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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물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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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6월 05일  17:59:29   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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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 어둠을 밀어내고 아침을 맞는다. 물안개 자욱한 호반은 촉촉한 기운에 젖어든다. 물가로 드는 길목엔 싱그러운 향기가 가득 피어오른다. 먹잇감을 찾아 나선 물새의 날갯짓에 수면이 파르르 몸부림을 친다. ‘또르르르~’ 카누 뱃전을 때리는 맑고 경쾌한 물방울 소리에 온몸이 찌르르 울린다. 어느새 세속의 시간은 잊은 채 자연이 주는 ‘느림여행’에 이르는 물길 속으로 빠져든다.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라는 책을 쓴 프랑스의 철학자인 피에르 쌍소는 느림의 삶을 받아들이는 9가지 태도 중 첫 번째로 ‘한가로이 거닐기’를 꼽았다. “느림, 내게는 그것이 부드럽고 우아하고 배려 깊은 삶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 ‘느림의 미학’이 물길로도 이어지고 있다. 바로 40km에 달하는 춘천 의암호를 따라 가는 ‘물레길’이다.

혹자는 “또 길이야”라고 외면할지 모른다. 흔히 물가 주변을 걸으며 물을 바라보는 그런 길로 생각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길은 전혀 다른 길이다. 우든카누를 타고 물 안쪽에서 물 밖의 자연으로 시선을 던지는 느림여행길이다.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물레길 운영사무국 앞 의암호에는 영화에서나 봄직한 우든카누가 반짝이는 물살을 헤치며 유유히 떠다니고 있었다.

카누는 우리나라에서 레저로서 익숙한 편이 아니다. 비싼 가격도 그렇지만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탓에 소수만 즐기는 레포츠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춘천 물레길’이 생기면서 카누가 주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흔히 카누와 카약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카누는 한쪽에만 날이 달린 노를 사용하는 반면 카약은 양쪽에 날이 달린 노를 사용한다. 그래서 카약은 래프팅처럼 급류에서 액티브함을 느끼며 타지만 카누는 보다 느리고 서정적인 매력이 있다.

카누는 인디언들이 강이나 바다에서 교통수단으로 혹은 수렵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던 작은 배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카누는 주변 환경에 따라 다양한 모습과 재질로 발전을 했다. 북미 인디언들은 자작나무로, 그린란드 에스키모들은 동물의 뼈에 바다표범의 가죽을 씌워 만들었다.

‘춘천 물레길’에는 캐나디언 스타일의 클래식 우든카누가 사용된다. 가볍고 탄성이 좋은 캐나다산 적삼목을 일일이 손으로 나무를 붙여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카누의 무게는 20㎏ 정도로 성인 남성이 들고 어디든 이동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최대 400㎏까지 짐을 실을 수 있어 카누를 타고 다양한 아웃도어 체험을 즐길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물레길’의 코스는 다양하다. 송암선착장을 출발해 의암호, 붕어섬을 돌아오는 4km(1시간) 기본코스를 비롯해 선착장, 의암호, 중도, 하중도 사이 길로 이어지는 6km(2시간), 애니메이션박물관 쪽으로 돌아보는 5km 구간 등이다.

카누 초보자라도 20분 정도의 교육에 손쉽게 물살을 가르며 전진할 수 있을 정도로 사용방법은 간단했다.

‘물레길’을 운영하는 블루클로버 강사의 지시에 따라 카누에 올랐다. 잠시 흔들림에 놀라기도 했지만 이내 카누는 물과 하나가 되었다.

패들링(카누에서 노를 젓는 행위) 한 번에 카누가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간다. 느릿하게 카누에 몸을 맡긴다. 모터보트나 수상스키처럼 빠르지 않다. 천천히 패들을 젖는 대로 물 위를 미끄러져 나가는 카누 위에서는 자연의 숨소리조차 가까워진다. 바쁜 일상 속에서 쉬이 스쳐 지나갔던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눈앞으로 다가왔다.

잠시 후 호수 가운데 자리 잡은 무인도인 붕어섬에 닿았다.

