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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도의회 ‘거짓말 시리즈’와 민주당 선택

 

1974년 8월9일,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결국 대통령직을 사퇴했다. 사건이 불거진 지 2년2개월여 만이다. 미국의 닉슨 행정부가 베트남전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명했던 민주당을 저지하고 닉슨의 재선을 위해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본부에 침입해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는 과정에서 일어난 권력 남용으로 말미암은 정치 스캔들, 워터게이트 사건(Watergate scandal) 때문이다. 닉슨 대통령과 백악관은 처음 문제가 불거진 뒤 ‘침입사건과 정권과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거짓말로 드러났고,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중도 사퇴했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은 ‘거짓말은 가면을 뒤집어 쓴 진실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독일의 종교개혁가 마틴 루터는 말하기를 ‘거짓말이란 눈뭉치와 같아서 굴리면 굴릴수록 커진다’고 했다. 딱 그 모습에서 한 뼘도 벗어나지 못했다.

베를린영화제, 베니스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리는 프랑스 칸영화제가 지난 15일부터 26일까지 열렸다. 올해 우리나라는 장편 경쟁부문에 한 작품도 진출하지 못했다. 다만 문병곤 감독이 단편 경쟁부문에서 ‘세이프’로 출품, 황금종려상을 받아 첫 박수갈채를 받았다. 특히 올해 칸영화제는 개최기간 동안 필름마켓(Marche du Film)이 동시에 열려 세계 3대 영화시장의 큰 판이 벌어졌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 사무국도 ‘예행견습’차 방문했다. 사무국 입장에서는 벤치마킹 차원에서 그럴 만 했다. 그런데 여기에 경기도의원 2명이 동행했다. 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의 윤화섭·김경표 의원이다. 이들은 또 경기도의회 의장,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란 중책까지 맡고 있다. 한마디로 경기도의회의 대표얼굴들이다. 그것도 몰래(?) 다녀왔다. 왜 몰래 갔을까. 역시 그럴 만도 했다. 단 한푼도 본인의 호주머니에서 칸영화제 여행경비가 들지 않았던 때문이다. 일비와 식비, 숙박비, 항공료, 현지에서 고용한 가이드 비용까지 고스란히 PiFan 사무국이 부담했다. 이들 2명의 여행경비만 1천34만원이다.

‘몰래 외유’ 사실이 들통 나면서 이들은 외유경비를 PiFan 사무국에 반납했다. 문제는 PiFan 사무국이 외유 경비로 지원한 예산은 사실 사업용 예산이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잘 치르도록 문화체육관광부와 경기도, 부천시가 지원해준 행사경비다. 그런데 ‘칸 외유’ 여행경비로 썼다. 도의원들의 외유, 공식 용어로는 국외공무여행이니 일과성으로 그러려니 넘어갈 법도 했다.

정작 문제는, ‘거짓 해명’으로 둘러대면서 도덕성 문제로 번졌다. 윤 의장은 중요 공식행사를 외면한 채 출국했다가 사실 확인에 들어가자 해명을 하면서 지역구행사에서 백부상으로 오리발을 내밀다 결국 급거 귀국한 뒤 시인했다. 김 위원장도 부인과 국외여행중이라고 둘러댔다가 ‘관례’적으로 갔을 뿐이라고 했다.

그런데 예산을 지원해준 공공기관으로부터 1천여만원을 지원받아 유수의 영화제 외유에 나섰던 전례는 현재까지 확인결과 없었다고 한다. 이쯤 되면 거짓말 시리즈의 악순환이다. 덧붙이자면, 이 와중에도 경기도의원 2명이 또 도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라스베이거스 외유를 추진하다 사실 확인에 나서면서 ‘미수’에 그쳤다.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한다.

또 하나, 이를 수습하고 당연히 책임지고 나서야 할 민주당은 뭐 하고 있을까. 노코멘트. 일단은 무대응이다.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고 있다. 곱지 않은 여론이 잠잠해지기만 기다리고 있다. ‘그러다 말겠지’ 하는 식이다.

경기도의회 새누리당은 의장 불신임안 제출을 본격 검토하고 나섰다. 하지만 새누리당 맘대로 할 수도 없다. 의원정족수가 훨씬 모자란다. 다수당인 민주당의 적지 않은 의원들도 부글부글 끓고는 있지만 거기까지다. 이미 함구령에 ‘동작 그만’까지 내려진 상태다.

내년 6월 지방선거 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부터 먼저한 것 같다. 하지만 알아야할 게 있다. 아무리 건망증과 양은냄비식 민심으로 치부한다 해도 기억할 건 다 기억하고, 어떤 형태로든 내 발등을 찍는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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