘칼춤’을 추지? 이 정도 해 두자. 지금부터라도 속 시원히 밝혀내기를 기대하면서. (꼬불친 돈과 사안을 꼬불친 경위를 함께 털어내면 더 좋다. 사건을 꼬불친 권력을 응징할 수 있을 테니까.)

먼저, ‘29만원 할아버지’. 그가 미납한 추징금은 1천672억원이다. 환수 시효가 올 10월 말로 다가오면서 서울중앙지검에 전담팀이 꾸려졌다. 그의 아들들을 포함해 일가의 재산이 최소 수천억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 재산이 그의 꼬불친 돈과 관계없다고 믿을 국민은 없다. 국민들에겐 가을 서리 같은 검찰이 설마 이번에도 못 찾았다고 하지는 않겠지.

그가 꼬불친 돈 찾기는 범국민운동으로 벌일 필요가 있다. ‘일뭐’라는 사이트 등에서 ‘좌좀’이라고 불리는 국민들이야 두 말 없이 찬성할 것이다. 역사를 바로잡고, 정의를 세우는 일이니까. 그런데, 이 운동에는 사실 좌우, 보수진보가 따로 없어야 맞다. 어쩌면 ‘일뭐’가 앞장서야 할 일이다.

우익 보수에게 ‘국가와 민족’은 근본가치이자 최고의 가치다. 입으로만 ‘국가와 민족’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파렴치하게 제 살 길만 찾는 자는 가짜 우익 가짜 보수다. 그런 자들 때문에 진정한 우익 진정한 보수가 욕을 먹는다. 전 전 대통령은 아무리 봐도 가짜 우익 가짜 보수다.

그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거사’를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권력을 잡은 후에는 ‘정의사회’를 부르짖었다. 그러나 그는 국가와 민족이 정말 누란의 위기에 빠져 온 국민이 애기 백일 금반지마저 내놓던 IMF 당시에도 꼬불친 돈을 내놓지 않았다. 좌우, 보수진보가 이제 그에게 한목소리로 외쳐야 한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꼬불친 돈 내놓고 바르게 살라고.

CJ를 겨눈 칼날은 어디까지 밝혀낼 수 있을까. 이재현 회장 일가가 꼬불친 돈의 규모가 1조원에 이른다는 추측성 보도까지 나온 상황이다. 요즘 이 회장은 대략 이 정도로 마무리 되겠구나 안도하는 중일까, 좀 더 까발려질까봐 전전긍긍하는 중일까. CJ의 수뇌부는 과거에 겨우겨우 묻었던 일이 어떻게 되살아난 것인지 이미 파악했을까, 아직도 파악 중일까. 항간에 떠도는 다음 대상은 어떤 그룹일까. 그들이 토해내는 꼬불친 돈은 경제 살리기에 어느 정도나 기여할까.

통상임금 산정 방식이 법원의 판례대로 바뀔 경우 재계는 38조원 규모의 추가부담을 떠안게 된다고 주장한다. 한국경총, 전경련 소속 한국 재벌들의 꼬불친 돈을 백일하에 모두 드러내면 38조원보다 적을까, 많을까. 그들이 꼬불친 돈은 노동자의 몫이어야 할 부분에서 떼어낸 것인가, 아닌가. 모든 꼬불친 돈이 정의로운 법에 따라 처리된다면 국민행복지수는 얼마나 올라갈까.

<뉴스타파>는 앞으로 ‘처녀섬’에 꼬불친 돈을 빼돌린 한국인을 계속 폭로할 예정이다. 국제탐사언론인협회(ICIJ)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발로 뛰어 확인하는 대로 밝히겠단다.

이리저리 꼬불친 돈으로 ‘페이퍼 컴퍼니’ 세계화 대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한국인 245명의 면면을 보게 될 날이 멀지 않은 듯하다. 국세청과 검찰은 앞으로 이들로부터 얼마를 환수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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