1967년 의암댐 준공 이후 생겨난 내륙 속의 섬이다. 붕어섬은 인근에 위치한 삼악산에서 내려다보면 붕어 모양을 한 땅이 의암호 위에 떠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엔 백로, 쪼록싸리, 개망초, 갈대, 갯버들 등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다시 물길을 헤치며 중도로 향한다. 패들링이 조금 능숙해졌다. 수면과 맞닿으면서도 가라앉지 않고 물살을 가르는 카누의 질주감은 다른 수상레저와는 다른 스릴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점점 주변으로 눈길이 가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느림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카누는 빠르게 가는 레포츠가 아니라 자연 속에서 느리게, 자연을 다시 한 번 깊숙하게 느낄 수 있는 수상레저입니다.” 물레길에 동반한 블루클로버 장목순 대표가 말한다.

또 “느리게 여행하기는 시간 낭비가 아니라 추억을 담는 작업입니다. 모두가 빠르게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길에서 느림은 하나하나가 여행자의 몫이 되는 것이죠.”

멀리 중도가 보인다. 수상스키를 탔다면 그냥 획 스쳐 지나쳐갈 그 곳이었지만 카누를 타면 눈에 보이는 것이다.

하중도 사이 길은 지나온 길을 되짚는다. 느림의 여행은 2시간여 만에 끝이 났다. 처음의 설렘과 긴장감은 어느새 사라지고 자연과 하나 된 여유로움에 행복감이 온 몸으로 전해져온다.

 

   
 



◇여행메모

▲가는 길=수도권에서 출발하면 경춘고속도로를 이용해 가다 춘천 IC를 나와 공지천에서 좌회전 중도선착장(삼천동) 방향으로 가면 송암스포츠타운이 나온다.

▲물레길(www.mullegil.org)=선착장 주변에서 간단한 체험코스를 비롯해 다양한 구간에서 카누체험을 할 수 있다. 요금은 2인 기준으로 3만원이다. 지역주민(춘천)은 주중 50%, 주말 20% 할인한다.

카누 타기 전 안전에도 신경 써야 한다. 가장 중요한 장비는 구명재킷이다. 카누가 뒤집어지는 경우를 대비해 인원수대로 꼭 착용한다. 햇빛을 차단할 챙이 넓은 모자와 선글라스, 개인물병, 수건 등도 챙겨서 타면 좋다. 복장은 크게 상관이 없으나 물이 튈 때를 감안해 생활방수 기능이 있는 옷을 입으면 좋다.

이외에도 자신만의 카누를 직접 만들 수 있다. 블루클로버가 운영하는 카누제작학교에 등록하면 10여일 만에 근사한 캐나디언 스타일의 우든카누를 가질 수 있다. 문의 070-4150-9463

▲먹거리=춘천명물 닭갈비와 막국수를 빼놓을 수 없다. 춘천 명동 일대에 소문난 닭갈비집들이 많아 어디를 가도 비슷하지만 온의동 닭갈비거리에 있는 유림닭갈비(033-253-5489)는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맛집이다.

 

   
 



◇카누와 아웃도어

카누를 타면서 더불어 접목할 수 있는 아웃도어 활동은 무궁무진하다. 카누 트레킹, 카누 피크닉, 카누 여행, 카누 캠핑, 카누 낚시…. 이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카누에 짐을 싣고 가서 강이나 호수의 섬에서 캠핑을 즐기는 카누 캠핑이다.

카누가 없다면 섬에 꼼짝없이 갇혀 있을 것이지만 카누가 있다면 호수나 강을 길처럼 활용할 수 있기에 캠핑의 낭만은 풍부해진다.

블루클로버 강민규 이사는 “그동안 이동수단으로 이용되던 카누가 이젠 레저문화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면서 “특히 의암호와 소양강을 품고 있는 춘천은 카누캠핑, 카누낚시 등 낭만적인 카누 아웃도어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물레길을 운영하는 블루클로버(http://blueclover.co.kr)는 의암호에 떠있는 붕어섬이나 송암선착장에서 캠핑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또 다른 즐길거리는 카누 위에서의 낚시. 낚싯대만 있다면 카누로 낚시 포인트를 찾아 옮겨 다니며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유유자적한 낚시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의암호는 베스, 쏘가리 등 민물고기가 잘 잡히기로 소문난 낚시 포인트라 카누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글·사진 │ 조용준 여행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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