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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NLL과 후천성 난독증

 

“저는 이번에 대통령으로서 이 금단의 선을 넘어갑니다. 제가 다녀오면 또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마침내 이 금단의 선도 점차 지워질 것입니다. 장벽은 무너질 것입니다. 저의 이번 걸음이 금단의 벽을 허물고 민족의 고통을 해소하고, 고통을 넘어서서 평화와 번영의 길로 가는 그런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성공적으로 일을 마치고 돌아올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주십시오. 잘 다녀오겠습니다.”

2007년 10월 2일, 당시 대한민국 대통령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면서 한 말이다. 만약 이 발언이 그 당시 TV로 생중계 되지 않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공개 비망록 등에 기록되었다가, 현재 북방한계선(NLL) 관련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로 물의를 일으킨 집권 여당의 모 인사에 의해 발견되었다면 세상에 어떻게 알려질까.

어렵지 않게 추측해 볼 수 있다. 분명 그는 전체 문장을 공개하지 않고 첫 번째 문장인 “저는 이번에 대통령으로서 이 금단의 선을 넘어갑니다. 제가 다녀오면 또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게 될 것입니다”를 문제 삼고, 대통령이 스스로 월북의 선도에 서서 국민들로 하여금 월북에 동참하라고 주장했다고 언론을 통해 호도할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보수언론에는 1면에 대문짝만한 헤드라인이 이렇게 등장할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월북주장 파문”.

참으로 씁쓸하다. 한 나라의 국회의원이, 그것도 남들보다 좋은 학교 나오고 외국물 먹고 훨씬 더 많이 배웠다는 사람이 초등학교 수준의 국어문장 해석도 못하는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NLL을 포기했다는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공개된 회의록을 눈을 씻고 찾아봐도 근거가 될 만한 문장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누가 누구에게 ‘보고’하는지 문맥상 확인도 안 하고, ‘보고’라는 표현을 썼다며 일방적으로 굴욕적인 언사라고 주장하는 행태는 참으로 낯부끄럽기 짝이 없다. 이쯤 되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에게 난독증이 있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의무적으로 국어 독해평가를 시험 치르게 하는 것을 고민해봐야 되지 않을까.

원래 난독증이란 주로 아동기에 나타나는 것으로, 선천적으로 연령이나 지능, 교육수준에 비해서 기대되는 정도보다 현저하게 읽기능력이 부진하여 학업이나 일상생활에 장애가 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다 자란 성인, 그것도 엘리트라 불리는 사람들의 난독증은 왜 생기는 것일까. 이는 소위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진실을 외면하고, 스스로가 의도적으로 편향된 사고를 주입하여 인지기능이 제대로 작동 못하는 고약한 병리현상이다. 이른바 ‘후천성 난독증’이라 부를만하다.

하지만 참으로 다행인 소식이 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오는 7월 4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긴급 국어특강을 열기로 했단다. 전문을 보면 진위를 금방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곡과 오독을 연발하는 가엾은 난독증 환자를 위한 힐링캠프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바라건대 이번에 NLL 발언에 대해 아직도 이해를 못하는 난독증이 심한 중증환자들은 꼭 이 강의를 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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