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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한 편의 극적인 드라마였다.

지난 4월 15일 강원 춘천 의암실내빙상장에서 벌어진 KB금융 한국 컬링선수권대회 겸 2013~2014 컬링 국가대표 선발전 대회 최종일 여자부 경기도청과 경북체육회의 결승 맞대결. 한국 컬링 사상 첫 동계올림픽 출전이 될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 한국을 대표해 출전할 팀을 결정하는 한 판 승부였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4강 신화로 단숨에 올림픽포인트 9점을 얻어내며 한국 컬링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진출을 확정한 경기도청이지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하지 못할 경우 동계올림픽에 나가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는 결승전이라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경기도청의 상대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5-6 패)와 4강 플레이오프(4-5 패)에서 두 차례 모두 패하는 등 최근 전적 4전 전패를 기록한 ‘난적’ 경북체육회였다.

큰 부담을 안았던 경기도청은 이날 결승전에서 7엔드까지 경북체육회에 6-5, 1점 차로 앞서가며 살얼음판을 걷고 있었다. 8엔드 1점을 따내 위기를 모면한 경기도청은 운명의 9엔드에 리드 김은지와 세컨 엄민지가 스톤을 정확하게 하우스에 집어넣고, 서드 이슬비와 스킵 김지선의 스톤으로 경북체육회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3점을 추가해 10-5로 달아나며 올림픽 출전을 확정지었다. 중압감을 떨쳐내고 동계올림픽 진출권을 따낸 감격적인 순간이다.

세계선수권 4강의 기적을 넘어 2014 소치올림픽 새로운 신화를 써낼 경기도청 여자컬링팀 소속 국가대표 5인방을 지난달 태릉 국제빙상장에서 만났다.

“아직도 그날의 감격이 가시지 않습니다. 정말 꿈만 같아요.”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것을 얻었기 때문일까. 사상 첫 한국 컬링의 ‘올림피언’이 된 신미성(35), 김지선(26), 이슬비(25), 김은지(23), 엄민지(22) 등 5명의 경기도청 여자컬링팀 선수와 정영섭 감독(55), 최민석 코치(35)는 태극 마크를 달게 된 기쁨에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대표 선발이 확정된 뒤 저마다 부둥켜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을 만큼 이번 최종 선발전을 앞두고 경기도청 여자컬링팀은 고된 ‘특훈’의 연속이었다.

제94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컬링 여자일반부 2연패의 기쁨도 잠시, 곧바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버논으로 전지훈련을 떠난 경기도청 여자컬링팀은 오로지 이번 최종 선발전을 위한 훈련에 매진했다. 결국 그들이 흘린 땀과 끊임없는 노력은 사상 첫 올림픽 출전이라는 값진 결실을 맺게 됐다.

그동안 경기도체육회 소속 관리 선수였던 이들은 지난해 6월 경기도청 소속 직장운동경기부가 정식 창단되면서 보다 안정적인 여건을 얻게 됐다. 확실한 소속팀이 마련되면서 불안한 심리와 급여 문제가 해결된 게 가장 긍정적인 부분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경기도의 도움으로 태릉선수촌 부근 5분 거리의 숙소도 마련됐고, 팀 전용 차량도 생겼다.

정영섭 감독은 “직장운동경기부 창단으로 정신력,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주신 김문수 도지사를 비롯한 경기도체육회 관계자에게 감사드린다”며 “이번 선발전은 우리가 쫓기는 입장이었지만 올림픽은 도전자가 된 만큼 패기와 열정으로 메달 획득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국 컬링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라는 원대한 꿈을 위해 도전하는 이들에게도 단 한 가지 절실히 바라는 것이 있다. 바로 경기도내 컬링전용경기장의 건립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컬링전용경기장은 서울 태릉빙상장과 경북 의성컬링장 두 곳.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의성컬링장이야 그렇다 쳐도 현재 대표팀 자격으로 당당히 이용할 수 있는 태릉빙상장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대표팀이 하루 4~5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고작인데다가 빙질(氷質)이 국제 규격과는 워낙 동떨어질 만큼 좋지 않아 훈련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청 여자컬링팀은 “현재의 우리가 아닌 미래 컬링 꿈나무들을 위해서 컬링전용경기장 건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가 좋은 성적을 거둬 경기도는 물론 우리나라에 세계적인 빙질을 갖춘 컬링전용경기장이 들어서길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멤버별 프로필

