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의 조중연 전무가 2004아시안컵 예선에서 베트남과 오만에 당한 충격적인 패배와 관련해 움베르투 코엘류 대표팀 감독의 책임론을 제기해 잠시 사그러들었던 코엘류 경질론에 다시 불씨를 지폈다.
선수단장으로 오만에 머물다 23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조 전무는 베트남과 오만전의 패배는 선수들 책임으로 보기 어렵다며 "코엘류 감독의 경질 여부를 기술위원회를 통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또 비상대책위원회를 앞둔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선수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했으며 전쟁터에 나가서 지면 장수에게 책임이 있는 게 원칙"이라며 코엘류 감독이 이번 참패의 책임을 면치 못할 것임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물론 조 전무는 코엘류 감독에게 충분한 대표팀 훈련의 기회나 소집시간을 줬는지에 대해 협회가 돌이켜봐야 한다며 협회의 책임도 일부 시인했지만 선수와 기술위원들은 잘못이 없다고 주장해 코엘류 감독이 희생양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협회는 충격적인 연패를 접한 뒤 처음에는 코엘류 경질론이 강하게 일었지만 김진국 기술위원장이 "이제 예선이며 내년에 본선 경기가 끝난 뒤까지 지켜보자"며 진화작업에 나서 코엘류 경질론은 물건너가는 듯했다.
특히 올해 불가리아와의 A매치, 동아시안컵 등이 남아있는데다 아시안컵 본선은 내년으로 비교적 시간이 있으므로 코엘류 감독에게 자존심을 회복할 기회를 주자는 게 대세를 이뤘다.
하지만 축구협회의 실질적인 책임자이자 현지에서 경기를 직접 지켜본 조 전무가 코엘류 감독에 대한 불신감을 전격 피력함에 따라 다음주에 열리는 기술위원회에서 코엘류 경질 문제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다.
특히 오만에 머물렀던 조 전무는 오만과 베트남전의 패배에 대한 실망감으로 코엘류 감독과 대면을 피하면서 불편한 심정을 내비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엘류 감독에 대해 동정론을 펴던 김 위원장도 "이날 비상대책위에서 현장에 있었던 조 전무로부터 경기 내용에 대한 지적을 들었다"면서 "향후 경기 비디오를 입수해 전무의 의견과 일치할 경우 코엘류를 집중 추궁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편 축구팬들 또한 협회 및 프로축구연맹 게시판 등을 통해 코엘류 경질 문제를 놓고 연일 뜨거운 설전을 벌이고 있어 코엘류 감독이 귀국하는 26일부터 또 한번 소용돌이가 몰아닥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