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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정미경 변호사의 힐링 특강

 

봄기운이 만연한 날, 정미경 변호사가 여성경찰관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다. 정미경 변호사는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고시 38회를 수료한 뒤 법조계에 입문했다. 부군 역시도 판사를 거쳐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문학적인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라 문학을 하고 있는 필자와는 낯설지 않은 관계였다. 남성경찰관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도 큰 박수를 받았던 터라 여성경찰관들을 대상으로 한 정훈교육을 얼마 전에 갖게 되었다.

정 변호사의 인생은 한 편의 소설 혹은 영화 같다. 연하의 남편인 이 변호사와 부부 인연을 맺게 된 이야기나 이색적인 삶을 걸어온 인생기는 한 편의 장편소설이기도 했고 영화 같은 이야기였다. 필자가 그에게 인간적인 냄새를 발견한 것은 오래 전 경기도교육정보센터에서 시낭송회를 했을 때였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자신의 삶의 편린이 고스란히 녹아나 깊은 감동을 주었다.

그녀는 어머니를 일찍 여의어 어머니에 대해 모르는 채 살아갔고, 그녀의 아버지는 늘 술과 함께 인생을 탓한 채 살아갔다. 사랑하는 아내를 일찍 잃은 부친의 일화는 슬프면서도 감동의 선율이 되었다. 필자는 그녀가 쓴 한 권의 책을 오래전에 받았다. 그 책의 제목은 ‘여자대통령 아닌, 대통령을 꿈꿔라’인데, 특강을 마치고 다시금 그녀의 책을 읽었다. 그 책은 인생의 전환점을 꿈꾸는 여성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공직자들이 읽어볼 만한 내용이다.

정 변호사는 1999년 검사로 임용되면서 부친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가 꼭 판·검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주문을 외우듯 큰 소리로 응원해 주었다. 부친의 권유로 그녀는 동대문야구장에 가서 마음껏 응원하고 소리치는 연습을 했다. 그래서인지 여성경찰관들에게 강의하는 내내 그녀의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알코올 증독자였던 그녀의 아버지는 대위로 군생활을 마감하고 술에 취해 울거나 괴로운 심사를 늘 딸에게 하소연했다. 아마도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아픔 때문이리라. 문학을 사랑하는 그녀는 아버지의 가슴 한 구석에 맺힌 멍울을 들여다볼 줄 안다. 그 멍울이 술이 아닌 사랑으로 치유되기를 바랄 뿐이다.

연하인 남편과 화목한 가정을 꾸리게 된 그녀의 사랑 이야기도 한 편의 영화 같다. 사법연수원에 들어가기 전, 그녀의 남편은 가방을 챙겨주고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자리를 마련해주고 잠을 깨워주었다. 남자가 아닌 후배로만 여겨졌던 사람에게 서서히 마음의 문이 열렸다. 그래서 두 사람은 사랑의 연을 맺었다. 시부모님의 반대가 심하기도 했지만 그들의 사랑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에게 이렇게 당부했다고 한다. “아랫사람이나 너보다 가난한 사람을 잘 챙겨주거라.” 아버지의 당부대로 그녀는 검찰청사에서 청경과 청소하는 분들과 자신보다 낮은 이에게 사랑을 보냈다.

우리 사회는 이제 과거의 가치를 버리고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권위주의 시대에서 탈권위주의 시대로 변하고 있고, 성장에서 분배나 균형으로, 투쟁보다는 타협으로,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한 것으로 변하고 있다. 수사기관도 악행을 저지른 자를 응징하기보다는 한 사람의 인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세상의 변화를 잘 이해하는 정 변호사는 이제는 여성도 당당히 살 수 있게 되었으니 경찰관들에게 실력을 쌓는 일과 사회적 관계를 진솔하게 맺으라고 당부했다. 일반공무원과 달리 제복을 입고 있는 경찰관들에게 국민의 경찰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떠한 경우라도 직무의 선을 넘어선 과도한 직무와 판단은 금물이라고 당부했다. 곧 ‘측은지심’을 말하는 것이었다.

정 변호사의 강의는 도내 많은 경찰관들의 자긍심을 일깨워주는 힐링의 시간이었다. 강의가 끝나자 경찰관들은 그녀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싶다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몰려왔다. 그녀는 여성경찰관들과 일일이 사진촬영을 했고, 차를 마시고 작별담소를 나누었다. 부대장인 이지은 대장을 비롯한 제대장들도 정 변호사의 흐뭇한 강의에 박수를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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