 

 

 

▲신미성

경기도청 여자컬링팀의 원년 멤버로서 세컨 겸 바이스킵(부주장)을 맡고 있는 신미성은 팀원들이 가장 든든해하는 ‘맏언니’다. 성신여대 체육학과 1학년 재학 중이던 당시 선배들의 권유로 교내 컬링 동아리에 입단하며 처음 스톤을 잡은 그에게 이제는 컬링이 삶의 지향점이 됐다.

결혼을 하게 된 것도 어찌 보면 컬링 덕분이다. 그가 국가대표로 활약하던 2001년 아시아태평양컬링선수권대회에서 한국대표팀이 우승하는 것을 TV 중계로 본 대학 입시체육학원 동기였던 지금의 남편인 한 살 연하의 남휘현 씨가 연락을 해와 재회하게 된 것. 그 인연으로 2008년 결혼에 골인한 그는 결혼 5년 만인 지난 3월 예쁜 딸 윤지를 낳아 선수생활과 육아까지 병행하게 됐다.

신미성은 “소치동계올림픽은 일생 최대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처음이지만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반드시 메달을 획득해서 국민 성원에 보답하고 싶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김지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강한 승부근성을 지닌 스킵(주장) 김지선은 팀 내 유일한 ‘유학파’다. 의정부여중 재학 당시까지 빙상 선수로 활약한 그는 서울 수락고 컬링팀에 입단하며 컬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후 성신여대 체육학과에 진학해 중국 하얼빈으로 1년 간 컬링 유학을 다녀왔다.

그의 포지션인 스킵은 컬링 경기에서 리드와 세컨, 서드가 차례로 샷할 때 하우스 뒤에 서서 작전을 구사하는 것은 물론 엔드별 가장 마지막 주자로 나서 7번째와 8번째 샷을 하는 만큼 빙판 위의 ‘사령탑’이라 할 수 있다.

중국 유학에서 인연이 된 중국 남자 컬링 국가대표팀 서드 쉬 샤오밍(한국명 서효명) 선수와 지난달 웨딩마치를 올리며 ‘5월의 신부’가 된 그는 국적은 다르지만 부부가 함께 출전하는 이번 올림픽에서 동반 메달을 획득하겠다는 각오다.

김지선은 “첫 올림픽 출전이기에 많이 떨리기도 하지만 컬링이라는 종목은 변수가 많은 만큼 대회 기간에 제 기량을 발휘한다면 충분히 메달을 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랑과 올림픽에서 함께 메달을 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슬비

매 엔드 팀의 첫 번째와 두 번째 스톤을 던져 빙질을 살펴보고(아이스 리딩) 상대의 스톤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리드 이슬비는 팀원들이 꼽는 ‘천생여자’다. 평소 가장 여성스럽고 차분한 성격이지만 경기 중에는 리드로서 냉철한 플레이로 정확한 샷을 하는 것이 그의 ‘반전 매력’이다.

경북 군위여중을 거쳐 교기가 컬링인 ‘컬링 명문’ 경북 의성여고 출신인 이슬비는 고교 졸업 후 한때 컬링을 쉬기도 했다. 대학 등록금 마련을 위해 1년 간 고향에서 어린이집 보조교사로 활동하며 한동안 스톤을 놓았던 그를 당시 경기도체육회로 부른 것은 정영섭 감독이다. 고교시절부터 의성여고 주장으로서 전국대회에서 맹활약하던 그를 눈여겨보았던 정 감독이 그에게 경기도체육회 여자컬링팀 입단을 제의했고,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슬비는 “이번 올림픽은 선수 인생에서 맞이하는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은지

서드를 맡고 있는 김은지는 팀 내 가장 쾌활하고 발랄한 성격을 지닌 ‘분위기 메이커’다. 의정부여중을 거쳐 의정부여고까지 빙상 선수로 활약했던 그는 당시 지도자의 훈련 방식 적응에 다소 어려움을 느껴 스케이트를 벗게 됐다. 송현고로 전학한 뒤 컬링을 시작한 그는 이후 성신여대에 진학했으나 체육특기생 혜택을 받지 못해 등록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알게 된 정영섭 감독의 권유로 경기도체육회에 입단한 그는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는 팀의 막내이자 리드로서 한국이 4강에 오르는 데 기여했다. 현재 포지션을 서드로 전환한 그는 경기 중 가장 많이 스위핑을 해야 하는 위치인 만큼 팀원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체력을 자랑한다.

