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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연변, 짧은 여행의 추억

 

7년만이다. 그 세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중국 연변은 상전벽해(桑田碧海), 그 자체였다. 공항은 국제화를 위해 확장 중이었고, 벌판은 온통 아파트와 상업 건물로 산을 이뤘다. 그 중심에 연길(延吉)이 있었다. 조선족 자치구의 중심으로 우뚝 서기 위한 몸부림이 그냥 맨눈에도 보였다.

사람들도 이념보다 경제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특히 중앙정부의 지원에 의존하던 구습(舊習)에서 벗어나 자력경제의 날갯짓을 펼치려는 의지가 강했다. 우리 식으로 하면 공사(公社)의 성격을 지닌 조직들의 예산도 지난 시절에는 100% 국가지원이었지만 이제는 30%를 자체적으로 해결한다고 하니, 새로운 방식의 경제토대를 구축하려는 몸부림이 시작된 듯 보였다. 연길시 외곽에 경제특구 형식을 빌린 투자 공간을 마련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혔다.

그런 까닭에 사람들과 조직의 관심은 투자유치에 쏠려 있었다. 자연스레 ‘~박람회’가 대세였다. 호텔 로비에서 만난 연변일보에도 5월 한달 동안 박람회 기사만 여러 건이었다. 중국 조선족의 이해와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1948년 창간된 연변일보는 소수민족이 발행하는 신문 가운데 구독률과 신뢰도에서 당연히 갑(甲)이라고 누군가가 귀띔했다. 기사 가운데 오는 9월 6일부터 11일까지 장춘(長春)에서 열릴 예정인 제9회 동북아박람회 소식이 눈길을 끌었다. 비단, 지난 2일 베이징에서 열린 이 행사를 소개하는 오프닝 행사에 100여개의 언론사에서 200여명의 기자들이 참가한 매머드급 규모 때문만은 아니었다. 경기도 중소기업들의 제품을 해외에 소개하는 박람회를 개최하려는 개인적인 구상에 부합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이 박람회는 중국 정부가 동북아국가들과 경제무역, 투자, 문화, 과학교육, 관광 등 분야에서 교류 및 합작을 추진하기 위해 개최하는 행사다. 그래서 행사 슬로건도 ‘평화, 화목, 합작 그리고 인식일치, 공유, 상생’이었다. 특히 올해에는 ‘중국-동북아박람회’로 이름을 바꾸면서 다섯 가지 새로운 변화를 선보인다고 연변일보는 소개했다.

첫째는 개명(改名)과 함께 지역적으로 더욱 많은 참가를 유도할 수 있고 분야가 다양해져서 정치, 외교, 경제무역, 과학기술, 교육, 인문까지 교류합작이 가능해졌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둘째는 과학기술부, 공업 및 정보화부, 문화부, 국가관광국, 국가무역촉진회 등 중앙정부 기구와 요령성, 흑룡강성, 네이몽구(內蒙古)자치구 등으로 지방정부급 등 주최가 확대되면서 행사의 격이 더 높아져 박람회 역량이 강화된 점, 셋째는 동북아 지역 합작을 추동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인해 이번 박람회를 동북아지역 각 분야의 플랫폼으로 만들어 대화교류분야를 넓혔다는 점, 넷째는 중국동북로공업기지진흥관과 현대봉사업, 신흥사업관, 동북아지역국가 상품관 등을 특별히 마련하고 지역특색을 강화해 전시내용을 풍부하게 마련했다는 점, 다섯째는 박람회의 경제무역실효를 높이기 위해 상품무역과 봉사무역전문활동을 새롭게 꾸며 투자와 무역을 긴밀히 결합시킬 계획이라는 점 등을 ‘다섯 가지 특색’으로 꼽았다. 특히, 이번 박람회를 통해 중국동북로공업기지진흥관과 홍콩상품관, 대만상품관, 동북가국가관, 투자합작관, 현대봉사업관과 신흥사업관, 식품의약관 등 전시관을 설치하고 실내부스를 운영해 실질적인 경제무역효과를 가시화하겠다는 야무진 꿈도 밝혔다.

이번 짧은 연변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도 박람회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국내·외 투자유치를 통해 조선족 자치구의 발전을 실현하고 조선족이 부(富)를 창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귀국하면 박람회에 대한 내용을 널리 알려달라는 바람도 심심찮게 내비쳤다. 돌아오는 길 박람회 성공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잠시 생각이 닿았다. 문제는 신뢰다. 양국 기업인과 기업인, 기업인과 정부조직 등의 사이에서 ‘신뢰 프로세스’를 진행할 수 있는 허브조직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의식과 의지의 문제다. 상호공존의 보편적 인류애가 바탕에 깔려야 한다. 그 위에 상생의 의지를 동력으로 한 교류의 ‘동북아호(號)’가 돛을 올려야 한다. 그 작업이 필요하다.

또 하나, 언어가 통한다는 것은 기업인들, 특히 중소기업인들에게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다. 연길의 허름한 술청에서 탄식하듯 내뱉던 조선족 사업가의 한마디가 귓전을 떠나지 않는다. “말이 통하니까 참 좋구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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