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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칼럼]고민의 늪에 빠지다

 

요즘 문화체육관광부는 외국계 자본이 인천 영종도에 설립 신청한 카지노 심사를 놓고 매우 고민하는 모습이다. 영종도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호텔 등 복합리조트 조성을 추진 중인 리포-시저스는 지난 1월 문광부에 카지노 설립 사전심사를 청구했다. 일본계 유니버설엔터테인먼트도 인천국제공항 국제업무단지에 카지노호텔을 포함한 복합리조트를 짓기 위해 지난 2월 사전심사를 청구했다. 문광부의 고민은 이러한 신청에 대해 이달 안에 가부(可否)를 결정해야 하는 부담이다. 속사정은 다르지만, 외국자본 유치에 사활을 걸다시피 한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도 고민에 휩싸이긴 마찬가지다. 허가 여부에 따라 그동안 추진해온 경제자유구역 내 초대형 개발프로젝트가 탄력을 받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경전(?)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 5월 말 일부 언론이 “영종도 카지노는 미국의 리포-시저스사로 사실상 확정됐다”는 보도를 했다. 그러자 문광부는 곧바로 자료를 내고 “보도 내용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의 일방적 주장이다. 최종 결과는 6월에 열리는 사전심사위원회의 결과를 토대로 결정될 것”이라며 반박했다. 뿐만 아니다. 서로 고위 관계자가 나서 분위기를 띄우는가 하면 원론적인 입장으로 맞서기도 한다. 인천시 관계자는 얼마 전 지역 모임에서 “최근 인천을 방문한 문광부 장관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안다”며 카지노 허가를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를 띄웠다. 며칠 뒤인 지난 12일 유진룡 장관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 참석, 이 같은 인천의 분위기를 의식한 듯 “투자 적격성, 도덕성 등 모든 것을 검토해 문제가 없다면 허가를 받는 곳이 나올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카지노 허가를 쉽게 내주는 나라는 없다”고도 덧붙였다. 외국자본 유치로 수년째 표류하고 있는 영종 용유·무의 지역 대형 개발사업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시와 경제자유구역청 입장으로서는 답답할 따름이다.

사전심사제에 대한 우려

문광부가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갈급함에도 신중함을 보이는 것은 카지노 허가 기준을 대폭 완화한 ‘사전심사제’ 도입 후 첫 적용 사례라는 부담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카지노 사전심사제는 경제자유구역에서 외국인전용 카지노를 허가하기에 앞서 사전 서류심사로 적격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지난해 7월 MB정부시절 대통령 주도로 도입됐다. 종전엔 외국인투자자가 카지노를 허가받으려면 5억 달러 이상 투자계획을 밝히고, 그중 3억 달러 이상을 특급호텔 건설에 실제 투자해야 가능했다. 그러나 법 개정으로 실물투자 없이 투자계획서만 제출하면 카지노를 허가받을 수 있게 됐다. 투자 활성화 명분으로 카지노 설립 요건과 자격을 대폭 완화시켜 준 것이다.

허가의 중대성 직시해야

그러나 법 개정과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가장 큰 폐해로 지적된 것이 경제자유구역이 ‘먹튀’의 경연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다. 서류

심사만으로 허가를 내줄 경우 실제 투자 여력이 없는 부실기업이나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다시 말해 손쉽게 허가를 받은 후 비싼 값에 팔아넘기는 론스타 사태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광부가 고민하는 실제 속내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정권 말기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국회 심의도 받지 않고 시행령만 고치는 꼼수를 부린 법 개정이 허가관청은 물론 지자체를 고민의 늪으로 빠트린 것이다.

이밖에 고민을 더하게 만드는 이유는 또 있다. 사전심사를 청구한 리포-시저스사와 일본의 유니버설엔터테인먼트사의 자격 논란이다. 한 회사는 부채가 30조원에 달할 정도로 재정상태가 심각하고, 한 회사는 역사 왜곡을 일삼고 있는 우익의 상징인 유신회와 관계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허가관청이나 유치 지자체 모두 고민해야할 더 큰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외자유치를 위해 마련된 사전심사제가 법적으로, 또 제도적으로,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데 그것에 맞춰 심사결과를 내놓아야 하느냐는 지적이다. 허가의 중대성에 비추어 볼 때 새겨들어야 할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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