올림픽 메달을 딸 때까지 당분간 연애 계획은 절대 없다는 그는 “수영의 박태환,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가 올림픽에서 해낸 것처럼 우리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자신했다.

 

 

 

▲엄민지

팀의 후보 선수인 핍스 엄민지는 엉뚱함과 남들과 다른 유머 코드가 매력인 ‘4차원의 막내’다. 서울 한양초 교내 컬링 동아리로 활동을 시작해 서울 신구중에서 본격적으로 선수생활을 시작한 그는 가장 어린 나이임에도 가장 긴 컬링 경력을 자랑한다.

이후 서울 현대고를 거쳐 성신여대에 입학한 그는 성신여대 재학 중이던 지난해 역시 정영섭 감독의 ‘러브콜’을 받아 경기도청 여자컬링팀에 입단하게 됐다. 경기도청 여자컬링팀의 원년 멤버이자 세계선수권 4강 멤버였던 이현정이 육아 등의 이유로 은퇴하자 그 공백을 메울 ‘제5의 선수’가 된 것.

지난 제94회 전국동계체육대회에서 임신 중이던 신미성을 대신해 여자일반부 경기도 대표 주전으로 뛰며 경기도 컬링의 종목우승 2연패에 기여한 엄민지는 “이번 올림픽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남은 기간 메달 획득을 위해 언니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 정영섭 감독 인터뷰

“이제 겨우 동계올림픽 진출이라는 첫 번째 관문을 통과했을 뿐입니다. 안주하지 않고 메달 획득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경기도 컬링의 ‘대부’ 정영섭 경기도청 여자컬링팀 감독은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를 잡은 만큼 소치올림픽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남은 기간 기량을 최대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서울체중과 서울체고에서 축구 선수로 활약했던 정 감독은 1981년 부산대 사범대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체육교사로 교편을 잡았다. 첫 부임지인 포천일고 역도부 감독교사를 거쳐 파주 문산고 사격부 감독교사 등 도내 엘리트 스포츠 명문교의 학교운동부 감독교사를 지내며 각 학교 운동부의 우수한 성적을 이끈 그는 1997년 의정부고 빙상부 감독교사로 부임하며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바로 ‘컬링’을 학생들에게 전파하게 된 것.

당시만 해도 컬링은 단어조차 생소한 ‘비인지(非認知) 종목’이었다. 컬링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애정을 갖고 의정부고 교내 컬링 클럽활동을 꾸리며 어린 꿈나무들을 발굴한 그는 2004년 의정부고 남고부 컬링팀을 시작으로 여고부 컬링팀인 송현고와 남중부 의정부중, 남녀중등부 회룡중과 민락중 등의 순차적 창단이라는 결실을 맺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그의 헌신적인 활동은 결국 의정부시가 경기도 컬링은 물론 한국 컬링의 ‘메카’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 효과를 냈다. 이후 2002년부터 현재까지 경기도컬링경기연맹 전무이사를 맡아 경기도 컬링을 이끌며 경기도청 여자컬링팀의 감독으로서 한국 여자 컬링의 사상 첫 세계선수권 4강과 동계올림픽 진출을 일궈냈다.

정영섭 감독은 “8월부터 뉴질랜드 윈터게임, 9~10월 캐나다 전지훈련, 11월 아시아태평양선수권대회 등 올림픽 전까지 최대한 많은 대회에 참가해 경기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대회까지 절대 긴장을 늦추지 않아 많은 분들이 보내주시는 기대와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이준성 기자 oldpic316@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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