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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남북당국회담

 

부둥켜안고 우는 가족들을 보며 우리도 함께 울컥했던 시간들을 잊을 수 없다. 어머니고 아들이며, 아버지고 딸이며, 자매고 형제인 사람들이 왜 그리도 오랫동안 헤어져 피멍을 드는 세월을 견뎌야 했을까. 흐르는 세월을 어쩌지 못해 주름은 패고 목소리는 갈라졌어도 그리움으로 서로 알아보는 이들을 보며 나도 울었었다. 상봉이 그토록 절박한 눈물이었던 것은 바로 그들의 이별이 자연스런 독립이 아니라 비인간적인 생이별이었기 때문이며, 생이별의 상처를 처매줄 수 없는 이상한 거리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몇 남지 않았을지라도 그 이산가족들이 이제라도 마음 놓고 만날 수 있는 거리였으면 좋겠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사는 형편은 어떤지 알고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좀 못살면 내 형제가 아닐 건가, 나와 다른 체제 속에서 살았다고 내 자식이 아니겠는가. 소식을 몰라 질식할 것 같은 사람들은 체제에 앞서, 사상에 앞서, 경제적 능력에 앞서 함께 살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것이 7·4 남북공동성명의 정신이었다. 체제와 이념을 초월해서 남과 북이 협력하고 대화하자고 했던 바로 그 정신!

이번에 그 정신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 기쁘다. 북한이 현충일에 대화의 손을 내밀었다. 극적이었다. 더 극적이었던 것은 우리 정부의 발 빠른 대처였다. 7시간 만에 정부가 남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남북 장관급 회담을 12일에 서울에서 열자고 제안한 것이다. 아무래도 박근혜 대통령이 2002년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경험의 힘 같다. 만나면 달라진다.

지난 일요일에 판문점에서 실무회담이 열리고, 12일에 당국 간 회담을 열기로 하는 데는 합의한 모양이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 문제 등이 의제가 될 것 같다.

4월, 한반도 전쟁설이 떠돌았을 때, 명동거리는 썰렁했다. 연일 명동을 메웠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썰물처럼 빠진 것이다.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전쟁이 일어날 거라고 믿은 국민들은 별로 없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한반도가 심상치 않다고 경계했던 것이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던 나도 개성공단이 문을 닫을 위기가 오는 것을 보고나니 어떻게 되는 건지 당황했었다. 역사가 거꾸로 냉전체제 속으로 회귀할 수 있구나, 자포자기 하기도 했다. 사실 정치만 잘 돌아간다면 경제적으로 개성공단은 우리 민족의 미래다. 남과 북이 경제적 융합을 하면 폭발적으로 성장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개성공단은 침체되어 있는 한국경제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작은 나라일수록 주권국가로서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는 북의 정신, 그리고 남의 자본과 기술이 만나면 그 힘의 시너지 효과는 대단하지 않겠는가.

금강산 관광도 마찬가지다. 나는 비교적 일찍, 금강산에 다녀왔다. 2001년 4월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관광으로 들어갔다가 금강산에 매료되었다. 어렸을 적에 아이들과 고무줄 하며 그냥 불렀던 그 노래,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이천봉, 볼수록 아름답고 신비하구나…, 라는 노래의 의미를 비로소 새기며 감탄에 감탄을 했었다. 선녀와 나무꾼의 설화가 저절로 만들어지겠다고 생각했다. 달밤이면 선녀들이 목욕을 하겠다고! 겨울느낌이 남아있는 4월의 금강산도 이리 아름다운데, 6월의, 9월의 금강산은 얼마나 화려할까, 궁금해서 꼭 다시 보고 싶다고 기원을 했는데 가보지 못한 채 벌써 많은 세월이 흘렀다. 5년 동안 막혀 있었던 금강산 길도 열렸으면 좋겠다.

나는 빈다. 진짜 대화가 잘 되기를. 북쪽에서 7·4 공동성명의 정신을 이야기하는 것은 대화의 파트너 박근혜 정부를 의식한 수사이기도 하겠으나, 그것이야말로 이념과 체제를 뛰어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대화하며 평화롭게 공존해야 한다는 의식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나는 빈다. 서로의 자존심을 지켜주며 대화하기를. 자꾸 조건을 달아서 대화가 말싸움으로 그치지 않기를. 그리하여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나 냉전체제의 위기를 풀어갔던 것처럼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만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되기를. 그리하여 이제는 우리가 진짜로 북한을 거쳐 대륙으로 뻗기를. 섬도 아니면서 섬이 된 나라,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비행기를 타지 않고는 다른 대륙으로 건너갈 수 없었던 긴긴 고립의 시간들을 끝내고 다시 반도의 나라로 돌아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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