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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아베총리의 잘못된 원인 진단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일본의 경제개혁 조치가 그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우리나라는 물론이거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베노믹스’는 언론이 만들어낸 용어로, 과감한 금융완화 정책, 기동적인 재정정책, 민간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성장 전략과 같은 세 가지 정책 수단의 조합을 의미한다. 아베 일본 총리는 지금까지의 디플레와 엔고현상이 일본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경제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돈을 최대한 많이 풀어 디플레를 해소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엔저 유도 정책은 ‘아베노믹스’의 목적이 아니라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수적인 현상이다.

디플레 하에서의 거품경제

디플레 경제라고 하는 것은 물가가 하락하는 경제를 의미한다. 일본 소비자물가의 추이를 보면,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물가가 전년에 비해 플러스로 상승한 해는 2006년과 2008년밖에 없다. 그들의 진단대로 일본은 확실히 디플레 경제에 빠져 있다. 그렇다면 물가가 오르지 않는 ‘디플레’가 왜 문제인 것일까? 물가가 내리면 기업의 매출이 줄어 결국 이익도 감소하게 된다. 이에 기업은 노동자에 대한 임금도, 또 고용도 줄일 수밖에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또 소비자들의 소비 능력이 줄어들면서 기업이 만든 물건이 팔리지 않게 되면서 다시 물가는 하락하여 또다시 기업의 매출을 줄게 된다. 이와 같은 일련의 좋지 않은 경제의 흐름을 ‘디플레 스파이럴(deflationary spiral)’이라 부르는데, 즉 디플레가 초래하는 경제의 악순환을 의미한다. 또 이 같은 디플레 경제의 최대 희생자는 중소영세기업이며, 또 임금노동자와 같은 경제적 약자들이다. 결국 디플레는 열심히 일하는 기업들과 서민들이 보상받지 못 하는, 즉 사회통합의 기반을 흔들리게 하는 경제 국면인 것이다.

그런데 아베 총리는 이 같은 디플레를 엔을 마구 찍어내어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과연 이것이 가능한 것일까? 일본경제가 왜 디플레에 직면했는지 그 원인을 어떻게 진단하느냐에 따라 그 해결책은 달라진다. 사실 필자의 오랜 일본 체재 경험과 그간의 경제통계에 의거하여 보면, 2000년대 이후 일본의 디플레가 지속되어 온 원인은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장기불황을 타개하고자 일본기업들이 단행한 고용 감축 및 임금 삭감 등으로 인해 일본의 전체 임금이 크게 하락하였고, 또 이에 따라 소비능력의 급격한 저하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일본경제는 디플레 국면에서 전혀 벗어날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일본 정부는 임금 및 고용의 안정성을 높여 전체 소득을 높이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금융완화 조치만 과감하게 또 중장기적으로 추진하면 디플레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같이 원인에 대해 제대로 된 진단 없이 ‘과감함’만을 강조하여 시장이 일본의 주식과 부동산에 손을 대게 하는 정책은 지금의 엔저 기조를 보다 중기적으로 끌고 가며, 나아가 자칫하면 일본이 실물경제는 전혀 회복되지 않은 채 주식과 부동산 가격만 오르는, 즉 바람직하지 않은 버블경제로 또다시 유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또 이 같은 과정에서 주식과 부동산과 같은 투기 대상의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엔저 기조를 보다 장기적으로 끌고 갈 공산이 크다.

엔저 기조의 종착점

결국 제대로 된 금융완화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을 디플레의 원인으로 보는 ‘아베노믹스’는 ‘디플레 하에서의 거품경제’라는 매우 역설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아베 총리가 기업의 설비투자나 서민들의 소비보다는 자산가들의 부를 늘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그런 경제철학의 소유자임을 감안하면 그 가능성은 보다 커진다. 또 일본의 부자들은 아베 정권의 열렬한 지지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엔저 기조의 종착점을 가늠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일본의 주식 및 부동산과 같은 자산의 가격이 정점에 이르는 순간 이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시기가 판단의 중요한 단서이다. 이들은 팔기 위해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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