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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IN]통일 세상에 대한 상상력을 갖자

 

집 근처 동사무소 앞에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라는 문구가 담긴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그 플래카드를 볼 때마다, 6·25 전쟁과 그동안 북한의 도발로 희생된 분들을 생각하며 마음이 아프고, 전쟁의 위협이 없는 땅에서 살고 싶은 바람이 간절해진다. 나는 개인적으로 전쟁을 겪어 본 사람도 아니고, 가족 중에 전쟁으로 희생된 사람도 없지만,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에 나고 자라면서 받은 간접적인 피해는 참으로 많았던 것 같다.

아직도 기억나는 내 인생 최초의 악몽은 일곱 살 때쯤 꾼 간첩 꿈이었다. 우리 집에 간첩이 들어 왔는데, 바들바들 떨며 숨을 곳을 찾던 공포감이 생생하다. 만나 본 적도 없는 누군가를 뿔 달린 도깨비라 못 박고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교육받은 어린 시절이었다. 탈북자 연구를 하며 만난 북한사람들은 뿔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랑 비슷한 게 많았다. 어린아이에게 단지 어떤 배경 때문에 누군가를 무조건 배척하라는 것은 좋은 교육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적대감을 가르치지 않아도 되는 것, 내가 통일 세상을 꿈꾸는 이유이다.

분단국가에 살면서 피해를 본 사람들을 크면서 많이 보았다. 월북 가족이 있는 어떤 지인은 가족 중에 자살한 사람이 여럿 되고, 어떤 이는 정신이 온전치 못하게 되었다. 파괴적인 가족사이다. 이산가족의 아픔은 또 어떤가. 통일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12만8천여명 되는데 이중 5만5천여명이 사망하였고, 남은 분들의 대다수는 고령자이다. 생존해 있는 이산가족들이 가족들과 자유롭게 만나고 살 부비고 사는 날이 오면 정말 좋겠다.

생각하고 연구하는 것이 직업인 내가 통일 세상을 꿈꾸는 중요한 이유가 또 있다. 나의 말이나 글에 불온한 것은 없을까, 하는 두려움은 분단국가의 지성인들에게 무의식으로 자리해 온 것 같다. 통일이 되면 우리 국민들이, 지성인들이, 청년들이, 마음껏 사유와 토론의 자유를 누리게 될 것을 상상해 본다. 더욱더 자유롭고 민주적인 그런 나라에 사는 것이 아주 자랑스러울 것 같다.

통일 세상이 되면 무엇보다도 북한 땅을 마음껏 여행하고 싶다. 사계절이 바뀌는 금강산과 백두산의 비경도 보고 싶고, 평양에서 맛있는 냉면도 먹고 싶고, 북한의 대학생들, 학자들도 만나고 싶다. 북한을 경유해서 아시아 대륙, 유럽까지 기차여행도 하고 싶다. 우리 자식 세대들에게 그런 자유를 물려주고 싶다. 생각만 해도 설렌다.

통일이 되기를 바라는 이러한 이유들에 대해서 혹자는 뭘 모르고 하는 단순한 생각이라 치부할지 모른다. 특히, 최근 악화된 남북관계나 막대한 통일비용에 대한 논의들을 생각하면, 나의 통일에 대한 상상력은 너무나 감상적일 수도 있다.

통일비용 마련을 비롯해서 통일을 현실적으로 준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에 앞서 더 중요한 것은 통일이 왜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일이고, 그 시작은 통일 세상에 대한 긍정적 상상력을 키우는 데서 출발해야만 한다.

지난 5월 통일부 주관으로 열린 ‘제1회 통일교육 주간’행사에서 에버하르트 홀트만 독일 할레 대학교 연구센터 소장은 “통일을 비용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며 그로 말미암아 얻은 사회 경험과 자유를 더 크게 생각해야 한다”고 하면서 “국민이 통일의 정당성을 얼마나 잘 인식하고 있는지가 통일 성공의 열쇠”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분단이 지속될수록 남북소통은 더 어려워지고, 이념 갈등은 더욱 심화되며, 통일비용은 더 증가하고, 미래 세대의 통일에 대한 상상력은 더욱 빈곤해질 것이다. 통일은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국가적 과제이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대선 공약에서 궁극적으로 통일한국이야말로 100% 대한민국의 완성이라 하였다. 이 국가적 과제를 풀기 위해 돈을 마련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준비는 국민들 스스로 통일 세상을 원하는 마음을 갖는 것 아닐까. 그 공감대가 없다면 통일비용은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통일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국민의 마음을 얻어 내는 통일정책이 확대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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