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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칼럼]디지털 치매

 

요즘은 하루가 멀다하고 디지털 신제품이 발표된다. 제품에 탑재되는 기능들 또한 진화를 거듭한 최신형들이다. 하지만 이 제품들도 우리 생활 속에 자리 잡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편리함에 중독된 우리들과 금방 친해지기 때문이다. 대표적 디지털기기인 스마트폰 역할도 이젠 생활의 일부가 아니다. 오히려 폰 때문에 생활이 바뀔 정도가 됐다. 컴퓨터, 태블릿 PC, 내비게이션도 마찬가지다. 일부는 이를 빗대 “사회는 이미 디지털 세상속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할 정도다.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을 찾아 날씨와 뉴스를 확인한 뒤 전날 인터넷에서 받아놓은 레시피대로 아침을 해먹고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받아 출근한다. 원하면 버스와 지하철 등 어디서나 영화, 게임, 전자책, 인터넷 서핑 등은 식은 죽 먹기다. 사람과 소통하려면 말이 필요없다. 문자와 소셜네트워크가 있어서다. 손가락 하나로 쇼핑과 금융거래도 한다. 보채는 아이들에겐 스마트폰만 들이대면 금방 표정이 바뀐다. 요즘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보고 접하는 일상의 모습들이다.

만만치 않은 부작용 속출

그러다보니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디지털 기기 범람으로 기억력 감퇴가 현저히 나타나는 ‘디지털 치매’가 그것이다. 물론 ‘디지털 치매’는 이미 2004년 국립국어원의 신조어에 오를 정도로 우리 사회에선 익숙한 단어다. 일부 의사들도 5년 전에 디지털 기기의 과다한 사용이 기억력, 주의력, 집중력 장애는 물론, 감수성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견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최근 들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데 있다. 디지털이 가져온 인간 지능의 감퇴가 문화적인 현상을 넘어서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 의학도 디지털 기기에 노출된 뇌의 심각한 문제를 속속 입증하고 있다.

‘디지털 치매’라는 책이 지난 3월 발간됐다. 그리고 나오자마자 우리에게 많은 충격을 주었다. 이 책의 여러 부분에서 한국의 상황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저자인 독일의 유명 뇌 연구가 「만프레드 슈피처」은 책에서 디지털로 인한 뇌의 퇴행을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디지털 치매는 무능해도 되는 삶에서 비롯된다. 길 찾기는 내비게이션이, 연락처 암기는 휴대폰이 대신해주는 요즘 시대는 정신 활동을 이용하고 제어하는 능력, 생각하고 원하고 행동하는 능력을 퇴보시킨다. 이는 단순히 뇌의 퇴행을 유발할 뿐 아니라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게 만든다. 그리고 결국에 가서는 통제력 상실, 정신적·신체적 몰락의 진행, 사회적 퇴보, 고립, 스트레스, 그리고 우울증으로까지 이어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대책마련 함께 고민해야

그는 디지털기기가 유아와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도 지적했다. 디지털미디어와 인터넷은 정보를 피상적으로 다루게 하고, 뇌에서는 보다 적은 수의 시냅스(신경접합부)만 활성화해 되레 학습 능력을 저하시킨다는 게 이유다. 그래서 학교의 수업용 노트북과 스마트보드는 실제 학습은 물론 뇌 성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기억력 약화로 이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특히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디지털 미디어를 사용하는 것은 사실상 일종의 마약을 투여하는 것과 같다고까지 주장한다. 그는 학교에서 디지털 미디어 사용률이 가장 높은 한국을 예로 들며 “2010년에 이미 학생들 12%가 인터넷에 중독됐다. 한국에서 ‘디지털 치매’란 표현이 나오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25일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스틱스(SA)는 작년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67.6%로 세계1위라고 발표했다. 이는 세계 평균 보급률 14.8%보다 4.6배 높은 것이다. 그런가 하면 초고속 무선 인터넷 보급률도 2011년 기준 100.6%로 34개 OECD 회원국 중 1위다. 회원국 평균 보급률인 54.3%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그야말로 디지털 천국이다. 이를 감안할 때 「만프레드 슈피처」의 지적을 우리 모두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디지털 치매’ 예방에 대한 범국가적 범사회적 대책 마련이 시급함에도 인식을 같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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