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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칼럼]억지는 억지를 낳고 2라운드

 

휴전선은 영토선인가? 헌법 제3조에 따르면, 명백히, 아니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휴전선은 말 그대로 전쟁이 잠시 멈춘 경계선에 불과하다. 그 ‘잠시’가 60년이나 흐르면서, 휴전선을 영토선이라고 착각하는 국민이 많아졌을 따름이다.

NLL은 영토선인가? 당연히 아니다. 더구나 NLL은 휴전선과 달리 휴전당사가가 동의한 경계선도 아니다. 휴전선과 NLL을 영토선이라고 확정하려면 개헌부터 해야 한다. 개헌을 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 정부는 통일을 지향해야 할 헌법 제3조의 의무를 진다. 따라서 선택지는 4가지다. 개헌, 무력통일 지향, 흡수통일 기도, 합의통일 시도.

물론, 어느 쪽을 택하느냐와 무관하게, 휴전선과 NLL은 대한민국의 주권이 ‘사실상’ 미치는 북방한계선이다. 역대 정권 가운데 휴전선과 NLL을 지켜내지 않은 정부는 없었다. 그런 점에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의 지난 28일 기자회견은 생뚱맞다. 황 대표는 민주당에 ‘NLL을 영토선으로 사수하겠다는 공동선언을 하자’고 제안했다. ‘영토선’ 주장도, 새삼스런 ‘사수론’도 사리에 맞지 않는다.

황 대표의 제안은 김무성 의원의 ‘NLL 대화록’ 대선 전 입수 발언 폭로와 권영세 중국대사의 NLL 관련 녹취록 폭로 직후에 이뤄졌다. 새누리당 대선 캠프에서 중책을 맡았던 두 사람의 발언은 나라를 뒤흔들고도 남을 중요사안이다. 전 정권-국정원-현 정권의 대선개입 공작을 확증해주는 결정적 증거이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대화록’을 사전에 입수한 사실이 없다고 딱 잡아뗐다. 하지만 바로 이튿날 당 전략기획실장이자 검사출신인 김재원 의원이 김 의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저는 요즘 어떻게든 형님을 잘 모셔서 마음에 들어볼까 노심초사 중이었는데 이런 소문을 들으니 억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자신이 발언유출자로 지목된 데 대한 조폭 똘마니 같은 변명이자, 충성맹세다. 김 의원이 대화록 내용을 읽는 부산유세 동영상도 남아 있다.

새누리당은 권 대사의 녹취록 폭로가 나왔을 때도 그런 발언 자체를 부인했다. 하지만 녹취록이 모 월간지 기자에게서 민주당 당직자로 건너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자 이번엔 야당이 녹취파일을 절취했다고 고발하고 나섰다. 한 적도 없는 발언이 녹취됐고, 게다가 도둑까지 맞았다? 소가 웃겠다.

요즘 새누리당의 스텝은 꼬일 대로 꼬였다. 이쪽 두더지를 때려 누르니, 저쪽에서 튀어나오고, 저쪽을 막을 새도 없이 요쪽에서 고개를 내미는 형국이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는 이미 지난 칼럼에서 밝혔다. 명백한 진실을 억지로 덮으려니 억지가 억지를 낳을 수밖에 없다. 그 후 1주일 동안 벌어진, 갈수록 해괴한 억지 퍼레이드도 그래서 이어졌다.

새누리당은 자신들이 유일하게 비빌 수 있는 언덕이 ‘반노’ 정서라고 믿는 듯하다. 상당수 국민은 이번 사건의 본질이 국가정보기기관의 선거개입 및 정부여당과 국정원의 결탁의혹이라고 본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여전히 ‘영토를 포기하려한 전 대통령’이라는 자신들의 주장이 먹힌다고 보는 눈치다. 그래서 불리한 증거가 속속 드러나도, 아니 속속 드러날수록 더 그 전략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인다.

황 대표의 NLL사수 공동선언 제안은 두 가지 측면으로 달리 해석될 여지가 있다. 우선, 민주당이 적어도 과거에는 ‘영토 포기 정당’이었다는 것을 고백하라는 압박의 측면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물타기’ 억지를 더 이상 부리기 쉽지 않으니 이 정도에서 봉합하고 가고 싶다는 의도를 비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남남갈등’의 약발이 떨어져간다는 위기의식이 희미하게나마 감지된다.

지난 28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전 대통령의 발언이 ‘NLL 포기가 아니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53%로, ‘포기’라고 답한 응답자(24%)보다 2배나 많았다고 한다. 응답자 중 새누리당 지지층에서도 32%나 포기가 아니라고 답했다. 국정원의 대화록 공개가 잘못한 일이라는 응답(45%)이 잘한 일이라는 응답(35%)보다 10%포인트나 높았다.

‘남남갈등’을 더 부추기면 이 추세가 역전될까? 더 부채질할 ‘재료’는 남아 있을까? 반대로, 계속되는 억지에 대한 염증이 가중되거나,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죄를 묻는 국민이 더 늘어나지는 않을까? 이번 주에는 또 어떤 폭로가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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