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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박근혜 100일 평가?

 

요새 각 언론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100일을 평가하느라 바쁘다. 그리고 정권 초기 100일이 향후 정권의 성공 여부를 좌우한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사회과학적 근거가 없다. 정권 초기 100일에 좋은 성적을 얻은 정권도 끝판에는 죽을 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일례로 김영삼 정권을 들 수 있다. 김영삼 정권은 정권 초기에는 90%에 육박할 정도의 인기를 누렸다. 그런데 정권막판에 가서는 역대 최저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러니까 100일의 의미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된다.

그럼에도 100일 평가를 하려는 이유는, 초반기 정권의 운영 방식이 정권말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100일 평가를 통해 바꿀 것은 바꾸고, 고칠 것은 고치기 위해서이다.

박근혜 정권은 출범하자마자 북한의 도발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과거 2006년을 돌이켜 보면 이런 북한의 위협에 정권이 흔들릴 법했다. 2006년 북한이 핵실험을 하자 당시 유력 대권 주자였던 박근혜 후보가 이명박 후보에게 밀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 누구도 보여주지 못했던 일관적인 말과 행동으로 북한을 다룬 것이다. 과거 노무현 정권은 입으로는 대북 포용을 외쳤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고, 이명박 정권은 입으로는 강경을 외쳤지만 실제 행동으로 보여준 것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모처럼 말과 행동이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북 관계 측면에서는 후한 점수를 받을 만하다는 생각이다.

중국을 일본보다 먼저 방문하는 것도 평가할 만한 외교라는 생각이다. 역대 정권들은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 순으로 방문하는 것을 일종의 공식으로 생각했는데 이번에 박 대통령은 이런 공식을 깼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는 말이다.

이런 외교적인 측면 말고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요소들이 있다. 예를 들어 기업들의 비자금 수사와 전두환에 대한 추징금 환수 노력은 불법적 자금을 거두어 들여 이를 복지의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일종의 “로빈 후드 정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노력을 계속하면 상당한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은 이런 긍정적인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인사(人事)문제가 그렇다. 이는 이젠 말하기도 지겨울 정도지만, 문제는 이런 지적에 박근혜 대통령이 반응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지난번 국민경제자문단의 위원 명단이 발표됐을 때 국민들은 또 한 번 뜨악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번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됐지만 경력과 탈세 의혹이 문제가 돼 결국 낙마한 경우와 유사한 사람이 국민경제자문위원으로 임명됐을 뿐 아니라 경제 민주화를 ‘사기’로 규정한 사람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 정도면 박근혜 대통령의 ‘학습능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쓸 사람을 고른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는 아주 틀린 생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누구를 임명하면 그는 박 대통령과 함께 일할 사람이 아닌 국민과 일을 함께할 사람이기 때문이다. 인사 문제만 있으면 그래도 나은데 청와대 등 자신의 주변을 권위주의적으로 관리하는 것 같아 더 걱정이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주위 사람이 대통령의 눈치만 볼 것이고, 그렇게 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문제 해결을 못하면 결국은 그 피해와 책임을 박 대통령이 고스란히 뒤집어쓰게 된다.

한 가지 더 지적하자면 박근혜 대통령은 혼자 대한민국을 짊어지고 가는 것이 아니라 야당 그리고 시민사회와 함께 대한민국을 이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는데 지금 현재로 보아서는 박 대통령이 시민사회와 야당을 정치의 파트너로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아 걱정이다. 이런 점들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100일 성적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하지만 앞으로 수천일이 더 남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단점들을 고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다. 그렇기에 성적표는 교육에 있어 중요하다. 이는 대통령도 예외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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